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싱가포르③ 발품 파는 만큼 흥미로운 이색 공간

피나얀 2006. 8. 4. 00:46

 

출처-[연합르페르 2006-08-03 10:50]

 

인도의 축소판과 같은 리틀 인디아.

싱가포르는 각기 다른 조각들이 모여 커다란 하나의 완성된 그림을 만들어내는 모자이크화다. 토착 말레이인들은 물론 초창기부터 이주해 온 아랍인, 중국인, 인도인들이 각각의 문화와 언어를 유지하면서 독특한 색깔을 뽐낸다. 차이나타운, 리틀 인디아, 아랍 스트리트는 싱가포르를 더욱 특색있게 만든다. 그래서 여행자에게는 더없이 흥미로운 볼거리와 색다른 재미를 안겨주는 관광코스다.

 

노스탤지어의 공간, 차이나타운

 

싱가포르의 첫인상은 깨끗하고 조경이 잘된 도시 국가이다. 도시와 숲이 잘 어우러져 있어 '정원 도시'라고도 불린다. 세계 어느 도시를 가거나 하나쯤 존재하는 것이 차이나타운이지만 싱가포르 차이나타운은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거리로 손꼽힐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이나타운은 리틀 인디아와 아랍 스트리트보다는 끄는 힘이 약하지만 규모나 내용 면에서 가장 활기가 넘치고 역동적인 곳이다.

 

차이나타운은 뉴 브리지 로드와 사우스 브리지 로드 사이의 좁은 골목을 가리키는데, 거미줄처럼 얽힌 골목에는 한자로 적힌 간판이 즐비하다. 오래된 상점 안에는 중국식 전통의복에서부터 약재, 중국 도자기와 서예품, 가구, 전자제품 등이 관광객의 지갑을 유혹한다.

 

기념품이나 액세서리는 어딘지 모르게 디자인과 색상이 촌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시내 백화점이나 상점보다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값싼 물건들이 많아 부담 없이 쇼핑하기는 좋다.

황금빛 돔이 빛나는 이슬람 사원이 있는 아랍 스트리트.

 

차이나타운에서 싱가포르 인구의 76.5%를 차지하는 중국계 사람들의 삶과 문화, 이민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차아나타운 헤리티지 센터다. 차이나타운의 역사는 래플즈 경이 싱가포르를 세웠던 18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래플즈 경은 싱가포르의 다수민족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던 중국인들에게 싱가포르 강 서남 지역 전체를 불하했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로 이민 온 중국사람들은 그들의 전통문화를 유지하면서 산업을 번창시켰다. 특히 16세기에 말레이시아의 말라카에 정착했던 중국 상인들의 후손들은 중국어를 못하고 대신에 영어나 말레이어를 사용한다. 이들을 '페라나칸'이라고 한다.

 

차이나타운 헤리티지 센터는 싱가포르 초기 개척자들의 추억과 못 다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가이드를 따라 가다보면 마치 초기 이민자들의 삶 속을 직접 걷고 있한 듯한 기분이 든다. 타임머신을 타고 떠난 과거로의 시간여행이었다.

 

1950년대 초 생선과 야채를 파는 시장풍경, 인기 배우 사진이 붙어 있는 책방, 전당포와 보석가게, 점을 봐주고 음식을 팔던 야시장, 1950년대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숍하우스(Shophouse : 상점과 살림집이 함께 있는 건물) 등을 통해 가난과 억압, 불공평함이 싫어 이민을 결정했던 이민자들의 고된 삶을 느낄 수 있다.

 

가이드는 "이민자들은 고된 삶 때문에 종종 마약, 매춘, 도박 등에서 도피처를 찾곤 했다"고 설명한다. 헤리티지 센터는 중국계 싱가포르인에게는 그리움이라는 이름의 '추억'과 고단함이라는 이름의 '삶'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노스탤지어의 공간이었다.

 

인도의 축소판, 리틀 인디아

 

세랑군 로드의 별칭인 리틀 인디아에 가면 인도계 사람들의 분위기에 흠뻑 빠지게 된다. 간판부터가 한문 간판이 사라지고 대신 힌두어로 쓰인 간판이 즐비하고, 이곳저곳에서 이동전화로 통화하는 사람들의 따발총같이 떠들어대는 소리도 힌두어로 들린다.

 

중국어나 영어를 몰라도 인도인들이 살아가는 데에는 아무 불편함이 없다는 이곳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인도,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인도계 사람들의 중심지다. 대부분 인도 남부지방과 타밀 출신으로 싱가포르 인구의 8.3%를 차지한다.

차이나타운 헤리티지 센터 입구.

 

말 그대로 인도의 축소판과 같은 이곳에 들어서면 마음이 편해지는 인도의 명상음악이 흘러나오고, 진한 커리 향이 코를 자극한다. 골목골목 우리 나라의 남대문만큼이나 복잡한 상가들부터 대형 아케이드까지 이색적인 물건을 파는 가게들이 줄을 잇는다.

 

인도 특유의 색깔을 담은 장신구와 기념품, 인도계 사람들이 결혼식이나 사원에 바칠 때 사용하는 화환, 인도 여성들이 미간에 붙이는 빈디와 남성용 하의인 도티, 각종 향신료와 인도산 패브릭, 그리고 인도 고유의 의상을 걸친 사람들의 모습에서 잠시 인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시바, 비슈누, 브라흐마, 크리슈나 등 다양한 힌두교 신들을 화려하게 조각해 놓은 힌두교 사원 '스리 비라마칼암만 사원'은 한눈에 보기에도 독특한 사원이다.

 

하지만 리틀 인디아는 상가포르의 '그린 & 클린'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지저분한 옐로풍의 거리뿐만 아니라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한 기념품이나 먹을거리 판매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곳이다.

 

아랍 상인의 본거지, 아랍 스트리트

 

리틀 인디아에서 로초 캐날이라 부르는 도랑을 건너면 황금빛 돔이 빛나는 이슬람 사원이 있는 아랍 스트리트다. 차이나타운이나 리틀 인디아처럼 다채로운 볼거리는 없지만, 차도르로 얼굴을 가린 여인과 하얀 롱드레스에 수염이 더부룩한 남자 등 모슬렘 전통의상을 입고 오가는 주민들의 모습이 이채롭다.

 

모슬렘 전통의상과 장신구, 파키스탄의 양탄자, 각양각색의 아랍 칼, 아랍인이 즐겨 쓰는 수십 가지의 향수 등을 파는 상점을 기웃거리다 보면 보는 것마다 듣는 것마다 호기심이 가득 생긴다.

 

여러 민족과 인종이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킨 나라가 바로 싱가포르이다. 알라의 신이 모셔진 이슬람 사원 옆에 인도의 힌두교 사원이 나란히 어깨를 맞대고 있고, 차이나타운 한복판에 힌두교 사원이 있다.

 

차이나타운과 리틀 인디아, 아랍 스트리트에는 각 민족의 역사와 문화뿐만 아니라 종교적, 민족적 차별 없이 서로 다른 문화를 인정하며 살아가는 싱가포르인들의 사고방식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