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06-07-2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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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 같은 산길의 끝은… 天上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과 홍천군 상남면에 걸쳐 있는 방태산(芳台山·정상 주억봉·1443.7m)은 원시림을 연상케 할 만큼 숲이 우거져 있고, 부챗살처럼 갈래 친 계곡의 수량이 넉넉해 특히 여름철에는 피서를 겸한 산행지로 적격인 곳이다.
비포장 상태지만 418번 지방도로를 따라 조침령터널을 통과하면 양양 앞바다까지 한 시간 안에 접근이 가능하고, 래프팅 메카인 내린천을 끼고 있다는 점을 더한다면 여름 휴가를 보내기에 완벽한 조건을 갖춘 산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산이 크고 수림이 울창한 덕분인지 전국을 물난리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던 이번 큰비에도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고, 홍천에서 인제와 현리를 거쳐 접근하는 도로(44·31번 국도, 418번 지방도)도 7월19일 현재 차량 통행이 가능하다.
“아빠~, 꼭 멧돼지라도 튀어나올 것 같아요.”
노영수·장덕영(속초시 조양동)씨 부부의 외동딸인 유경(청대초교 3년)이는 잔뜩 긴장했다. 산길
곳곳이 움푹움푹 파여 있었다. 이날 새벽 멧돼지가 파헤친 자국이었다. 엄마한테 바짝 다가섰다. 그런데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한다.
“걱정 말아라, 아빠가 더 힘이 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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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에 앞서 암반 위로 옥빛 물이 흘러내리는 적가리골에 발 담글 때 유경이 얼굴은
생글생글 웃음이 넘쳤다. “엄마 그냥 여기서 놀다 가요.” 울창한 숲길 따라 졸졸거리는 물소리에 맞춰 팔을 힘껏 흔들며 걷는 것도 즐거웠다.
장마통에 잔뜩 찌푸린 하늘이 살짝 벗겨지면서 쏟아져 내린 햇살이 숲을 뚫고 들어오자 계곡물은 옥구슬처럼 반짝였다. 아빠와 후배인 이연대(국민대 자연자원학과 4년)씨가 나무나 야생화의 이름을 맞춰보고, 특징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모습은 감탄스러웠다.
이렇게 30분쯤 분위기가 좋았다. 심마니들이 사용하다 무너진 움막 옆에서 물을 뜬 다음 상황이 확 바뀌었다. 코가 땅에 닿을 만큼 가파른 능선길에 접어들자 유경이 얼굴에는 먹구름이 몰려들었다.
“언제 오르막이 끝나요?” 아빠는 멀찌감치 앞장서 오르고, 함께 걷는 엄마는 “그냥 내려가서 계곡물에 놀자”는 딸의 응석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의 사전에 후퇴란 없다”며 정상을 향해 밀어붙였다. 매봉령에 올라서자 경사가 누그러졌고, 탁 트인 산림도로를 따라 구룡덕봉(九龍德峰·1388.4m)에 올라설 때는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산봉과 산릉 사이로 구름이 피어오르는 광경에 눈이 동그래진다.
사륜구동형 차를 몰고 올라온 오토캠퍼들이 “대단하다”며 추켜세워 줄 때는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엄마! 긴바지 줘요. 쓰라려서 못 참겠어요.” 정글 같은 능선 길로 접어들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어른들은 태곳적 분위기가 고스란히 살아 있다며 반가워하지만 유경은 팔다리가 나뭇가지와 풀에 긁힐 때마다 짜증스러웠다. 그러다 주억봉 갈림목에서 쏟아질 듯 가파른 산길을 후들거리는 다리로 40분쯤 내려서자 길이 순해졌다. 계곡 물줄기도 보였다.
“아빠, 다시 한 번 올라갈까? 엄마, 하루 더 놀다 가면 안 되요? 내일은 내린천에서
래프팅하면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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