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한겨레 2006-07-13 19:24]
한국인이 저지르고 있는 ‘패션적 오류’ 중에 ‘양복바지에 흰 양말’ 다음으로 세련되지 못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해변에서 여성들이 비키니 위에 덧입는 어정쩡한 스커트.
국내 수영복 브랜드에서는 올해도 이 ‘스리 피스(비키니 톱과 브리프 그리고 브리프 위에 덧입는 세트 스커트)’ 비키니를 내놓고 있지만 직업이 패션 에디터인 나로서는 영 마음에 안 드는 아이템이다. 유독 우리나라 여성들만 즐겨 입는 이 덧입는 스커트를 내가 미워하는 이유는 우선 당당하고 솔직하지 않아서다.
원론적으로 ‘옷 입기’에 서 가장 중요하다는 요소인 TPO(Time, Place, Occasion; 시간, 장소, 상황)를 한번 대입시켜 보자. ‘때는 한여름, 장소는 해변, 물속에서 수영을 즐기거나 일광욕을 즐기는 상황’이라는 설정을 하고 보면 이 ‘덧입는 스커트’라는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껍질’에 불과해진다.
한여름의 찌는 더위에 무언가를 덧입는다는 것 자체가 우선 난센스이며, 재미있게 즐기거나 푹 쉬러 간 해변이라는 장소에서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부끄러워한다는 것도 불편한 일이다. 더욱이 물속에서 수영을 하려면 덧입는 스커트는 거추장스럽기 짝이 없을 것이며, 일광욕을 한다 해도 자국 없이 예쁘게 선탠을 하려면 분명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따져 보면 역시 비키니는 단 두 조각만 입는 것이 ‘제대로’라는 이야기다. 몇 년 전만 해도 한국 여성들은 실내 수영장용 원피스 수영복을 해변에서도 그대로 입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가 조금씩 비키니로 한 단계 옮겨가기는 했으나, 여전히 부끄러움 많은 에덴동산의 이브처럼 조금이나마 더 가려보려는 생각에 어정쩡한 스리 피스 비키니로 진화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다음으로 가야 할 길은 두 조각짜리 ‘진짜 비키니’를 입는 일이다.
게다가 두 조각짜리 비키니를 입어야 하는 명백한 이유가 또 하나 있다. 많은 여성들이 비키니를 입으면 뚱뚱하거나 완벽하지 못한 몸매를 들킬까봐 두려워하지만 진실은 오히려 그 반대다. 패션 에디터로서 감히 단언하건대, 뚱뚱한 몸매일수록 오히려 비키니를 입어야 한다. 색깔 있는 원피스 수영복을 입은 여인을 상상해 보자. 멀리서 봐도 그녀의 굵은 허리선이 그대로 들통 날 것이다.
반면 비키니를 입으면 오히려 시선이 위아래로 분산되어 허리선에는 눈이 가지 않게 되기 때문에 원피스보다 슬림해 보이는 효과를 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비키니를 고를 때 목 뒤로 끈을 묶은 홀터넥(Halter-Neckline) 스타일이나 가슴 라인이 V자 형태로 깊게 파인 스타일의 비키니를 고른다면 더더욱 날씬해 보일 수 있다.
이제 올림픽에 출전한 수영 선수 같은 스포티한 원피스 수영복이나 비키니 위에 덧입는 어정쩡한 ‘껍질 스커트’ 따위는 벗어버리자. 올해로 탄생 60돌을 맞아 예순 살이 되었다는 비키니는 오늘날도 여전히 젊고 싱싱하지 않은가. 뜨거운 태양과 시원한 파도가 있는 그곳, 해변에서만큼은 이 예순 먹은 ‘젊은 할머니’, 비키니와 친구가 되자. 언제나 당당해야 더 섹시한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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