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르페르 2006-07-1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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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파데이(Hafa Adai, 안녕하세요)!'
주먹을 쥔 상태에서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쭉 펴는 원주민식 인사가 하루도 지나기 전에 익숙해져 버렸다. 차모로 원주민 처녀들의 화사하고 따스한 환영인사는 짧은 비행시간만큼이나 그들과 거리를 좁혀주었다.
해외여행이라고 하면 으레 시리도록 맑고 푸른 바다가 보이는 상앗빛 백사장의 야자수 그늘에서 가장 편한 포즈로 누워있는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눈부신 햇살을 적당히 걸러주는 선글라스를 끼고 아름다운 열대바다와 시원한 파도소리를 배경으로 간간이 상큼한 열대과일음료로 목을 축이며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을 읽어 내려간다. 푸른 하늘에 걸린 조각구름 뒤로 갈매기 조너선 리빙스턴의 비상(飛翔)을 그리다 보면 어느덧 달콤한 꿈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따스한 햇살 아래서 맘껏 여유를 부리는 달콤한 상상에 빠져있는 동안 비행기는 이른 새벽 사이판 공항에 내려앉았다. 미국령 북마리아나 제도의 지루한 입국절차를 마치고 공항을 벗어나자 별이 총총 뜬 사이판의 새벽 하늘 아래에 담긴 포근한 공기가 몸을 파고든다. 새벽의 정적에 휩싸인 사이판. 가로등 몇 개만이 조는 듯 밝혀진 섬 위로는 별 무리와 보름달이 쏟아져 내릴 듯 반짝이고 있었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북쪽 해안
플레임트리(flame tree) 가로를 따라 북쪽으로 향하는 길에는 싱그러운 하늘 아래 펼쳐진 바다가 푸른 빛깔의 오묘한 변화를 일으키며 동행했다. 태양이 내리쬐고 있는 수수페와 가라판 등의 번화가들은 가벼운 옷차림의 관광객들로 분주하지만 그들에게서는 느림의 철학이 몸에 밴 듯한 여유마저 묻어났다.
제주도의 4분의 1도 안되는 크기의 작은 섬. 번화가를 벗어나 하늘을 향해 뻗은 열대 수림을 뚫고 20여 분도 채 달리지 않아 섬은 끝머리를 내밀었다. 차를 내려 깎아지른 절벽 끝에 서자 파란 빛깔의 고운 바다가 펼쳐졌다. 코발트 블루라는 것이 이런 빛일까?
시리도록 푸르면서도 따스함이 감도는 청정한 빛깔. 아마도 사이판만이 만들어내는 '사이판 블루'인지도 모르겠다. 아래를 내려다보자 저 멀리 파도는 맹렬한 기세로 단단한 바위를 할퀴어댄다.
하얀 파도의 현란한 몸짓은 바위를 핥더니 이내 이방인의 눈을 어지럽히고, 정신을 앗아간다. 현기증이 일며 몸이 기울어 떨어져 내릴 것 같은 위기. 필리핀인 낚시꾼의 '조심해!'라는 소리가 겨우 몽환적인 위태함에서 벗어나게 했다.
몸과 정신을 집어삼킬 듯한 절경을 뽐내는 이 절벽은 제2차 세계대전의 뼈아픈 상흔과 기억을 품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몰린 일본군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자 이곳 '만세 절벽(Banzai Cliff)'과 마주 보이는 '자살 절벽'에서 '천황만세'를 외치며 뛰어내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는 일본군 총칼의 강압 아래 어쩔 수 없이 몸을 던져야했던 한국인 징용군과 '위안부'가 섞여 있었다. 사이판이 일본인들에게는 세계제패의 아쉬움이 담긴 곳이라면 한국인에게는 쓰라린 역사에 가슴이 젖어드는 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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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하고 따스한 차모로 인사법
차모로족의 전통 생활방식과 폴리네시안 댄스를 경험할 수 있는 '하파데이 컬처센터'를 찾았다. 탄탄한 근육질의 차모로족 남성과 아름다운 여성이 환한 미소로 관광객들을 따스하게 맞는다.
해가 서쪽 수평선 너머로 떨어져 내리자 무대에는 대낮처럼 환한 불이 밝혀지고 차모로족의 민속공연이 시작되었다. 한국인과 일본인 관광객들은 열대의 꽃과 야자나무, 기하학적 무늬가 새겨진 차모로 전통의상을 입고 한밤의 축제에 참여한다.
차모로족 타악기의 경쾌한 진동이 밤하늘을 울리는 가운데 사이판, 괌, 뉴질랜드 등 폴리네시안 춤이 이어진다. 차모로 남성들은 전사의 춤과 불춤을 선보인다. 코코넛을 갈고 즙을 내어 천연 샴푸를 만들고 코코넛 나무의 잎을 이용해 머리띠를 만드는 등 그들의 전통적인 삶의 모습도 보여준다.
그리고 차모로족과 관광객들이 함께 하는 춤의 향연이 펼쳐진다. 서로 손과 손을 맞잡고 미소를 나누며 추는 춤은 언어와 피부색을 뛰어넘어 진한 친밀감을 느끼게 해주는 공통언어가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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