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요리】

"맛있는 감자, 그런데 값이 너무 싸"

피나얀 2006. 7. 7. 16:55

 

출처-[오마이뉴스 2006-07-06 16:14]

 

▲ 20kg 감자 한 박스. 산지에서 만원이 안 된다.
ⓒ2006 전갑남
텃밭 가꾸기에서 장마철이 고비다. 잘 하다가 이때 게으름을 피우면 농사가 엉망이 된다. 무성하게 자라는 풀 잡는 일도 큰일이다. 여러 날 손이 덜 가면 몰라보게 자란 풀이 사람을 이기려고 한다. 그리고 병충해 관리도 만만찮다. 잘 자라던 고추는 장마철에 탄저병이 들기도 한다.

비 갠 오후, 모처럼만에 햇살이 눈부시다. 마음 먹고 호미를 들었다. 땅이 축축한지라 풀을 뽑는 데 한결 수월하다. 옆집 고추밭에서 농약 치는 소리가 들린다.

"삐익 삐익."

이웃집 아주머니다. 적지 않은 농사를 짓느라 손을 놀리지 않는다. 한참이 지난 뒤 약통을 내려놓으며 한숨을 쉰다. 등받이에 땀이 흥건히 젖었다. 무거운 약통을 짊어지고 한 시간 남짓 약을 쳤으니 힘이 들만도 하다. 내가 인사를 건넸다.

"쉬엄쉬엄 하시지요."
"어디 쉴 틈이 있나요."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이 농사이다. 비 그치자 콩 심고, 들깨모를 내느라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모른단다. 목에 걸친 수건으로 연신 흐르는 땀을 닦는다.

감자 값이 이래 가지고선!

나더러 풀은 나중에 뽑고 자기처럼 고추밭 소독부터 하라 한다. 잘못하다가는 병에 녹아나는 수가 있으니까 미리 손을 쓰라는 것이다. 화제를 돌려 감자 이야기를 꺼냈다. 아주머니네는 엊그제 감자를 캤다. 우리는 아직 감자를 다 캐지 못했다.

▲ 우리 텃밭에서 캔 감자이다.
ⓒ2006 전갑남
"감자 밑이 잘 들었죠?"
"잘 들면 뭐해요? 값이 나가야지! 감자 심어 놓고선 값이 궁금하지도 않아요?"
"우리야 나눠 먹기 바쁜 걸요. 한 박스에 얼마나 나간데요?"
"만원도 안 돼요! 어제는 7500원밖에 안 쳐주던데요."
"그래요? 감자도 수입하나?"
"올핸 감자를 많이들 심어서 그런지 작년만도 못하네요."

아주머니가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고단한 농촌생활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 우리도 감자를 심었지만 이렇게 값이 쌀 줄이야. 세상에 20kg 한 박스에 만원도 안 간다니 힘이 쏙 빠진다.

그간 들인 공인 얼만데

아주머니의 긴 한숨과 함께 푸념이 이어진다.

"공들인 것 생각하면 똥값이지 뭐예요! 얼마나 많은 손이 가야 감자 밑이 드는지 사먹는 사람들은 알기나 할까요? 그리고 박스 값은 작년보다 50원이나 왜 올렸는지 모르겠어요. 값이 싸니까 멀리 떨어진 친지한테 선물 보내기도 어려워요. 택배 값이 만만치 않으니까요."

빈 농약통을 짊어지고 자리를 옮기는 아주머니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인다. 애써 가꿔 기대한 값을 못 받는 농부의 마음은 오죽할까? 아주머니의 가슴앓이가 느껴진다.

▲ 무성하게 자란 우리 감자밭이다.
ⓒ2006 전갑남
감자는 다른 작물에 비해 무공해에 가깝다. 병충해 피해가 적어 거의 약을 치지 않는다. 그래서 초보농사꾼도 크게 실패하는 법이 없다. 이런 점 때문에 우리 텃밭의 주력 작물 가운데 하나도 감자이다. 올해는 씨감자를 두 박스 심었다.

다른 작물에 비해 손이 덜 가지만 감자도 정성을 들여야 한다. 그냥 씨를 넣어 자라는 것은 아니다.

감자를 심기 위해서는 3월 말 경 밭을 갈아엎어 고랑을 만들고 비닐 씌운다. 그리고 싹 튼 씨감자를 서너 쪽 내어 비닐 구멍을 뚫고 넣는다. 싹이 올라오면 고랑의 흙을 긁어 어린 싹에 북을 준다. 한 뼘 정도 자란 싹은 대가 실한 것을 놔두고 솎아준다. 밭고랑에 자라는 풀도 두세 차례 매줘야 한다. 감자 꽃이 피면 꽃을 따준다. 그래야 밑이 튼실해진다.

그리고 감자를 캐서 크기별로 골라서 박스에 포장하여 상품으로 낸다. 이렇게 가꾸고 수확한 정성이 얼마인데….

삶은 감자의 열량은 쌀밥의 절반, 영양은 만점!

우리도 어제 감자를 캐기 시작했다. 서울 사는 조카 내외를 불러 도움을 요청했다. 장마 전에 캐야 하는데 좀 늦었다.

▲ 수확할 때의 기쁨
ⓒ2006 전갑남
밑이 실하게 든 토실토실한 감자를 보고 조카는 즐거워한다. 호미 끝에 감자가 상하지 않도록 손놀림이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다.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는데도 감자 캐는 일이 신나는 모양이다. 오후에 시작한지라 반밖에 못 캤다. 날이 좋으면 나중에 캐려고 미뤘다.

아내가 막 캐낸 감자를 압력밥솥에 쪘다. 껍질이 갈라지고 파슬파슬하게 분이 일어난 것을 보고 질부가 너무 좋아한다. 뜨거운 감자를 호호 불며 입에 넣느라 바쁘다.

"너무 맛있어요. 이렇게 맛있는데 값이 싸다니! 감자는 영양덩어리인데…."
"그러게 말이야."

질부 말마따나 감자는 영양덩어리이다. 양질의 탄수화물과 단백질, 그리고 철분, 칼륨 등의 무기질이 들어 있다. 거기다 비타민 C가 풍부하다. 비타민 C는 녹말 입자의 사이사이에 들어 있기 때문에 익혀도 손실이 적다. 삶은 감자의 열량은 쌀밥의 반 정도이다. 그러니까 밥이나 마찬가지이다. 변비에도 좋고, 다이어트에도 좋은 식품이다.

영양만 생각한다면 감자는 생즙으로 먹는 게 가장 좋다. 또 튀기거나 볶는 것보다 삶거나 쪄서 먹는 것이 낫다. 감자를 삶을 때도 요령이 있다. 소금을 약간 넣고 푹 익힌 다음, 물을 조금 남기고 따라낸 뒤 흔들면 분이 나와 포실포실해진다. 분이 나온 찐 감자는 그 맛이 그만이다.

감자만큼 다양하게 요리할 수 있는 식품도 드물다. 돼지 등뼈를 넣은 감자탕은 감자가 주인공이다. 녹말가루를 내려 만든 감자떡은 또 어떤가? 국을 끓일 때, 생선을 조릴 때도 감자를 넣으면 부드러운 맛을 낸다.

페스트 푸드와 같은 튀김 음식에 익숙한 요즘 애들은 감자를 잘 먹지 않는다. 영양이 풍부한 감자를 먹이려는 센스 있는 주부들이 있다. 감자를 넣은 샌드위치나 샐러드를 해서 간식거리로 먹이려고 노력한다. 열량이 많은 식품보다는 감자 같은 간식이 얼마나 좋은지를 아는 것이다.

▲ 햇감자를 찐 맛이 그만이었다.
ⓒ2006 전갑남
순식간에 찐 감자가 몇 접시째 비어진다. 음식도 여럿이 먹으니까 맛이 더 있는 것 같다. 땀 흘려 일하고 먹는 햇감자 맛을 무엇에 비교하겠는가?

애들이 넷이나 되는 조카네한테 차 안 가득 감자를 실어주자 입이 벌어진다. 감자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조카와 질부가 오히려 고맙게 여겨지는 것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