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오마이뉴스 2006-08-22 14:35]
자전거 세계일주를 목표로 지난 5월 인천항을 출발, 현재 중국 대륙을 종단하고 있는 당찬 젊은이가 있습니다.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 박정규의 생생한 자전거 세계여행 현장 보고서를 <오마이뉴스> 지면을 통해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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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죽을 터뜨리는 봉고차 뒤로 긴 장례행렬이 따라오고 있었다. |
ⓒ2006 박정규 |
윈난 푸우위안시에서 자위까지 가는 길에 긴 장례행렬을 만났다. 맨 앞에는 스님이 보이고 그 뒤에는 장례를 알리는 '검은 현수막'을 든 손녀를 시작으로 '영정사진'이나 각종 장식물을 든 사람들과 상주들, 악사 등 100여명이 뒤따른다.
장례행렬이 한쪽 도로를 점령한 채, 시끄러운 폭죽 소리와 차량 통행에 지장을 주었지만, 어느 하나 불평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인도 위에서 '행렬'을 지켜보며 모두들 '생각'에 잠긴 것처럼 보였다. 아마 자신들이 저 '행렬' 속에 있었던 날들, 앞으로 '있을 날들'을 생각한 게 아닐까 생각된다. 누구도 '죽음'을 피해갈 수는 없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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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뒤에는 '고인의 영정 사진'을 든 친구들(위)과 고인의 명복을 비는 화려한 장식물을 든 사람들(아래) |
ⓒ2006 박정규 |
2006년 8월 15일 화요일. 구이양–쿤밍 12일차 / 맑음
09시 기상.
기도한 다음 '중요한 메일' 2통 작성 후 시계를 보니 12시가 다 되었다.
12시 7분. 1.2km 지점. 식당.
밥 먹고 나오니, 폭죽 터지는 소리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작은 봉고차 한 대가 나타났다. 어! 어제 함께 '탁구' 친 친구들이다. 그 친구들이 봉고차 안에서 '폭죽'에 불을 붙여, 도로 바닥에 던지면서 서행하고 있다. 그 뒤로는, 긴 장례행렬이 따라오고 있다.
맨 앞에는 스님으로 보이는 분들이, 그 뒤에는 장례를 알리는 '검은 현수막'을 든 손녀가, 그 뒤에는 왼쪽 팔에 '효'라고 적힌 팔띠를 한 친구들이 '영정사진'을 들고, 그 뒤에는 고인의 명복을 바라는 '화려한 장식물'들을 든 사람들이, 그 뒤에는 백색화환을 든 사람들이, 그 뒤에는 이불 가방을 든 사람들이, 그 뒤에는 고인의 '관'을 든 사람들과 고인의 가족들이, 마지막에는 악사들이 '장례'를을 알리는 음악을 연주하며, 뒤따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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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례행렬. '고인의 관'을 든 사람들과 '상주'들 |
ⓒ2006 박정규 |
그렇게 30분가량 따라 달리다, 마을 외곽쪽(산)으로 가는 것 같아서, '고인의 명복'을 빈 후 핸들을 돌렸다.
장례행렬이 한쪽 도로를 점령한 채, 시끄러운 폭죽 소리와 차량 통행에 지장을 주었지만, 어느 한 사람도 불평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인도 위에서 '행렬'을 지켜보며 모두들 '생각'에 잠긴 것처럼 보였다. 아마 자신들이 저 '행렬' 속에 '있었던 날들', 앞으로 '있을 날들'을 생각한 게 아닐까 생각된다. 누구도 '죽음'을 피해갈 수는 없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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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폭의 그림 같은 경치 |
ⓒ2006 박정규 |
16시 55분. 38.6km 지점. 마을 왕바(인터넷카페)
주인이 직접 USB(이동식저장장치)를 연결해준다. 한글은 사용할 수가 없었지만, 한글 보는 프로그램 설치 후에 부분 '복사'하는 방식으로 메일 발송 성공.
친구에게 메일이 왔다.
안녕 박정규
난 린다*와 오래전부터 함께 자전거를 즐겨 탔었다. 그녀에게 너의 흥미로운 여행이야기를 들었다.
나의 관점에서 너의 여행을 바라보았다. '예맨' 여행은 조금 위험해 보인다. 작년에 아주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여행하는 내내 함께 행운이 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오만'은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자전거는 아니지만 자동차를 타고 여행한 적이 있다. 해안도로를 달리는 코스는 정말 좋았다.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원하면 질문하기 바란다.
나는 지금 2주 동안의 한국 여행을 생각하고 있다. 솔직하게 나의 과제는, 중국 여행을 준비하는 것이다.(1년 동안 큰 대륙을 충분히 달릴 수 있도록) 나는 정말로 한국을 달려 보고 싶다. 이것에 대해 너의 조언을 듣고 싶다. 자전거를 타고 달릴 만한 아름다운 코스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
아마도, 한국으로 가기 위해서 새로운 짐을 꾸릴 것 같다. 나의 계획은 서울에서 쇼핑한 후, 다른 곳을 둘러보는 것이다. 적당한 곳을 추천해 줄 수 있겠니?
고맙다. 훌륭한 여행이 되기를 바란다. 아프리카 횡단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질문하기 바란다. (아프리카 여행을 하기 전에 많은 조사를 했었다.)
힘내라!
Eelco Weijmans / eelco.on.a.bicycle@gmail.com
나의 자전거 여행은 흥미롭다. 유럽,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중국 등. 나의 웹 사이트를 방문해서 자유롭게 느낌을 나눴으면 좋겠다. http://www.backtobali.net/
*린다(1 woman, 2 wheels, 4 countries, 6 months, 8000km)는 방콕에서 4개국을 거쳐 베이징까지 달리고 있는 여성자전거여행자(http://bangkok-beijingbbybike.org). 전에 산에서 만났었고, 처음으로 만난 자전거 여행자였다.
전자사전을 열심히 찾아가며 번역한 결과, 한국여행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것 같다. 전국 일주를 먼저 한 후에, 세계일주를 오고 싶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지금 이 친구에게 구체적으로 해줄 말이 없다. 중국 여행에 대해서 물어봤다면, 좀 더 자세히 답변해 줄 수 있었을 텐데… 자전거 동호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니, 확인 후에 답변을 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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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운기 아래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아이 |
ⓒ2006 박정규 |
산 능선을 달리다가 경운기 아래에 누워있는 아이 발견. 가까이 가보니 자고 있다. 녹색 풀을 침대 삼아서… 일하다 지쳐서 자는 걸까? 아니면 부모님을 기다리다 지쳐서? 뜨거운 햇살을 피해, 경운기 아래에서 자는 모습을 바라보니… 많은 곳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던 아이들 모습이 생각난다.
하얀 돌들이 산 여기저기에 박혀있고, 그 아래에는 많은 녹색 밭과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마치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를 보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사이를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한 대의 자전거. 한 장의 '멋진 달력'을 만들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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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얀 돌들이 마치 보석같이 보였다. 저 사이로~ |
ⓒ2006 박정규 |
머리에 모자인지, 수건인지 모를 듯한 걸 쓰고, 쭈그리고 앉아서 구운 감자를 파는 아주머니가 보인다. 노릇노릇하게 익은 감자가 맛있게 보여서 2개(0.5Y)를 샀다. 설탕이 없느냐는 몸동작을 보여주자, 뭔가 양념통을 들고 오신다. '고추 양념'이다. 굉장히 맵다.
이거 말고 다른 건 없느냐고 하니까, 또 양념통을 들고 오신다. 이번에는 조금 덜 맵다. 자전거 타고 달리면서, 따뜻한 감자를 입 속에 넣으니 마치 소풍 온 기분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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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자 파는 아주머니. 힘든 세월을 살아오신 걸 '얼굴의 주름'이 말해주고 있었다. |
ⓒ2006 박정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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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릇 노릇, 따뜻한 감자 두 개가 겨우 0.5Y |
ⓒ2006 박정규 |
자전거는 관리실 같은 곳 안에 주차 후 방으로. 여관 설명. 5층짜리 공동 숙소, 나의 방은 3층 3인실. '쇠' 침대에 두꺼운 이불 2장을 깔아 놓았다. 콘센트는 없고, 오로지 침대만 3개. 이미 한 명이 자고 있었고,
나중에 한 명이 더 왔다. 공동 화장실과 세면실은 깨끗하지는 않지만 물은 콸콸 나온다. 주인이 10Y 방도 보여줬는데, 똑같은 환경에 침대만 2개란 사실밖에 다른 점이 없다. 이곳은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방을 제공하고, 수익을 내는 것 같다. 정말 저렴하게 '잠만 잘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 같다. 오늘은 여행기 정리는 힘들 것 같아, 그냥 자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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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Y짜리 공동숙소 |
ⓒ2006 박정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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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규 중국 자전거 종단 코스도 |
ⓒ2006 박정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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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정규 기자는 중국여행을 시작하면서, 현지에서 배운 중국어를 토대로
여행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글 중에 표기한 중국 지명이나 중국어 표현들이 부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바랍니다.
![](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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