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오마이뉴스 2006-07-19 16:42]
제주 중문관광단지 부근에는 아프리카가 있다. 아프리카박물관(관장 한종훈·65)이 그것이다. 이
박물관은 100여 년 전에 진흙으로 지은 서아프리카 말리공화국 젠네에 있는 '젠네회교대사원'(Djenne Grand Mosque)을 본뜬 독특한
외관으로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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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산을 배경으로 서있는 아프리카박물관의 독특한 외관. 외벽으로 튀어나온 막대기(토론.Toron)들은 일년에 한 번 정기적인 보수 때 밟고 올라가는 일종의 작업대. |
ⓒ2006 아프리카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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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루족의 가면.55X18. | |
ⓒ2006 아프리카박물관 |
구루족 가면으로 시작된 아프리카 콜렉션은 아프리카 문화에 대한 그의 몰상식을 점점 바꿨다. 그 후 사업차 나갈 때마다 수집한 것들이 650여 점이 되었다. 아프리카 현지에서 산 것이 40%, 유럽과 미국으로 흘러간 것을 사들인 것이 60% 정도라고.
이렇게 모은 미술품들로 아프리카 문화에 대한 일반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고자 1998년 서울 대학로에 '아프리카미술박물관'을 세웠다.
제주 아프리카박물관은 총 650여 점의 아프리카 민속유물과 미술품을 소장하고 그 중 45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에는 54개국 2천여 부족이 있는데, 그중 30개국 70여 부족의 민속미술품들을 소장하고 있으니 개인박물관으로서는 만만치 않은 컬렉션이다. 주로 서아프리카 쪽의 유물이 많은 편이다.
이 박물관은 개관 초기 이름 '아프리카미술박물관'이 더 어울려 보인다. 아름다운 전시공간이 미술관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박물관이던 미술관이던 둘러본 관람객들이 '미개와 무지의 땅 아프리카'라는 선입견을 바꾸는 것을 보면 작은 보람을 느낀다고.
우리와 흡사한 점이 많은 아프리카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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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리공화국 도곤 부족의 가면에는 우리의 금관에 달린 출자(出字)무늬 장식이 달려있다. | |
ⓒ2006 아프리카박물관 |
말리공화국 도곤 부족의 축제용 가면 장식에는 경주나 부여 박물관에서 보는 금관의 출자(出) 무늬와 같은 모양의 장식이 있다. 너무나 흡사하다.
또 응데벨레 부족의 움막 출입문은 우리네 농가에서 몰래 가져다 놓은 듯 비슷해 혼란스럽기까지하다. 양쪽 문을 여며 안에서 잠그는 시건 장치는 마치 우리의 대문 빗장을 보는 듯 세부 모양까지 똑같다.
더 흥미로운 것은 아프리카 민속 공연팀의 공연. 지하 공연장에서 세네갈에서 온 공연팀(젬베리듬)의 한시간 공연을 보고나면 관람객들은 완전히 아프리카 문화에 매료된다. 우리 전통음악과 아프리카 민속음악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가까이서 듣기는 처음인 아프리카 리듬에 초등학생부터 어른까지 능숙하게 손박자를 맞추고 어깨를 들썩인다. 전혀 거부감이 없는 편안하고 흥겨운 몸놀림들이다. 너나없이 마치 우리의 마당놀이 판에 끼어앉은 착각을 하는 듯하다.
서구인들이 어려워하는 "대~ 한 민 국!" 엇박자 응원을 우리 어린이들은 능숙하게 따라하듯, 아프리카 리듬에 들어있는 엇박자가 친근하게 다가오기 때문일까. 그렇다. 많은 관람객들이 아프리카박물관에서 아프리카 유물들을 보면서 엉뚱하게도 한국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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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데벨레 부족 움막의 출입문은 우리 농촌의 것과 구별이 힘들 정도.(사진 왼쪽) 아프리카 민속음악 공연은 이 박물관 최대 인기 품목. 우리 전통 리듬과 아주 흡사하다.(사진 오른쪽) |
ⓒ2006 아프리카박물관 |
스스로를 박물관 관람 초보자라고 소개한 김원경(37·여·서울 구로동)씨는 "결국 사람 사는 건 우리나 아프리카나 다 같은가 보다" 라는 생각을 했다고. 제주에 관광 왔다가 뜻밖의 경험을 하고 간다면서, 서울에 가면 다른 박물관도 가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는 말도 한다.
박물관 관람 초보자가 아프리카박물관에 들렀다가 '인류 문화의 원천적 동질성'이라는 거창한 문화사 공부를 하고 가는 것이다.
박물관 한 시간 남짓 관람에 수준 높은 문화사 강의를 들은 셈이다. 박물관의 사회교육기능이란 것이 거창하고 부담스런 학습과정이 아님을 실감한다. 제주를 방문했다면 아프리카박물관을 둘러보고 아프리카에 대한 문화 인식을 바꾸고 간다면 어떨까.
박물관이 딱딱할 것이라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프리카박물관을 찾는다면 박물관이 가진 또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박물관 뿐 아니라 제주도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박물관은 틀에 갇힌 교실에서 벗어나 저렴한 비용으로 알찬 문화교육을 받을 수 있는 흥겨운 장소다.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마찬가지.
제주의 아프리카박물관에서는 오늘도 많은 관람객이 아프리카 유물에서 한국을 발견하며 색다른 문화적 체험을 한다. 그 색다른 체험은 고급 문화를 누리는 것이 결코 전문가들만이 전유물이 아님을 깨닫는 짜릿한 감동이다.
한종훈 관장은 "내가 지은 것이지만 박물관은 사회의 것이다"고 말한다. 아프리카 미술품에 매력을 느껴 전 재산을 투자해 아프리카박물관을 만든 한 관장 같은 이들이 있기에 사람들이 색다른 경험과 문화적 희열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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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프리카 여러 부족들의 목침. 마치 우리나라 민속박물관의 조선시대 유물 몇 점을 옮겨놓은 듯하다. |
ⓒ2006 곽교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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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관람문의 064)738-6565 입장료 6000원. 연중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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