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육아】

요즘 유아들의 선생님은 컴퓨터

피나얀 2006. 6. 27. 19:15

출처-[주간조선 2006-06-27 11:08]

 

 


3~5세의 절반이 인터넷 이용… 유아용 교육 사이트에서 한글ㆍ숫자를 쉽게 익혀
놀면서 배우는 에듀테인먼트가 큰 효과… 부모의 지도없으면 게임중독 우려도

 

경기도 부천에 사는 주부 조지숙씨는 요즘 만 2세인 작은 아들이 컴퓨터를 쓰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처음엔 형이 컴퓨터를 하고 있을 때 옆에서 화면을 지켜보더니 두 돌이 되기 직전부터 마우스보다 작은 손으로 직접 클릭을 하기 시작했다.

 

유아용 사이트에서 동요 듣기를 좋아하던 아이는 몇 개월 전부터 숫자 놀이와 한글 놀이도 즐겨한다. 엄마가 글자카드와 숫자카드로 진땀을 빼며 가르칠 때는 지루해하더니 컴퓨터에서 귀여운 캐릭터들이 나와서 설명하고 놀이를 하며 가르치니까 오랫동안 집중해서 배우는 것이었다. 이제 32개월밖에 안 된 아이가 몇 개월 만에 한글을 떼고 거리에 나가면 손가락질을 하며 간판을 척척 읽어 주변 사람을 놀라게 한다.

 

조씨의 큰 아들도 종종 초등학교 1학년으로 보기 힘든 말을 많이 한다. 상처가 나서 피가 나오는 것을 보고는 “혈소판이 피를 굳게 해 딱지를 만들어요. 몸에 들어온 세균은 백혈구가 싸워 물리치고 적혈구는 온몸으로 산소를 보내지요”라고 과학지식을 줄줄 늘어놓는다. 어른에게 어려운 질문을 해서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핏줄이 왜 파랗게 보이는 줄 알아요?” 답을 못하면 “노란색 피부와 빨간 핏줄이 겹쳐져서 그렇다”며 초등학생답지 않게 색과 빛의 원리를 설명한다. “누구한테 그런 걸 배웠냐”고 물으면 역시 컴퓨터를 가리킨다.

 

그래서 요즘 부모 중에는 혹시 자신의 아이가 천재가 아닐까 기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르쳐주지도 않은 과학지식을 술술 얘기하고 어린 나이에 한글을 너무 쉽게 떼기 때문이다. 부모가 해준 것이라곤 돌보기 힘들 때 유아용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을 시켜준 것뿐인데 말이다. 이렇듯 놀면서 배우는 에듀테인먼트 콘텐츠를 갖춘 인터넷 사이트의 흡인력은 상당하다. 그 동안 컴퓨터 중독 등 부작용만 주로 강조돼 왔지만 사실 관리만 잘하면 교육효과는 어떤 교재보다 크다.

 

인터넷을 이용한 학습은 도시와 농촌 간의 학습격차를 줄이는 순기능도 있다. 강원도 원주시 외곽의 농촌마을에 사는 강현옥씨는 서울에서 2년 전 이사올 때 가장 걸렸던 것이 자녀의 교육문제였다. 주변에서 “요즘처럼 사교육이 중요한 시대에 시골에 가서 어쩌려고 그러느냐”고 만류했다.

 


그러나 지금은 반대가 됐다. 가끔 서울에 아이를 데리고 가면 지인들은 “어떻게 아이를 이렇게 똑똑하게 키웠냐”고 놀란다. 이제 일곱 살이 된 아들은 학습지 한번 하지 않고 자연 속에서 뛰어 놀면서 오로지 인터넷과 책으로 공부를 했다. 강씨의 교육방법은 지식을 가르치는 대신 재미있게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 그런 면에서 인터넷이 딱 맞았다.

 

여러 사이트 중에서 재미있으면서 유익해 보이는 곳을 골라 아이에게 접속시켜 주었다. 강씨는 아이가 너무 인터넷에 빠져 다른 활동에 소홀하게 될까 봐 아이와 상의해서 하루에 40분씩만 하도록 했다. 놀이와 게임으로 배우는 학습은 금방 효과가 나타났다. 몇 개월 만에 한글을 떼었고 다양한 자연과학 지식을 얻었다.

 

처음엔 공룡 관련 콘텐츠만 좋아해서 걱정했지만 이것이 오히려 여러 분야에 대한 학습동기를 유발했다. 숫자 익히기에 약했던 아이가 공룡의 크기와 무게에 대해 궁금해 하더니 자연스럽게 수리공부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공룡 색칠하기에 맛을 들여 그리기와 종이 접기도 곧잘 하게 되었다.

 

공룡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되자 도서관에 가서 유아용 공룡책을 찾아 보았다. 나중엔 초등학생용과 중학생용 책까지 볼 정도로 지적 호기심은 끝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지질과 화석 등 관련 과학지식이 쑥쑥 늘어갔다. 어른들이 신기해서 시험을 해보면 나름대로 이해한 개념을 술술 대답한다. 요즘은 핵과 에너지에 관한 내용으로 관심이 옮겨갔다.

 

이미 유아의 컴퓨터 사용은 어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지난해 12월 전국 7076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만 3~5세의 절반 가량인 47.9%가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연령별로는 만 5세의 64.3%, 4세의 44.6%, 3세의 33.5%가 인터넷을 이용한다. 인터넷을 시작하는 평균연령은 3.2세였다.

 

인터넷 이용 시간도 짧지 않았다. 유아의 평균 인터넷 이용 시간은 1주일에 4.8시간. 2~4시간을 이용하는 비율이 33.2%로 가장 많았고 4~10시간이 30.7%에 달했다. 문제는 유아임에도 불구하고 학습 목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비율(38.9%, 복수응답)보다 게임·오락·음악 등 여가활동을 위해 인터넷을 이용하는 비율(92.5%)이 더 높았다는 점이다. 유아들이라 이메일이나 채팅(1.9%), 자료검색(4.1%)을 위해 이용하는 비율은 미미했다.

 



게임중독이나 해로운 콘텐츠에 대한 우려로 자녀의 인터넷 사용을 막는 부모도 있지만 컴퓨터와 함께 살아가야 할 세대에게 컴퓨터 이용을 무조건 막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컴퓨터를 이용한 교육의 잠재력을 활용하지 못하게 될 뿐더러 또래들과 어울리다 보면 결국 인터넷에 노출되게 되고 그럴 경우엔 오히려 나쁜 콘텐츠에 더 쉽게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 부모들이 잘 살펴보고 적절한 컴퓨터 이용 방법을 교육할 필요가 있다.

 

유아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인터넷 사이트는 네이버와 야후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용 포털인 ‘쥬니버’(jr.naver.com)와 ‘야후꾸러기’(kr.kids.yahoo.com)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경우엔 2002년 시작한 다음꿈나무 서비스를 작년 7월 중단하고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검토 중에 있다. 리서치 전문기관인 메트릭스에 따르면 쥬니버와 야후꾸러기의 지난 1년간 한 달 평균 방문자 수는 각각 695만명과 655만명.

 

이는 네이버 전체 방문자의 25%, 야후 전체 방문자의 34%에 해당한다. 쥬니버는 1999년 4월에 오픈한 최초의 어린이 포털로 ‘동요세상’ ‘경제야 놀자’ ‘동화여행’처럼 부모와 함께 하는 코너와 지식검색의 장점을 살린 ‘쥬니버 지식인’ ‘숙제검색’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야후꾸러기는 가상실험, 한자, 동화 등 학습을 위한 ‘공부방’과 영어동요, 게임으로 영어를 배우는 ‘영어나라’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두 사이트는 자체 제작 콘텐츠뿐만 아니라 제휴한 유아용 콘텐츠 업체들로부터 제공 받은 콘텐츠를 게임, 재미, 학습 등의 카테고리로 서비스한다.

 

포털에서 제공하는 콘텐츠의 장점은 내용이 다양하고 무료라는 점이다. 여러 유아 전문 사이트 업체들이 제공한 콘텐츠가 모여 각각의 유료 사이트보다 더 방대한 분량이 된 것이다. 단점은 유아의 수준에 맞게 콘텐츠를 체계적으로 접근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중구난방으로 이것저것 들여다 보다가는 시간만 허비할 가능성이 크다.

 

 

더 심각한 문제는 어린이에게 적합하지 않은 내용이 많다는 점이다. 방문자 수를 늘리기 위해 흥미 위주로 편성해 놓아서 아이들이 컴퓨터 중독에 빠지기도 쉽다. 그래서 네이버는 학부모 모니터링제도를 운영하고 야후꾸러기는 자정(自淨)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불량 콘텐츠를 거르고 있지만 용어나 이미지 등 단편적인 유해성만 따질 뿐 장기적으로 해로울 수 있는 콘텐츠는 걸러지지 않고 있다.

 

수많은 TV 만화들을 그대로 옮겨놓았고 TV 성인드라마 ‘궁’과 연예인 정보 관련 사이트를 개설해놓기도 했다. 게임 중에는 자신을 부려먹은 산타 할아버지에게 “복수한다”며 총을 쏘는 루돌프 게임도 있다. 비속어를 쓰는 것으로 유명한 졸라맨 플래시도 버젓이 올라와 있다. 중독성이 강한 게임들을 아예 ‘중독성 게임’이란 항목으로 모아놓기도 했다.

 

같은 콘텐츠라도 유해성은 연령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한 사이트 안에 유아부터 초등학교 고학년생에게 맞는 내용이 함께 있다는 것도 문제다. 유아용 항목이 따로 있는 경우도 있지만 클릭만 하면 바로 옮겨갈 수 있게 되어 있다.

 

때문에 교육 위주로 콘텐츠를 체계적으로 정리해놓은 전문 사이트를 이용하는 부모가 많다. 사이트 접속 순위 조사업체인 랭키닷컴에 따르면 유아교육사이트 중엔 ‘재미나라’(www.jaeminara.co.kr)와 ‘지니키즈’(www.genikids.com)가 각각 점유율 30%와 29%로 선두를 다투고 있다. 유아교육 업체인 한솔교육에서 운영하는 재미나라는 오프라인에서 축적된 콘텐츠를 바탕으로 다양한 영역에 걸쳐서 풍부한 내용을 구비하고 있다.

 

 이에 비해 지니키즈는 친숙한 캐릭터들이 나오는 참여형 프로그램이 많아 한글, 자연과학 등을 재미있게 배울 수 있고 그래픽이 깔끔한 편이다. 이 밖에 ‘깨비키즈’(www.kebikids.com), ‘쑥쑥닷컴’(www.suksuk.com), ‘씨앗키즈’(www.siatkids.com) 등이 유아용 사이트로 유명하다.

 

 

이들 사이트에 있는 콘텐츠의 대부분은 애니메이션의 일종인 플래시로 만들어져 있다. 플래시는 사용자와 상호작용이 잘 되고 화면이 단순해서 교육용으로 적합하다. 단순한 그래픽을 간단한 조작으로 동영상으로 만들고 소리와 조합할 수 있기 때문에 제작비도 많이 들지 않는다. 파일 크기도 일반 동영상보다 훨씬 작다.

 

유아교육 전문사이트들은 보통 월 1만~2만원의 회비를 받지만 유해한 내용이 거의 없고 부모가 유아의 사용내역을 모니터할 수 있다. 또 아이의 단계에 맞춰 콘텐츠가 나오기 때문에 학습효과가 높다. 부모가 사용시간을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서 아이가 오랫동안 접속해 있으면 친숙한 캐릭터가 나와서 인사를 하고 사용이 중단된다. 사용 리스트를 보거나 통계를 뽑아볼 수도 있다.

 

바야흐로 연필보다 마우스를 먼저 손에 쥐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들이 ‘인터넷 폐인’이 될지, ‘디지털 천재’가 될지는 전적으로 어른의 지도에 달려 있다. “컴퓨터 때문에 아이를 망쳤다”라든가, “컴퓨터가 알아서 다 가르친다”는 말은 모두 게으른 어른의 핑계에 불과하다. 컴퓨터는 도구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