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2006년 8월 24일(목) 9:46 [오마이뉴스]
자전거 세계일주를 목표로 지난 5월 인천항을 출발, 현재 중국 대륙을 종단하고 있는 당찬 젊은이가 있습니다.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 박정규의 생생한 자전거 세계여행 현장 보고서를 <오마이뉴스> 지면을 통해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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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나가 어린 동생을 업고 걸어가고 있었다. 뒤에는 동생인 듯. |
ⓒ2006 박정규 |
주황색 꽃밭에서 만난 친절한 아저씨. 꽃잎을 따 차로 먹는 거냐고 물으니까 나를 나무 아래로 데려가더니 배 하나를 깎아 주신다. 사라는 건가? 일단 맛있게 먹고 보니 하나 더 깎아 주신다. 다 먹고 얼마냐고 물으니 돈 필요 없단다. 꽃을 먹을 수 있냐고 물은 걸, 배가 고픈 줄 아셨나 보다. 꽃밭에서 일하면 마음도 향기로워지나 보다.
2006년 8월 16일 수요일. 구이양–쿤밍 13일차 / 맑음
08시 40분 기상.
여관 옆 식당에서 미센(쌀로 만든 우동 면발의 국수): 얼큰. 시원. 또오찌안(달콤한 흰 국물), 류타오(기름에 튀긴 긴 빵)로 아침 해결. 사람들이 또오찌안 한 그릇(0.5Y), 류타오 긴 빵 하나(0.5Y)를 즐겨 먹는 이유는… 첫째는 저렴한 가격, 둘째는 누구나 먹기 쉽고, 배가 부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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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대자루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아이들 |
ⓒ2006 박정규 |
비록 시장 바닥이지만, 이들에게는 그리 중요한 것 같지 않다. 남매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아주 즐거워 보였다. 별다른 놀이기구도 없이, 서로 포대 자루 위에서 밀어서 떨어뜨리는 게임(?)을 하면서 즐겁게 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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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과일들. 석류, 배, 포도, 녹색 귤... |
ⓒ2006 박정규 |
시가지를 벗어나려는데, 잘 정리된 광장이 보인다. 잠시 구경. 일반적인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잘 관리된 나무들, 산책로, 광장 등이 있었다. 그러나 좀 다른 점이 있다면, '복(福)'이란 큰 글자가 적힌 붉은 등이 있다는 것. 밤에 보면 아주 예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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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 공원에 큰 복(福)자의 붉은 등이 눈길을 끌었다. |
ⓒ2006 박정규 |
오르막에서 아저씨께 인사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는데, 멍멍이들이 '추월(?)'하는 줄 알고 기분이 나빴나 보다. 그때부터, 먹이를 추격하듯이 빠른 속도로 날 쫓아오기 시작했다. 아저씨는 페달에서 발을 뗀 채 가만히 있었는데도, 세 마리의 개가 빠른 속도로 달려서 그런지 앞으로 잘도 나아간다.
속도계를 확인하니 20km/h. 하지만, 아저씨 자전차 수레에는 큰 통이 세 개나 실려 있었기 때문에 멍멍이들은 50m 가량 따라오다가 지쳐버렸다. 이번에는 오히려 '오르막'이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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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레 끄는 개 |
ⓒ2006 박정규 |
오르막. 큰 나무 그늘 아래서 잠시 쉬어 가기로. 앉아서 고개를 돌렸는데, 작은 꽃들이 보인다. 카메라를 들고 가까이 가보니, 정말 아름답다. 푸른빛을 머금고 있는 친구, 백지를 삼킨 것 같은 친구, 하얀 털북숭이 친구.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기분 좋아지게 하는 '능력'을 가진 친구들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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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들 |
ⓒ2006 박정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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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 깎아 주시던 아저씨 | |
ⓒ2006 박정규 |
촬영 후 꽃을 차로 먹는 거냐고 물으니까 아니라며 따라오란다. 함께 10미터 정도를 걸어가 나무 아래 도착. 그곳에 과일들이 배와 사과 등이 조금 있었다. 갑자기 '배' 하나를 깎더니 나에게 내민다. 사라는 건가?
일단 먹고 보자! 맛있게 하나를 다 먹으니, 금세 하나를 더 깎더니 또 주신다. 다 먹은 후 '얼마입니까?'라고 물으니, 웃으시면서'부야오 치엔(돈 필요 없습니다)' 내가 꽃을 먹을 수 있냐고 질문해서, 배가 고픈 줄 아셨던 걸까? 꽃밭에서 일하면, 마음도 꽃처럼 향기로워지나 보다.
도로공사 중인 도로 진입.
비포장도로가 어떤 것인지 알 것 같다. 온몸이 쿵쿵, 자전거의 울림이 그대로 느껴진다. 10km 가량 달리다, 상태가 조금 양호한 건너편 도로로 넘어갔다. 그러나 곧 이쪽 도로도 상태가 나쁜 도로가 나타났다. 양쪽 도로를 번갈아 이동하면서 달렸다.
갑자기 내리막이 나타났다. 자갈이 너무 많아 미끄러질 것 같아, 브레이크도 거의 잡지 않고 내려왔다. 한 번은 작은 둔덕을 넘었는데, 자전거가 10cm 가량 지면에서 공중으로 떴다가 '쿵' 하고 떨어졌다. 그 이후에, 뒷바퀴 쪽에서 부딪히는 소리가 계속 났다. 내려서 살펴보니, 뒷바퀴와 짐받이가 거의 붙어있다. 손으로 쳐서 대충 고정시킨 후, 다시 출발. 숙소에 도착한 뒤 점검해봐야 할 듯. 또 '허브'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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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장치도 없이 일하는 사람들 | |
ⓒ2006 박정규 |
중공업에서 잠시 일할 때, '안전'에 관한 인상 깊은 이야기를 들었다. 일본의 한 중공업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직원이 사고로 죽었고, 회사 간부가 초상집에 찾아가 미망인을 만났다. 미망인이 간부에게 질문한 내용이다.
"당신의 회사에는 직원이 어느 정도 됩니까?"
"2만 5천 명 정도 됩니다."
"당신에게는 우리 남편이 2만 5천 명 중의 한 직원일 뿐이겠지만, 저희 가족에게는 하나뿐인 가장입니다."
그 말에 간부는 많은 생각을 했고, 직원들의 '안전'에 대해 체계적인 '방침'들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 후로 일본 중공업계의 '안전'은 자타가 공인할 정도가 되었다. 나도 그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 나의 '안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 결과, 중공업 아르바이트 기간이 끝나도록 큰 사고 없이 일할 수 있었다.
16시 45분. 63km 주유소. 긴 상가건물이 있는 곳. 소나기 잠시 피하는 중. 비가 그쳤다. 일단 저녁 먼저 먹기 위해 인근 식당으로. 20km 가량 비포장도로 위를 달렸더니, 온몸이 얼얼하다. 내가 '말을 타고 온 건지, 자전거를 타고 온 건지 모르겠다.'
고기 두부탕(료우 또오푸 탕)을 주문했는데, 고기 두부볶음 요리가 나왔다. 나의 '탕' 발음을 제대로 못 들었나 보다. 밥 먹으면서 여관 위치를 물었더니, 이곳에서 '여관'도 같이 한단다. 자전거는 식당 안 작은 창고 같은 곳에 보관하고, 짐을 2층 방으로 옮긴 후 인터넷 카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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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펭귄 그림이 있으면, '왕바(인터넷카페)' 가능성이 크다. | |
ⓒ2006 박정규 |
식당에서 2km 가량 떨어진 마을에 도착하니, 눈에 익은 '펭귄(중국 인터넷 메신저 QQ 캐릭터)' 그림이 있는 간판이 보인다. 바로 '왕바(인터넷카페)'였다. 30~40대의 컴퓨터가 있었고, 사람들이 가득했다. 다행히 USB(이동식저장장치) 사용과, 한글 읽고 쓰기가 가능했다. 아주 중요한 메일에 대한 답신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숙소로 돌아와 씻으려고 하는데, 물이 나오지 않는다. 아까도 손밖에 씻지 못했다. 인근 주민도 물을 길어 쓰고 있었다. 도로공사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이곳은 원래 2층까지 식당으로 사용하다가 장사가 어려워지자 1층만 식당으로, 2층은 여관으로 개조한 것 같다. 빈 방 곳곳에 식탁과 의자가 정리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었다.
3층에는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었다. 하지만 샤워실은 잠겨있고, 화장실은 물이 나오지 않으니 있으나 마나. 그리고 아직 정리되지 않은, 먼지가 수북한 빈방들이 3, 4개 있었다.
내 방은 1인실, 푹신한 침대, 밝은 형광등, 콘센트가 있다. 씻지 못해도 이 정도면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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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용하지 않는 식당 2층의 필자 숙소(방문이 열린 곳) |
ⓒ2006 박정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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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규 중국 자전거 종단 코스도 |
ⓒ2006 오마이뉴스 고정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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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정규 기자는 중국여행을 시작하면서, 현지에서 배운 중국어를 토대로 여행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글 중에 표기한 중국 지명이나 중국어 표현들이 부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바랍니다.
![](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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