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싱가포르① 문화 용광로의 속 깊은 울림

피나얀 2006. 8. 4. 00:42

 

출처-[연합르페르 2006-08-03 10:50]

 

하늘에서 내려다본 도심.

'사랑과 미움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처럼 사랑과 미움이라는 반대되는 개념은 언제나 역전이 가능하다. 셰익스피어의 희극 '한여름 밤의 꿈'은 마치 야누스의 얼굴과 같은 이 대극되는 개념의 역전을 보여준다. 특히 셰익스피어는 한 가지 사랑만이 아닌 여러 방식의 사랑을, 웃음을 통해 즐겁게 풀어낸다.

 

흔히 싱가포르 하면 '여행지'보다는 '도시'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무더위에 짜증이 나는 한낮에 시원한 소낙비를 퍼붓는 것과 같은 여행지다. 깨끗하고 돌아다니기 편한 작은 섬나라, 아니 서울 크기 만한 도시인 싱가포르를 여행하다 보면 어느 곳보다 다양한 민족과 언어, 문화를 하나의 그릇에 담아 또 하나의 독특한 어울림을 만들어낸다. 그 어울림이 깊은 울림으로 반짝이는 순간, 다시 찾고 싶은, 꼭 다시 오고 싶은 여행지가 된다.

 

선입관을 버리면 오감이 즐겁다

 

여행.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말이다. 해외여행이라면 상상만 해도 몸과 마음이 다급해진다. 일상의 감옥으로부터 탈출하여 익숙한 곳에서 낯선 곳으로, 늘 걸어본 땅에서 한번도 밟아보지 못한 땅으로 떠나는 설렘 때문이다.

 

그런데 한여름에 상하(常夏)의 도시라면 약간 맥이 풀리는 노릇이지만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깨끗하고 잘 사는 '정원 도시' 싱가포르는 늘 내 안에 앙금으로 남아, 출렁거릴 때마다 목 가까이 차오르곤 했다.

 

파란 하늘 위로 곧게 뻗은 고층 빌딩과 숲, 하루종일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시원한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쇼핑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와 미래의 도시를 오가는 황홀감과 신ㆍ구 문화의 대조적인 매력, 열대의 뜨거운 밤을 쿨하게 즐길 수 있는 강변과 클럽 등은 더위와 도시라는 불만(?)을 털어내기에 충분했다.

 

'긴 여행에서 돌아온 사람은 거짓말을 해도 좋다'라고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주마등처럼 떠오르는 싱가포르의 여정은 지금 생각해도 앙금을 털어낸 것 같아 나도 모르게 혼자 미소 지으며 마냥 행복감에 젖게 한다.

 

 

창이공항을 나섰다. 사우나처럼 후텁지근했다. 차창 밖으로 눈길을 준다. 녹음이 둘러싸여 있는 싱가포르는 도시라기보다는 잘 관리된 도시공원 같았다. 길 양옆으로 늘어선 짙푸른 가로수가 뿜어내는 싱그러움이 머리를 맑게 한다.

 

도시 전체가 마치 아름다운 건물의 숲 같다. 나라 전체가 정원이라고 말할 정도로 곳곳에 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거리는 온통 숲길이다. 공기는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뜨겁지만 조금만 걷다보면 잔디밭을 구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로수들은 그늘을 제공한다.

 

울창한 열대림이 우거진 토트 캐닝 공원, 도심 속의 오아시스 보타닉 가든, 남동쪽 해변의 이스트 코스트 공원, 철새들의 주 경유지인 숭게이블로 자연공원, 아직도 태고의 밀림이 남아 있는 부킷티마 자연보존지구 등은 대부분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공원이지만 싱가포르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홍콩이 이색적이고도 화려한 도시 풍경이 특징이라면 싱가포르의 매력은 깨끗한 거리와 수많은 공원이라 할 수 있다.

 

싱가포르만큼 세련미 넘치는 나라도 드물다. 도시 규모는 아담하지만, 고층빌딩들이 경쟁하다시피 하늘을 찌르고 있다. 하지만 늘씬하게 뻗은 고층건물이 예사롭지 않다. 특이하게도 똑같은 모양의 건물을 찾아 보기 어렵다. '그린 앤 클린(Green & Clean)' 정책에 따른 독특한 건축법 때문이다.

 

각자의 외관을 뽐내는 고층빌딩 사이를 걷다보면 중국어와 말레이어 그리고 영어가 뒤섞인 활기찬 대화가 들려온다. 싱가포르를 여행하다 보면 특이한 느낌을 갖게 된다. 때로는 유럽의 어느 거리를 거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어느 순간에는 동양도 서양도 아닌 독특한 문화에 당황하게 된다.

 

영국 식민지 시대에 지은 2~3층짜리 목조 건물들이 마천루를 배경으로 100여 년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고, 5개의 건물 모양이 마치 사람의 손 모양을 하고 있는 선텍시티와 그 앞에 있는 세계 최대의 분수인 '부의 분수(Fountain of Wealth)'는 도교의 풍수지리설에 근거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싱가포르의 젊음과 최신 유행을 엿볼 수 있는 곳이 오차드 로드다. 싱가포르의 얼굴인 오차드 거리엔 특급호텔과 대형 백화점, 레스토랑, 바, 카페 등이 늘어서 있다. 약 1.5㎞ 거리의 양쪽에 들어선 파라곤, 니안 시티, 다카시마야, 위스마 아트리아, 탕스, 히렌 등 대형 쇼핑몰과 백화점에는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패션 의류와 액세서리, 그리고 한국인들이 제일 갖고 싶어하는 온갖 명품이 즐비하다.

 

특히 일본계 백화점인 다카시마야가 입점해 있는 니안 시티는 오차드 로드에서 가장 크고 고급스러운 백화점이다. 구찌, 버버리, 에스카다, 겐조 등 세계 유명 패션 브랜드가 모여 있어 정신이 아찔해질 만큼 쇼핑의 유혹이 거세다. 한 바퀴 돌면서 구경하는 데만도 만만찮은 시간이 걸린다.

 

쇼핑뿐만 아니라 음식을 즐기기도 너무나 편리하다. 쇼핑센터 내의 푸드코트나 호커센터, 레스토랑에서 '음식천국' 싱가포르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다. 굳이 미식가가 아니더라도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페라나칸(말레이+중국), 인도 등 다양한 먹을거리를 통해 '여행에서 먹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먹을거리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은 푸드코트는 구경만 해도 재미있다. 싱가포르 사람들이 외식할 경우 주로 이용하는 호커센터는 일반 식당보다 저렴하면서도 메뉴가 다양하다.

오차드 거리는 밤이 되면 북적이는 인파와 수많은 네온사인 불빛으로 그 아름다움을 더한다. 거리 곳곳에서는 거리악사의 연주와 퍼포먼스가 벌어져 관광객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