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한여름, 소금 눈 내리는 마을 '증도'

피나얀 2006. 8. 17. 21:55

 

출처-[조선일보 2006-08-17 10:21]

 

 


정오의 태양이 머리 꼭대기를 후벼 파듯 뜨거운 날이었다. 바람 한 점이 없어 더 괴로웠다. 염전 주변에 자라는 퉁퉁마디(함초)가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에 흔들렸다. 바닥에 고무를 덧씌워 새까만 염전 위에 소금꽃이 하얗게 피었다. 이 더운 날, 긴 소매 윗도리와 챙 넓은 모자로 ‘완전무장’한 염부들이 고무래(곡식이나 흙을 펴거나 고를 때 사용하는 ‘T’자 모양 기구)를 들고 염전에 들어섰다.

여름의 짠맛을 느끼고 싶다면… '소금섬' 증도

하얀 눈? 아니 소금이 눈처럼 쌓인 곳, 증도 이곳이 천일염 때문에 활기를 되찾고 있다 그러나 증도에 소금만 있는게 아니다 피부에 좋은 게르마늄 갯벌, 리조트까지… 조용했던 그 섬이 더 북적이기 전에 가보자

“촤아악~” 고무래가 염전 바닥을 긁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렸다. 고무래를 밀 때마다 소금 무더기가 염전 가장자리에 산처럼 쌓였다. 시커먼 갯벌을 배경으로 소금 무더기가 하얗게 반짝인다. 얼마나 뜨거울까. 그러나 보기에는 아름답고, 시원했다. 일꾼들이 소금을 가득 실은 외발수레를 소금창고로 밀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낡은, 그래서 더욱 드라마틱한 그림을 만들어내는 소금창고 64채가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 도로를 따라 늘어섰다. 소금은 여기서 1년을 보내며 씁쓸한 간수가 빠진 다음에야 팔려나간다. 고단한 대패질(고무래로 소금을 모으는 작업)은 해가 질 무렵에야 끝이 났다. 염전이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무더운 여름이면 새하얀 소금이 눈처럼 쌓이는 곳, 전남 신안군 증도다. 정부에서 1953년, 전증도와 후증도 틈새 갯벌을 둑으로 막아 염전을 만들었다. 이북에서 내려온 피난민들의 생계수단을 마련해주기 위해서였다. 국내에서 가장 큰 염전인 ‘태평염전’의 기원이다. 매년 전국 천일염 생산량의 5%인 1만5000t이 여기서 난다.

 

값싼 수입 소금에 치이고, 소금이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에 밀려 활기를 잃었던 이 ‘소금섬’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소금이라도 모두 해로운 것은 아니며, 한국의 천일염처럼 좋은 소금을 섭취하면 오히려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퍼졌다. 지금은 제대로 된 천일염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떼지어 몰려와 염전을 견학한다.

 

증도에는 소금만 있는 게 아니다. 넓은 갯벌에는 피부미용에 좋은 게르마늄 성분이 풍부하다. 검은 갯벌 뒤로 시뻘건 해가 지는 광경은 장관이다. 우전해수욕장은 여름 성수기에도 비교적 한산하다. 지난 7월, 객실 121개가 있는 ‘엘도라도 리조트’가 들어서면서 숙박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이 됐다. 리조트와 함께 들어선 ‘증도갯벌생태전시관’에서 체험학습도 가능하다.

 

새로운 관광·휴양지로 뜨고 있는 증도. 오는 2010년 뭍과 섬을 잇는 연륙교가 개설된다. 사람들이 몰리고, 한적하고 조용한 섬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더 늦기 전 증도에 다녀왔다.

 


 


갯벌 체험

 

태평염전에서 증도 서쪽으로 조금만 가면 끝도 없이 이어지는 거대한 뻘밭이 나온다. 증도 갯벌은 게르마늄 성분 함량이 높기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갯벌을 기다란 나무다리가 가로지른다. 2004년 놓인 ‘짱뚱어다리’다.

 

길이 470m인 이 다리를 건너다 보면 왜 이름이 짱뚱어가 됐는지 금방 눈치챈다. 갯벌에 짱뚱어와 게가 득실댄다. 시커먼 갯벌 위로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은 낯설지만 아름답다.

 

짱뚱어다리를 건너면 ‘갯벌체험장’이다. 피부 노화방지와 보습효과가 탁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지, 아주머니 서너 분과 젊은 처자 너댓이 팔과 다리에 뻘을 바르고 문지르고있다. 또다른 아주머니 한 분은 큰 양푼을 손에 들고 게를 잡으려고 갯벌을 바쁘게 쏘다녔다.

 

짱뚱어는 매운탕 거리로 그만이지만, 외모와 달리 동작이 민첩해 여간해서는 잡기 어렵다. 잘못하면 질퍽한 뻘에서 빠져나오기가 여간 힘들지 않으므로 물때를 잘 맞춰야 한다. 증도면사무소(061-271-7619)에 미리 물어보면 안전하다.

 

아이가 있다면 갯벌을 둘러본 다음 ‘증도갯벌생태전시관’에 들러도 좋을 듯. 갯벌의 탄생, 종류, 형성과정, 생물, 보존 필요성 등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도록 알차게 꾸며놨다. 어른 2000원, 13세 미만 아동 800원, 13~18세 청소년 1000원. 정식 오픈 전까지는 무료다. 매주 월요일 휴관. 문의 (061)275-8400

 

우전해수욕장

 

우전해수욕장은 증도에서 가장 큰 해수욕장. 길이가 4㎞로 물이 빠지면 드러나는 갯벌이 엄청나게 넓다. 모래가 그렇게 희지 않지만 곱기는 밀가루에 비길 만하다. 뻘이 섞여있어 해수욕과 머드마사지를 함께 즐길 수 있다. 해수욕장을 해송 숲이 애인처럼 감싸고 있다.

 

50여년 전 바람을 막기 위해 조성한 소나무숲이다. 그런데 이 숲이 한반도 모양이라고 해서 ‘한반도 해송공원’이라 불린다. 증도면사부소 뒤 산에 올라가 내려다보면 숲이 정말 한반도를 닮았다.

 



원시적 낚시법 ‘독살’

 

증도 해안도로를 돌다 보면 갯벌에 돌무더기가 드문드문 보인다. ‘독살’이다. 독살은 밀물 때 들어온 물고기가 물이 빠질 때 나가지 못하도록 돌담을 쳐서 물고기를 잡는 원시적 낚싯법이다. 석방렴(石防簾), 석전(石箭), 독장, 독발이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물때를 맞춰야 하는 등 개인이 독살을 체험하기는 어렵다. 여행사 관광상품을 이용하는 편이 편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