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2006년 8월 19일(토) 10:56 [오마이뉴스]
자전거 세계일주를 목표로 지난 5월 인천항을 출발, 현재 중국 대륙을 종단하고 있는 당찬 젊은이가 있습니다.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 박정규의 생생한 자전거 세계여행 현장 보고서를 <오마이뉴스> 지면을 통해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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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들이 맛있게 음식을 먹고 있었죠. |
ⓒ2006 박정규 |
필자의 자전거여행을 신기하게 여긴 대학생들의 요청과 아이들의 합류로 단체사진촬영. 초상집이 한 자전거 탄 외국인 때문에 '잔칫집'으로 바뀌어 버린 순간이었다. 한편으로는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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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보니 '초상집'이었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
ⓒ2006 박정규 |
2006년 8월 12일 토요일. 구이양–쿤밍 9일차 / 맑음
07시 40분 기상.
여관 앞 식당에서 밥 먹고 있는데, 다른 손님이 나이를 묻는다. "30살이냐?", 헉, 30살이라니… 어제 만난 할아버지도 같은 나이를 말하셨는데, 수염의 힘인가? 아님 장기 여행으로 '피부'가 많이 상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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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소년이 아침부터 열심히 일하는 모습 |
ⓒ2006 박정규 |
계란탕이 아닌 '삼계탕'을 주문하려고 했는데, '메이여우(없다)' 아쉽지만, 예전에 즐겨 먹던 '또오푸우탕(두부탕)' 주문.
오전에는 비교적 길이 좋아 많이 달릴 수 있었다. 단 자갈길이 많아,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경우가 많았다. 펑크 안 난 게 신기할 따름이다.
'탕' 도착. 가게마다 '건더기'가 다르다. 정말 '두부'만 나오는 집도 있고, '배추' 정도 함께 나오는 집도 있다. 이 집은 '돼지고기, 배추, 토마토, 콩나물'까지 있다. '콩나물'의 시원한 맛과, '두부'의 담백한 맛이 조화를 이뤄서 삼계탕을 잊게 해주었다. 밥 두 그릇 먹고, 물통 4병까지 채웠다. 잠시 자전거를 부탁하고 인근 왕바(인터넷카페)로.
종업원에게 처음부터 USB(이동식저장장치)을 보여주며, '한국친구에게 메일을 보내야 한다'고 하니 따라오란다. 컴퓨터 뒤에 '장치'를 연결하고, 한글 설정할 수 있게 도와줘서 3일 만에 홈페이지 접속 성공. 하지만 속도가 너무 느리다. 사진 한 장 업로드하는 사이에 다른 자리에 있는 사람들 바라볼 수 있을 만큼 느리다.
많은 친구들이 '춤추는 게임'을 하고 있다. '캐릭터'가 화면 중앙에 있다. 한 명도 가능하고 다수도 가능하다. 게임이 시작되면, 여러 가지 춤 동작을 나타내는 '여러 개의 화살표'가 나온다. 빠른 시간 안에 '화살표'를 순서대로 입력하면, '캐릭터'가 멋진 춤 동작을 하게 된다.
빠른 반사신경과 손동작을 요구하는 게임인 것 같다. 그리고 '몸치(춤을 잘못 추는 사람들)'들에게도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게임인 듯. 예전에 한국에서 유행했던 DDR(오락실에 있던 게임으로 큰 화면에 나오는 '화살표'를 보고 발로 '스텝'을 밟으면서 하는 게임)을 손가락으로 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3시간 동안 메일 3통과 사진 100장을 올린 후 다시 식당으로 가는데 뭔가 큰일을 한 듯 뿌듯하다. 아마 중간에 한국 친구 '고승범(아트승삼)군'의 도움이 없었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른다. 점심 먹은 식당에서 저녁까지 먹고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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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통 오른쪽 아래 작은곳에 '담배' 를 고정 시킨 후 맨 위 큰 입구로 담배를 태우시더군요. |
ⓒ2006 박정규 |
한 집 앞을 지나가는데, 마당에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다. 마당 한 켠에는 15m 높이 정도 되는 큰 나무에 작은 나무를 교차시킨 후, 10m 길이의 화려한 장식물을 달아 놓았다. 그 아래에는 실물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흰색, 노란색' 등의 장식용 말 대여섯 마리가 서 있다.
여기저기 폭죽 잔여물이 있는 걸로 보아 '잔칫집'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진 촬영을 하고 있으니까, 음식 나르던 아저씨가 밥 먹고 가란다. '거절'을 잘 못하는 내가 아닌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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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말을 보는 순간 잔칫집인 줄 알았습니다. |
ⓒ2006 박정규 |
아저씨를 따라, 계단을 내려가 집안으로 들어가니… 집 입구 중앙에 '향과 영정 사진'이 놓여있고, 바로 뒤에 큰 '관'이 놓여있다. 방 안에는 '상복'을 입은 사람들이 슬픈 표정을 하고 있다. 아… 잔칫집이 아니라 초상집이구나….
아저씨의 안내로 정말 '상다리가 휘어지게' 준비된 식탁으로. 앞 자리에 앉은 중국 대학생들과 대화하며 식사를 하고 있으니, 한 여학생이 다가와 말을 건다. 알고 보니 자기 '삼촌'이 돌아가셨단다.
저 큰 '장대'는 '명복'을 비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눈가에 눈물이 조금 고여있었지만, 날 만나 반가운 표정을 하고 있다. 나의 여행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주니, 주위 사람들 모두 놀란다. 옆에 있던 꼬마는 다른 사람들이 올 때마다, 앵무새처럼, "내몽골에서 3800km 달려서 왔대요!" 반복해준다.
내가 사람들의 질문에 답하느라 밥을 제대로 못 먹고 있자, 이 집 아저씨가 '밥 먹을 수 있게' 사람들에게 기다려 줄 것을 요청한다. 오랜만에 만난 '생선'을 먼저 먹어 보려고 하는데, 젓가락질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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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상다리가 휘어지게 준비된 식탁에서 음식을 먹었습니다. |
ⓒ2006 박정규 |
맛있게 밥 먹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갑자기, "땡큐베리마치!", 뒤이어 옆에 있던 꼬마는 "아이러브유"라고 한다. 나도 답례로, 꼬마에게 "워 아이니(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한 후 많은 사람들과 실컷 웃었다.
대학생들이 사진촬영을 하길 원해서 식사 후 촬영을 하려고 하는데, 주위의 꼬마들이 갑자기 '합류'해 '단체사진'이 되어버렸다. '초상집'이 한 자전거 탄 외국인으로 인해 '잔칫집'으로 바뀌어 버린 것 같다.
많은 이들이 '이루슨펑, 이루핑안(안전한 여행이 되기를, 행운이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을 외쳐주었고 밝은 얼굴로 날 보내주었다. 한 편으로는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18시 40분. 37.1km. 도로변.
반대편 도로에서 자전거 여행자 두 명이 달려오고 있다. 서로 확인한 후 반갑게 인사 후 지나치려는 찰나에 내가 핸들을 돌려 그들 쪽으로 다가갔다. 그들은 "프랑스"에서 왔고, "우루무치 출발, 홍콩까지" 가는 길. 3개월 반 소요. 주행거리 5000km. 서로 거의 마지막 목적지를 향해서 가는 길에 만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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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2대, 프랑스 친구들 자전거, 오른쪽 필자의 자전거. |
ⓒ2006 박정규 |
식사하면서 여관 위치를 문의하자, 영어선생님이 '싱글'이라며, 자신의 집에 빈 방이 있다고 함께 가잖다. 함께 선생님댁으로.
'프랑스 친구들'은 영어 선생님에게 다양한 질문들을 했다. '이 시의 주요 직업은 무엇입니까?' '선생님, 비즈니스맨, 경찰, 농민 등이다.'
이 집은 얼마입니까?(40평 조금 안 돼 보였다) 그전에는 작은 집에 살았습니까? 큰 집으로 이사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 시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살고 있나요?…
10완(약 1200만원), 결혼을 하기 위해서 이사 왔다. 올 10월 둘째 주에 결혼 예정. 판센 시에는 100만 명이 살고 있다. 이곳 '홍커우'는 '판센시'의 중요한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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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선생님 인터뷰 중. |
ⓒ2006 박정규 |
이 친구들은 보호장비도 전혀 없이, 티셔츠 하나에 반바지만 입고 여행하고 있었다. 하루에 평균 주행거리는 80~100km, 힘든 경우에는 가끔 버스를 이용하기도 했단다. 내가 '구이양'까지는 산이 많다고 하자, 괜찮단다. '버스'를 탈 거라고…
많이 피곤하단다. 레옹을 닮은 '프랑스와'라는 친구는 '우루무치'에서 출발했고, 키가 큰 '에릭'이란 친구는 '쿤밍'에서 만나 함께 '홍콩'까지 가는 길이란다. '프랑스와'의 바지 중간 사이는 '개방'되어 있었다. 중국 어린 아이들이 편하게 '일'을 볼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는 것과 똑같았다. 자전거 타다가 찢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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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바라기씨를 맛있게 먹고있는 '에릭' |
ⓒ2006 박정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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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바라기씨를 맛있게 먹고 있는 '프랑스와'(레옹인 줄 알았습니다) |
ⓒ2006 박정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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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규의 중국 자전거 종단 코스도. |
ⓒ2006 오마이뉴스 고정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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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정규 기자는 중국여행을 시작하면서, 현지에서 배운 중국어를 토대로 여행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글 중에 표기한 중국 지명이나 중국어 표현들이 부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바랍니다.
![](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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