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오마이뉴스 2006-08-2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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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생화 꽃밭을 구경하기 위해 노고단에 올라가고 있는 탐방객들. |
ⓒ2006 최성민 |
노고단은 일찍이 '구름 위 꽃밭' '하늘의 화단' 등 애칭으로 불려왔다. 그만큼 높은 곳에 이색적으로 꽃들이 많이 피어있다는 것이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지금 노고단에 가면 여름꽃과 가을꽃, 그리고 일부 '철모르는' 봄꽃 등 10~20여 가지 꽃을 한눈에 담아볼 수 있다. 기온도 아래 쪽 평지보다 한결 시원해서(서늘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한발 앞선 가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날씨는 흐린 때가 더 많지만, 뭉게구름이 떠다니고 꽃이 함초롬히 피어나는 갠 날이면 파란 하늘과 흰 구름, 주변의 암록색 산빛이 배경이 되어 이 '구름 위 꽃밭'은 더욱 환상적인 모습으로 변한다.
분홍색깔로 쪽빛 하늘을 받치며 몸 비벼대는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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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종 야생화가 피어 있는 노고단. |
ⓒ2006 최성민 |
노고단 생태계는 '아(亞)고산 생태계'라 하여 울창한 삼림과 나무가 자랄 수 없는 고산 중간에 있는 생태계로서 풀과 구상나무 등 키가 작은 나무들만 자란다. 노고단에서 40년쯤 자란 가장 큰 구상나무의 키도 2m 정도밖에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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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종 야생화가 피어 있는 노고단. |
ⓒ2006 최성민 |
그 가운데서도 들꽃들이 피고 지는 것은 계절의 바뀜과 세상만사의 변화를 가장 선연하게 말해주는 '철학교과서'다. 노고단 야생화 낙원엔 지금 여름꽃 원추리와 가을꽃 이질풀꽃이 가장 많이 피어, '철바꾸기'의 주인공 노릇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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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추리꽃. |
ⓒ2006 최성민 |
노고단 들꽃밭엔 그 밖에도 동자꽃·참취꽃·도라지잔대꽃·모싯대꽃·꿩의 비름·기린초·며느리 밑씻개·며느리 밥풀꽃·짚신나물꽃·마타리·범꼬리·옥잠화·구릿대·물매화·여우팥 등 20여 종류가 함께 섞여 서로 몸을 비벼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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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질풀꽃. |
ⓒ2006 최성민 |
꽃꽃마다 우리네 애틋하고 가련한 삶
이 지리산 들꽃 만나기는 우리 땅과 자연이 주는 토종 정서와 함께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생명의 '아름다운 원칙'을 알게 해 준다. 들꽃에 담긴 사연이나 이름에 얹힌 이야기를 들으면서 들꽃길을 걸어가면 우리네 삶의 애틋한 자투리가 엿보이면서 지금 삶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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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자꽃. |
ⓒ2006 최성민 |
옛날 강원도 설악산 한 작은 암자에 노승이 부모없는 아이를 데려다 기르고 있었다. 어느 해 동짓날 노승은 겨울채비를 위해 산을 내려갔다. 그런데 갑자기 폭설이 내려 길이 막혔다. 며칠 뒤 눈이 그치자 서둘러 절에 돌아와 보니 동자는 노승을 기다리며 툇마루에 앉은 채 얼어죽어 있었다.
스님은 동자를 양지바른 곳에 묻어 주었다. 이듬해 여름 그 무덤가에는 동자승의 얼굴처럼 동그랗고 빨간 꽃 한 송이가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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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루오줌. |
ⓒ2006 최성민 |
고약하게 시집살이를 하던 며느리가 밥을 짓다가 뜸이 들었는지 보려고 주걱에 붙은 밥풀 몇알을 물었다. 이것을 본 시어미가 집안 음식을 다 축낸다고 며느리를 마구 때려, 결국 죽게 만들었다.
이듬해부터 햅쌀이 날 즈음 빨간 입술에 밥풀을 문 모습의 꽃이 산속에 피어났다. "음식이 아니라 밥풀뿐이어요"라고 말하는 이 꽃엔 세상을 한탄스러워하는 정서가 담겨 있다. 수줍음을 잘 타서 산 속에서만 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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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과 나비. |
ⓒ2006 최성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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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패랭이꽃. |
ⓒ2006 최성민 |
덧붙이는 글
* 노고단 가는 방법
승용차는 호남고속도로로 전주~남원~구례, 기차는
구례구역(새마을호, 무궁화호)에서 내린다. 남원에서 구례로 가는 남원~밤재~산동마을~순천간 직통 국도를 타고 가다가 천은사 나들목으로 들어간다.
노고단은 천은사 앞을 지나 성삼재까지 올라가서, 성삼재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간다. 주차장에서 노고단까지 40분.
그동안
사람들의 무분별한 캠핑 등으로 환경이 많이 훼손돼, 노고단에서는 몇 년 전부터 자연 휴식년제가 실시되고 있다. 따라서 노고단 야생화 단지에
들어가려면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예약, 신청하거나 노고단 안내초소에 당일 오전 9시 30분까지 도착해 신청해야 한다.
노고단 야생화를 보러 가는 길에 꼭 들러볼 곳이 있다. 구례읍 들머리에 있는 구례군농업기술센터가 그곳이다. 기술센터 안에는
지리산야생화학습원이 마련돼 있다. 지금 부레옥잠과 이질풀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는 이곳엔 지리산 일대에서 철따라 피는 들꽃들이 다 내려와 있다.
야생화학습원에서는 설명을 곁들여 들꽃을 보여주고, 번식시켜 분양도 한다. 따라서 이 야생화학습원에 들러 야생화를 예습하고 가면 지리산 야생화들을
훨씬 친근하게 만나볼 수 있다. 문의 (061)780-2559(구례군농업기술센터).
![](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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