출처-[오마이뉴스 2006-06-11 16:07]
"우리 때에는 저 300원짜리 하나 갖고 싶어서 매일 세뱃돈 받을 날만 기다리곤 했는데…."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 대부분이 조립식 제품으로 만들어지고, 남자아이들은 틈이 날 때마다
문방구에서 조립식을 사다가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메칸더' '우뢰매' 등의 로봇 제품들과 함께 'G.I.유격대' '세계 대전'과 같은 군인풍
장난감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취학 전 아동의 경우에도 가장 친숙한 장난감은 컴퓨터이다.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김수연
어린이(7, 서울 강동구) 역시 평소에 컴퓨터 오락을 즐겨 한다며 가장 받고 싶은 선물로 '게임기'을 꼽으며 '조립식 로봇'은 그다지 염두에
두지 않는 듯 보였다.
정씨는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아이가 간절히 바라는 무선 조종 헬기와 어린이 영어 학습용
비디오테이프 몇 개를 고른다. "최근에 아이가 컴퓨터게임만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아 장난감을 자주 사 주는데, 저절로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신기한 것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디지털 장난감은 각종 기능 때문인지 가격이 꽤 비싼데도 많이들 사가는 것 같다고 얘기한다.
반면에 값이 싸더라도 조립식 장난감은 별로 인기를 모으지 못하는 듯하다. 가끔 5000원~1만원 정도 하는 조립식 장난감을 가져다 진열해 놓기도
하지만 아이들이나 어머니들은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녀수가 많아야 한두 명인 요즘의 아이들에게는 놀이대상(사람)이 부족해진다. 때문에
놀이매개체(장난감)에게 놀이대상(사람)의 역할을 일부분 기대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끊임없이 자극을 주고 변덕스럽지 않게 반응까지 해 주는
디지털 장난감은 금상첨화라는 것이다.
장난감가게를 찾은 김희연 주부(39)는 "옆집 애가 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을 보면 얼마나
좋아 보이는지 우리 애한테도 사줘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왠지 지능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구요"라고 이야기 하며 '토킹 드라이버' -
운전 놀이를 하면서 영어와 이탈리아어를 익힐 수 있다고 한다 - 를 집어 든다. 5만원을 호가하는 가격임에도 전혀 망설임이 없어
보였다.
이를 이용해 장난감업체에서는 각종 첨단기능을 장착한 고가의 디지털 장난감을 만들어 아이들과
부모들을 유혹하고 있고, 이에 부모는 쉽게 지갑을 열게 되는 것이다. 장난감을 구입하는 당사자가 아이들에서 일정 부분 부모들로 넘어오면서
'싸구려'인 저가 조립식 장난감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시대가 변하고, 아이들이 변하면서 점점 뒤쳐지게 된 조립식 제품들은 스스로 변화를 모색하기도
한다. 전문화 전략을 내세운 아카데미과학사는 그 대표적인 예로 볼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아카데미과학사 제품들이 '프라모델'이라는 이름으로
마니아층에서부터 일반인에게까지 소비층을 넓혀가고 있다. '프라모델'이란 '플라스틱'과 '모델'이라는 단어가 합쳐진 일본식 조어이다.
어린 시절에 조립식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사람들이 그 매력을 잊지 못하고 하나의 전문적인 취미로
발전시킨 것이다. 전문화된 만큼 가격도 꽤 비싼 편이다. "제품 하나 사실 때 기본이 5만원 정도, 색칠이나 다른 요소에 얼마나 신경 쓰느냐에
따라 몇십 만원까지 가는 일도 있죠."
서울 강동구에서 문방구를 20년째 운영하고 있는 이용학씨(53)는 "근 몇 년간 장난감을 사러 오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 장난감은 이제 인터넷이나 대형마트를 이용할 뿐 문방구에서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라며 한숨을 내쉰다.
이씨의 말 대로 값싼 놀이 기구를 찾아 문방구 안을 꽉 채우던 아이들의 모습을 이제 잘 볼 수
없다. 예전 문방구는 아이들의 놀 거리, 공부 거리 등을 뭉뚱그려 해결하는 '아이들의 만물상'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에게는 단순히
'학용품 매장'으로 생각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성세대에게 조립식 장난감이 차지했던 위치는 이제 컴퓨터 게임과 디지털 장난감이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사람마다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고,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물론 가치판단 없이 매우 자연스러운 것으로 파악할 수도 있다.
단지 지금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자신들의 유년기를 떠올렸을 때, 그들에게도 그럴듯한 판타지가 펼쳐질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지금 기성세대들의 솔직한 마음일 것이다. 마치 조립식 장난감을 볼 때 자신들이 그러하듯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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