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오마이뉴스 2006-08-18 09:14]
자전거 세계일주를 목표로 지난 5월 인천항을 출발, 현재 중국 대륙을 종단하고 있는 당찬 젊은이가 있습니다.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 박정규의 생생한 자전거 세계여행 현장 보고서를 <오마이뉴스> 지면을 통해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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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사현장에 있던 소녀 |
ⓒ2006 박정규 |
산 아래 마을에서 만난 꼬마들이 내 자전거가 얼마냐고 묻는다. 72만원이라고 하니 다들 비싸다며 놀란다. 자기들 자전거는 겨우 3만원이라고…. 그래서 "난 자전거 여행 중이고, 앞으로 라오스, 인도, 미국, 일본까지 갈 거라서 좋은 자전거가 필요하다"고 짧은 중국어를 동원해 말해보지만 잘 이해하지 못한다. 질문 시간이 끝난 후 한 꼬마가 고사리 같은 손 가득 해바라기씨를 쥐어서 내게 준다.
아이들과 함께 있던 할아버지께 '쿤밍'까지 남은 거리를 물으니 150km란다. 뭔가 이상하다. 어제 여관에서는 300km 가까이 남았다고 했는데…. 다들 말하는 게 다르다. 오차가 무려 100~200km 정도 난다. 직접 달려서 진실을 밝히리라.
#. 구이양–쿤밍 8일차 2006년 8월 11일 금요일. 날씨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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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쳐다보자 저렇게 '활짝' 웃어주었다. 한 친구는 표정이...^^: |
ⓒ2006 박정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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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정은 조금 그렇지만(?) 아기에게 자상할 것 같다. |
ⓒ2006 박정규 |
오전 8시 기상. 어젯밤에 비가 그쳤다. 맑은 하늘이….
창 밖으로 시장 쪽을 바라보니, 공터에서 '할머니들'이 빨간 부채를 양손에 들고 춤을 추고 계신다. 아니 춤을 배우고 있는 것 같다. 열을 맞추어, 카세트에서 나오는 음악에 맞춰서 앞으로 뒤로, 다들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나도 오늘 열심히 달려야지.
시장으로.
다른 손님이 먹고 있는 '닭고기 덮밥' 주문. 닭고기, 완두콩, 나물, 콩나물들이 찰밥과 함께. 정작 주인공인 '닭고기'는 조금밖에 없다. 하지만 '쫀득쫀득'한 찰밥이 너무 맛있다. 거기다가 서비스로 시원한 '콩나물 국'이 있어 만족.
반대편 노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뭔가를 맛있게 먹고 있다. 가까이 가보니, 아저씨가 '펄펄' 끓는 기름에 긴 밀가루를 넣어 '긴 빵'을 만들고 있었다. 많은 손님들은 잘게 썰은 긴 빵을, 흰 국물에 찍어 맛있게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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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가루 빵을 펄펄 끓는 기름에 튀겨서 팔고 있었다. |
ⓒ2006 박정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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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들이 '빵'을, 달콤한 우유 같은 국물에 찍어서 맛있게 먹고 있었다. |
ⓒ2006 박정규 |
처음에 국물을 받는 순간이 중요한 것 같다. 다들 젓가락으로 국물을 빠르게 회전시키는 걸로 보아, 그 안에 '뭔가' 달콤한 성분이 있나 보다. 그걸 잘 녹인 후 먹어야 더 달콤한 것 같다. 빵을 한 번에 국물 속에 다 넣지 말고(그랬더니 나중에 눅눅해졌다), 하나씩 찍어 먹어야 갓 튀긴 빵의 고소한 맛과 달콤한 국물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비결.
간식으로 바나나를 구입하려고 가격문의. 아주머니가 바나나 한 덩이 무게를 재신다. 1kg(3Y) 조금 넘어 3.5Y을 요구한다. 그러나 난 3Y에 해달라고 하고, 아주머니는 다시, 3.5Y, 난 3Y. 번갈아 가며 5번 정도 말하자, 결국 아주머니가 져 주셨다. 3Y에 구입(9개).
흥정이 끝나고, 먼저 내 소개를 하자, 환하게 웃으시며 '만조'(조심하세요)를 외쳐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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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 위에서 열심히 열매를 따먹고 있는 친구. |
ⓒ2006 박정규 |
나무 아래 꼬마들이 모여있고, 위쪽을 쳐다보고 있다. 뭔가가 있는 것 같은데, 나뭇가지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다. 자세히 보니 '꼬마'들이 복숭아를 따서 아래 꼬마들한테 던져주고 있다.
사진 촬영을 하려고 셔터를 몇 번 누르자, 꼬마들이 내게 오라는 손짓을 한다. 가까이 가니, 나무 위 꼬마들이 나에게도 작은 복숭아를 몇 개 던져준다. 나무 옆에 앉아 계신 할아버지께서 건너편 수돗가에서 씻어 먹으라고 안내를 해주신다.
복숭아를 씻은 후 빈 물통을 채우려는데, 할아버지께서 기다리란다. 물을 처음 틀면, 이 물질이 있기 때문에 조금 기다린 후 받아야 한단다. 물을 채운 후 할아버지 옆에 앉아서 복숭아를 맛있게 먹고 있으니 꼬마들이 질문을 한다.
첫 번째 질문, 어느 나라 사람?
한국.
두 번째 질문, 자전거는 얼마입니까?
6000Y(약 72만 원). 너희 자전거는 얼마냐?
250Y(약 3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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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작은 친구가... '낫'으로 열심히 풀을 베고 있었다. |
ⓒ2006 박정규 |
할아버지께 '쿤밍'까지의 거리를 문의. 앞으로 150km란다. 다시 문의하지만 같은 거리를 말하신다. 뭔가 이상하다. 어제 여관에서는 300km 가까이 남았다고 했는데…. 다들 말하는 게 다르다. 오차가 무려 100~200km 정도 난다. 직접 달려서 진실을 밝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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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쉬셔도 될 것 같은데...열심히 일하고 계셨다. |
ⓒ2006 박정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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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망태기 안에 돌가루가 가득 들었다. |
ⓒ2006 박정규 |
점심 먹는 시기를 놓쳤다. 아니 장소를 지나쳤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듯. 마을을 지나치면, 작은 민가와 간이 슈퍼밖에 없어서…. 마을이 나타나면 '뭔가'라도 먹어 두는 게 좋다. 마을에 도착하면 밥을 먹으려다 배가 고파 나도 모르게 슈퍼로.
작은 우유 하나와 빵 하나, 아이스크림을 점심 대용으로. 주인 아주머니가, 내가 한국 사람이고 내 몽골에서 '쿤밍'까지 간다니까 '엄지공주'(엄지를 추켜세우는 것을 필자가 이름붙인 것)를 보여 주신다.
인터넷 카페와 여관이 있는 마을까지의 거리, '쿤밍'까지 거리를 문의. 마을은 앞으로 15km, '쿤밍'은 앞으로 336km. 거리가 또 달라졌다. 아니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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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치질을 하시며 돌을 부수고 계셨다. |
ⓒ2006 박정규 |
점심을 먹지 못했기 때문에, 푸짐하게 먹으리라. 돼지고기 볶음과 시홍시 지떼탕(토마토, 계란탕) 주문. 안 매운 고추와 볶은 돼지고기는 쫄 하고, 탕은 얼큰, 시원하다. 고기와 탕 건더기를 다 건져 먹고, 입가심으로 탕 국물까지 마시니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오늘은 체력적 소모가 적어서인지, 아님 바나나를 9개나 먹어서인지 밥을 2공기밖에 먹지 않았다. 평소에는 3~5그릇 정도는 기본.
주인 아주머니께 '여관' 위치를 문의하자 따라오란다. 바로 옆 식당 도착. 주인이 없어서 조금 기다리니 한 아가씨가 나타났다. 주인인 듯. 10Y 방이 있습니까? '여우(있습니다)'
컴퓨터 가방과 작은 가방을 들고 3층으로. 방에 도착하고, 20Y을 주자 거스름돈을 주지 않고 그냥 가려고 한다. 10Y을 달라니까 방 가격이 20Y이란다. 앗! 내가 발음을 잘못 들었나 보다. 10Y: 쓰콰이, 20Y: 얼쓰콰이. 주인이 '얼' 부분을 약하게 발음한 것을 내가 못 들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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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무사주행을 축하하며! |
ⓒ2006 박정규 |
노점에서 과일 파는 아주머니께 문의. 인터넷카페와 저렴한 여관은 여기에서 5km 떨어진 '마을'에 있다고 그리로 가란다. 하지만 그곳은 '쿤밍' 가는 방향이 아니다. 인터넷과 돈 10Y을 절약하기 위해서 10km(왕복)를 갈 것인가 말 것인가…. 인터넷 때문에 가기로 하고 출발하려고 하는데, 오토바이 운전자가 말을 건다.
'리불리(거리가 얼마입니까?)' 3800km 정도 달렸습니다. 그게 아니다라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리를 두드린다. 아! 근육통! 조금 아픕니다. '리불리(거리, 근육통)'는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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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는 넘어진 게 아니라, 함께 누워서 쉬는 모습^^ 주차장치에 문제가 생겼다. |
ⓒ2006 박정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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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관 4곳을 돌아다니며 찾은 숙소! 오늘도 10Y 성공! |
ⓒ2006 박정규 |
아저씨께 보고하자 다른 곳을 가리킨다. 그곳에 가자 '메이여우(없습니다)', 다시 보고, 사진관 옆의 건물을 가리킨다. 그곳에 가니, 반가운 소리 '여우(있습니다)' 10Y 방이 있습니까? '여우(있습니다) 역시 "찾으면 찾아진다."
4층 옥상에 방이 여러 개 있다. 난 가장 왼쪽 방. 1인실. 푹신한 침대, 간이 서랍장, 옷걸이, 콘센트, 작은 형광등. 세면장과 화장실과의 거리 10m. 가장 좋은 건 침대 위에서 일어서도 뛰어도 천장이 닿지 않는다는 점. 어제는 앉아서 허리를 펴면 천장에 머리가 닿았다. 그리고 넓은 창문으로 시원한 바람이. 4번 만에 찾아온 보람이 있다.
방에서 쉬고 있는데, 누가 방문을 두드린다. 앞을 보니 사람이 없다. 아래에서 소리가 난다. 작은 꼬마 아가씨가 모기향을 가지고 왔다. 내가 물 좀 달라니까 자꾸 이상한 말을 계속 한다. 물을 갖다주지 않아 내가 직접 내려가 주인 아주머니께 물을 받아 오니까 꼬마가 투덜 거리면서 하는 말…. 내가 '수 웨이~'(강약에 따라 '물', '잠')을 잘못 발음했다고…. 보고 있던 아주머니는 웃으면서 아주 즐거워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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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규 중국 자전거 종단 코스도 |
ⓒ2006 오마이뉴스 고정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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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정규 기자는 중국여행을 시작하면서, 현지에서 배운 중국어를 토대로 여행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글 중에 표기한 중국 지명이나 중국어 표현들이 부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바랍니다.
![](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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