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친구·책·물… 무인도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피나얀 2006. 8. 17. 22:22

 

출처-[조선일보 2006-08-17 10:12]  

 

 


전남 신안군 ‘무인도 여행’

 

무인도라…. 완벽한 고독, 혹은 자유, 그리고 일상탈출? 여행상품을 내놓은 ‘마린토피아’에 예약을 하고 슬리퍼와 선블록을 챙겨 떠났다.

 

오후 1시 전남 무안군 고속버스터미널. 여행사 대표 이종택씨가 기다리고 있다. 무인도로 떠나는 일행을 태우고 선착장까지 달리던 승합차가 수퍼마켓 앞에 멈췄다. “여기서 마지막으로 필요한 물품 사세요!” 유독 ‘마지막’이란 단어가 크게 들린다. 무인도에서 필요한 것, 과연 무엇일까.

 

“당연히 친구죠!”

 

강성훈(20·경기도 안양시)씨는 친구 9명과 함께 왔다. 무안 신월 선착장에서 출발한 배가 신나는 ‘뽕짝’을 울리며 무인도로 향한다. 목적지는 전남 신안군에 속한 해섬. ‘마린토피아’에서는 해섬·명섬·끝둥섬·비섬 등 4개의 무인도를 여행 상품으로 관리하고 있다. 무인도 체험은 그 중 길도 내고 가지치기 작업도 어느 정도 해놓은 해섬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배를 타고 40분. 해섬에 도착했다. 그런데 강씨 일행을 비롯한 무인도 여행자 16명의 표정은 밝지 않다. 에메랄드빛 바다, 야자수…. 영화에서 본 무인도를 기대했으니 실망도 당연하다. 의외로 휴대폰은 터진다. 새로 들어오는 여행객을 보고 이틀 전부터 와 있었다는 한 쌍의 연인도 사색이 됐다. 무인도에서의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 받고 싶지 않아 섬을 나간다고 했다.

 

기대했던 백사장은 아니지만 조개가 섞인 모래사장이 갯벌과 맞닿아 있고, 쉴 새 없이 부는 바닷바람이 시원해 사람들의 불만이 누그러진다. 여행객들이 섬에 준비된 텐트부터 치기 시작했다.

 

“야 여기가 다 우리 꺼야!” 모래사장의 최전방에 자리잡고 호기롭게 외치는 강씨 일행. 그러나 경험부족 때문에 텐트는 계속해서 바닷바람에 허물어진다. 결국 무인도에 머물던 ‘야영 베테랑’ 최광필(51·인천)씨의 지도하에 30분 만에 대형 텐트를 완성했다.

 

“무인도에요? 그물이요!”

 


텐트를 치자마자 갯벌로 뛰어든 경순이(61·대구)씨는 짱뚱어를 잡지 못해 약이 올랐다. 부드러운 머드를 온몸에 바르며 피부 관리에 열중하던 김현득(25·대구)씨는 짱뚱어 무리가 후다닥 지나가자 흰 치아를 드러내며 놀란다.

 

무인도에는 짱뚱어를 잡을 수 있도록 사람 키만 한 막대기 끝에 빈 페트병을 끼운 ‘몽둥이’가 10여 개 준비돼 있다. 몽둥이로 짱뚱어를 기절시킨 후 거둬들이면 매운탕 준비완료. 구명조끼를 입고 여행사가 마련한 카누를 타던 강성훈씨 일행은 뒤뚱거리다 결국 배를 뒤집고 만다.

 

“먹을 거리 많이 가져올걸 그랬어요.”

 

해가 넘어가는 저녁 7시. 정지은(27·대구)씨가 울상이 됐다. 배는 고픈데 무인도에는 먹을 거리가 아무것도 없다. 무인도에 가자고 제안했다는 남편 신영진(27)씨가 괜히 무안하다. 그 때 섬 안쪽에서 “식사들 하세요”라고 부른다. 메뉴는 닭죽. 여행사에서는 무인도를 찾은 손님들에게 매일 저녁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책을 한 트럭 가져와도 모자라겠어요.”

 

그늘 아래 해먹에서 단잠을 자고 난 이종현(25·대구)씨. “지루하네요. 잘 잠은 다 잤는데….” 유난히 붉은 노을을 실컷 감상하고 난 백승미(25·대구)씨는 “이것도 경험”이라고 했다. 누군가 마른 나뭇가지를 주워와 모닥불을 피우기 시작한다. 이야기 꽃도 함께 피어나는가 싶더니 그것도 잠깐. 보이는 것이라고는 바다, 들리는 것이라고는 잔잔한 파도소리 뿐.

 

“좋은 카메라 하나 가져오세요.”

 

밤 10시. 사진작가 장덕현(37·서울)씨는 밤 하늘 가득한 별을 보며 “무인도에는 불빛이 없어 어느 곳 보다 별 보기가 좋다”고 했다. 별을 카메라에 담아가려면 삼각대가 필수다. 여기저기에서 별똥별을 봤다는 탄성이 터진다.

 

다음날 오전 8시. 소형 발전기 소리가 아침을 알린다. 휴대폰을 충전하러 오는 강성훈씨 일행. 야생의 원주민이 다 됐다. 전날 밤, 일행 중 한 명이 술에 취해 갯벌에 나갔다가 발이 빠지는 바람에 친구 셋이 오밤중에 갯벌에서 뒹굴었다며 서로 투덜댄다. 몸은 모기 물린 자국으로 가득하다. 무인도에는 모기가 엄청나게 많다.

 

구멍 뚫은 생수통이 샤워기다. 장덕현씨가 한마디 한다. “그 생수통 3개로 6명이 샤워해야 돼요. 그 옆 통에 든 물은 식수에요. 그게 다에요.” 사람들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사이, 누군가 재빨리 생수통을 챙긴다. 무인도에서 정말 필요한 것? 전혀 낭만적이지 않지만 정말 현실적인 대답, 바로 물 아닐까.

 


오전 11시. 저 멀리 ‘뽕짝’을 울리며 무인도를 향해 다가오는 배가 반갑다. 무인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저것이었나 싶기도 하다. ‘탈출용 배’ 말이다.

 

‘마린토피아’(www.marintopia.com·대표 이종택·018-208-6621)에서는 손님을 해섬이 아닌 다른 섬으로 데려다 주기도 하지만, 명섬·끝둥섬·비섬 등은 말 그대로 야생의 섬이라 손님을 내려놓으면 곧바로 ‘나가고 싶다’는 구조요청이 온다고 한다. ‘무인도 여행’은 1박 2일에 8만원(1인기준). 1박 추가 요금은 1인당 1만원.

 

왕복 뱃삯을 비롯해 텐트·버너·코펠 및 낚싯대 대여료, 저녁 식사 1회와 카누 이용료 포함. (여성)손님들의 불만 사항 1위는 샤워와 화장실(각자 ‘일 보고’ 나서 부엽토 등으로 가리고 나오는 ‘생태 화장실’). 마실 물, 씻을 물은 기본적으로 각자 가져가야 한다.

 

물이 없다고 조르면 여행사에서 주기도 한다. 무인도 가는데 씻을 물까지 챙겨가느니, 육지로 나와서 제대로 씻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