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맛의 조미료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발효식품, ‘식초’. 술이 변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식초는 특유의 신맛이 입맛을 자극해 음식의 풍미를 돋우는 조미료로 세계 각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미국의 유기농 사과식초, 프랑스의 포도식초, 이탈리아의 발사믹식초, 일본의 현미식초 등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명품 식초도 있을
정도.
조미료의 용도로 사용되어온 식초가 최근에는 고급 건강음료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희석해서 음료처럼 마실 수 있는 제품을
비롯해 칵테일, 케이크, 드레싱 등 출시되는 제품의 종류도 다양하다.
피로회복, 소화촉진, 혈액순환과 혈압조절, 피부미용은 물론
다이어트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식초는 초산과 구연산 등 60여 종의 유기산이 주성분. 이들 유기산은 물에 녹는 항산화제로서
몸속의 나쁜 활성산소를 파괴하고 피로물질인 젖산을 분해해 원기를 북돋아준다.
이미 식초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가 5명이나 될 뿐 아니라
최근 미국, 유럽, 일본 등지에서 활발하게 진행되는 연구에서 효능이 꾸준히 밝혀지고 있어 식초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전망이다.
흔히
과일을 원액으로 하는 것은 과실초, 곡물로 만든 것은 곡물초로 분류하지만 쌀, 현미 등을 원액으로 발효한 것은 ‘흑초’라고 부른다. 흑초는
항아리 속에서 쌀누룩과 찐 현미가 1년 이상 발효 숙성 기간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아미노산과 당이 반응을 일으켜 검은 색소가 생기면서 맑은
흑갈색을 띄는 것이 특징이다.
흑초는 오랜 발효기간 동안 생긴 초산,
아미노산, 유산 등이 체내 밸런스를 유지해주고, 비만 해소, 혈액 순환, 피로 회복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흑초 의 고장 가고시마
후쿠야마
세계 최장수국 일본에서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일상 식단에서 식초를 자연스럽게 섭취한다. 일본인들에게
‘식초’란 입맛을 돋우는 조미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피로회복과 소화, 혈액순환, 혈압조절 등에 효과가 뛰어난 건강음료로 일상화된 지
오래이다.
일본에서는 물론, 세계적인 장수 마을로 손꼽히는 ‘가고시마’는 식초의 고장으로 유명한 곳. 천혜의 자연 환경으로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며 사계절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지만 일본인들에게는 흑초의 생산지, 후쿠야마가 있는 곳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흑초(黑酢, 쿠로즈)’란 쌀과 누룩, 천연 암반수를 1년 이상 장기 숙성, 발효시키는 원리로 만들어지는 현미식초를
말하는데, 발효 과정에서 색이 점점 어두운 갈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검은 식초, '흑초'라 불린다. 현미의 영양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일반
식초보다 필수 아미노산과 유기산이 5~10배 이상 많이 함유되어 있고, 각종 성인병의 예방 효과도 탁월하다.
가고시마에서도 특히
후쿠야마의 ‘흑초’가 유명한 이유는 이곳에 200년의 전통을 이어온 흑초 장인이 있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후쿠야마는 외국 문물이 수입되던
상업지역으로 200여 년 전 한 중국 상인에 의해 쌀로 식초를 만드는 방법이 처음 유입되어 이곳에서 뿌리를 내렸는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2개의 양조사만 남았고, 그중 5대에 걸쳐 흑초를 만들고 있는 시게히사 가문의 ‘중구성일초’ 양조장만이 현재까지 흑초의 옛 맛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
일본 내에서도 최상품으로 통하는 시게히사 가문의 흑초는 1972년
정부에서 각 지역의 특산품을 정부가 인증하는 후루사토 제도를 실시한 이후 전국 제 1호로 마크를 획득했을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