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남편들이여, 가까운 산에서 휴가증후군 날리자

피나얀 2006. 7. 8. 16:22

 

출처-[오마이뉴스 2006-07-07 12:42]

 

▲ 재현고등학교 앞에서 바라 본 불암산. 산이 작아 예쁜 계곡을 가지고 있다.
ⓒ2006 유성호
▲ 불암산 계곡에서 물놀이 하는 아이들.
ⓒ2006 유성호

'집 떠나면 고생'이란 말이 있다. 여행길에서 꼭 한번씩은 불쑥 튀어나오는 말이다. 그만큼 아무리 계획이 완벽한 여행이라도 불편함이 따른다. 연이어 따라붙는 말도 있다. '고생도 여행의 일부'라는 자위다. 여하튼 '집보다 편한 곳은 없다'는 소리다.

여름 휴가철이 다가온다. 무슨 이유인지 여름휴가는 집을 떠나 바다로, 계곡으로 가야 한다는 당위성이 자리잡았다. 가장들에게는 강박관념으로 작용한다. 교통편과 여비 등 주판알을 퉁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성들에게는 명절증후군이 있다면, 남자들에겐 '휴가증후군'이 있다. 휴가철만 다가오면 은근히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러다보니 여행길은 고행길이 돼 버리기 일쑤다. 비싼 돈을 들여 사서 고생하면서, 부부싸움까지 벌어지면 그야말로 휴가는 '말짱황'이다.

이쯤에서 잠깐! 서울에도 무더위를 피할 그늘과 계곡이 제법 많다는데, 굳이 멀리 갈 필요가 있을까?

피서지의 보고, 서울 북쪽 변방 '불수도삼' 계곡

이런 의문이 들거나, 바다보다 계곡이 좋은 이들에게 안성맞춤인 곳이 서울에도 있다. 이름하여 '북악 4좌' 계곡 피서지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서울 북쪽 끝자락이 얼마나 황홀한지 안다. '불수도삼'이 늠름히 버티고 있는 이 곳은 사시사철 등산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불수도삼'이라 하면 불암·수락·도봉·삼각산(북한산)을 줄여 칭하는 것이다. 이들이 병풍처럼 둘러친 서울의 북쪽은 천혜의 숨겨진 피서지가 많다.

산이 있으면 계곡이 있기 마련. 이들 산은 크고 작은 계곡을 통해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낸다. 또한 깨끗하고 한적한 곳을 차지하기 위해선 적당히 산을 올라야 하기 때문에 때 없이 불어오는 산바람 맛도 볼 수 있다.

물과 바람, 그리고 안방같은 여유로움이 있는 서울 북쪽 계곡 피서지를 자신있게 권한다.

[① 불암산 정암사 계곡] 취학전 아이들 물놀이에 딱


▲ <font color=a77a2><B>[왼쪽]</B></font> 계곡에서 까먹는 도시락은 별다른 밑반찬이 없이도 꿀맛이다. <font color=a77a2><b>[오른쪽]</b></font> 탁족.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하늘 한번 보라. 더위가 머물 수가 없다.
ⓒ2006 유성호
이들 북악 4좌의 가장 큰 특징은 찾아가기 쉽다는 데 있다. 지하철을 타고 조금만 걸으면 어디든 쉽게 닿을 수 있다.

지하철 4호선 상계역에서 내려 15분만 걸으면, 아이들과 한나절을 너끈히 보낼 수 있는 불암산 계곡을 만날 수 있다. 불암산은 4좌 중 높이가 가장 낮은 막내답게 계곡이 작아 취학 전 아이들 물놀이에 적당하다.

불암산 공원 입구에서 정암사 방향으로 올라가면서 자리펼 곳을 물색하면 된다. 비온 직후에 가면 제법 쿨렁이는 물살을 만끽할 수 있다.(은행사거리 쪽에서 올라가는 학도암 계곡도 좋다.)

별도의 볕가리개가 없어도 될 정도로 계곡 주변에 녹음이 짙다. 대부분 울퉁불퉁한 바위로 돼 있어 돗자리가 꼭 필요하다. 아이들이 싫증을 내면 자리를 접고 산 입구 놀이터에 가면 된다. 제법 널찍한 놀이터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기구가 많다.

어른들은 매점 파라솔 밑에서 아이들 노는 것을 보면서 잔치국수나 파전을 먹을 수 있다. 매점은 정찰제로 운영된다.

또 규모가 큰 배드민턴 경기장이 있어 라켓을 가져오면 어른들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운동을 즐길 수 있다.

점심 도시락을 싸가면 별난 반찬이 없어도 밥맛이 좋다. 집에 돌아가기 전 저녁식사는 상계역 1번 출구 성은약국 앞에서부터 시작되는 골목을 둘러보면 된다. 추천할 곳은 돌마루김치삽겹살·속초세꼬시·홍화불닭, 다청채쌈밥. 친절도와 가격대비 맛을 기준삼았다.

[② 수락산 구암약수 계곡] 명상의 숲 평상에서 산림욕을


지하철 7호선 수락산역에서 내려 현대아파트 쪽으로 걸어들어가면 10분도 채 안돼서 시원한 물줄기를 만난다. 지하철역 입구부터 산 입구까지는 전형적인 먹자골목으로 먹을거리, 볼거리가 지천이다.

집에 갈 때 뭘 먹고갈까 고르면서 산을 오르다보면, 잘 다듬어진 등산로를 만난다. 수락산은 초입 부분 산길이 잘 닦여 안전하다. 산세가 불암산보다 크기 때문에 계곡 수량도 풍부하다. 산 속 각종 휴양시설도 상당히 애쓴 흔적이다.

 
▲ 수락산 명상의 숲.
ⓒ2006 유성호
산 입구에서 10여분 계곡을 따라오르면 명상의 숲이 나온다. 널찍한 평상을 여기저기 만들어 놓고 자유롭게 산림욕을 즐기는 곳이다.

가족끼리 독서나 정담을 나누고 등산객들이 도시락을 까먹으며 잠시 쉬는 곳이기도 하다. 그 옆으로는 완만한 계곡이 흐르는데 이 곳 역시 아이들과 시간 보내기 좋은 곳이다.

수락산 역에서 덕성여대 생활관 쪽으로 가면 더 넓고 깊은 계곡을 만날 수 있다. 다만 이 곳은 원주민들이 계곡 옆에 음식점을 차리면서 파라솔로 노른자 물줄기를 점령하고 있어서 요령껏 자리를 찾아야 한다. 수량이 풍부해 튜브로 물놀이가 가능할 정도다.

먹자골목 음식은 평균적으로 맛있다. 그 중에서 두부이야기, 가제골(항아리)수제비 집은 꼭 한번 들 보길 권한다. 질과 양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집이다.

[③ 도봉·삼각산] 깊은 산 속은 계곡 천지


 
▲ 북한산 계곡. 산 덩치만큼 계곡이 깊고 물살이 센 곳이 많다.
ⓒ2006 유성호
북악 4좌 중 형뻘인 도봉산과 삼각산은 산세가 크고 넓어서 계곡이 지천이다. 또 물도 많고 때론 깊다. 물놀이에 앞서 안전을 생각해야 할 곳이 도처에 있다.

수심이 깊어 바닥이 시퍼렇게 보이는 곳도 있고, 낙폭이 큰 폭포도 여러 곳 있다. 눈으로 보기만 해도 더위가 가시고, 몸을 던지면 어금니가 앙 다물어지는 곳도 여럿이다.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도봉과 삼각은 국립공원인 만큼 입장료 등의 부대비용이 든다. 또 자리 나름이지만 워낙 많은 등산객과 피서객이 오가기 때문에 번잡함을 각오해야 한다.

이 곳은 유명한 곳이라 따로 설명이 필요없다. 굳이 추천하라면 망월사역에서 도봉산을 오르는 원도봉 계곡을 꼽는다. 비온 뒤 물소리가 '용맹스럽게' 들리는 곳이다. 등산객도 다른 곳에 비해 다소 적다.

그러나 이 곳보다 불암과 수락의 계곡을 권하고 싶다. 작은 것이 아름다울 때가 있는데, 적당한 규모의 계곡이 그렇다.

먼 곳까지 가서 서울사투리 들을 필요 있나

서울에도 하루를 시원하고 쌈박하게 보낼 수 있는 자연의 터가 은근히 많다는 사실을 알면 남자들의 휴가증후군이 어느 정도 가실 것으로 보인다.

1980년대 초반 강원도 원주 금대리라는 곳에 간 적이 있다. 치악산 계곡이 흐르는 곳인데, 1급수 수질과 뜸한 인적으로 환상적인 계곡 피서를 보낸 적이 있다.

그러다가 1990년대 중반 여름휴가 때는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을 갔다가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한발 재기가 어려울 정도로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부산말(?)은 들리지 않고 '서울사투리'만 사방에서 들려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왜 이 먼 곳까지 와서 소금기 축축한 밤을 보내는가. 나는 왜 이곳에서 어지럽게 복작대고 있는지…. 차라리 서울의 한적한 계곡이 낫지 않았을까. 그래, 그 땐 몰랐으니까….

"참! 올 여름 '출퇴근 피서'는 어떠신가요?"

▲ 원도봉 계곡을 오르면 만날 수 있는 작은 소(沼).
ⓒ2006 유성호


덧붙이는 글
'2006 이 여름을 시원하게' 응모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