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오마이뉴스 2006-08-2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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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위에 펼쳐진 지난 여름의 파노라마가 신불산 능선 출렁이는 억새꽃 위에 펼쳐진다. |
ⓒ2006 서종규 |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 중에서)
무더위에 펼쳐진 지난 여름의 파노라마가 신불산 능선 출렁이는 억새꽃 위에 펼쳐진다. 구름이 머물렀던 철쭉의 향연이 지나고, 무더위와 폭풍우에 할퀴었던 지난 여름의 기억, 그러나 자연은 어느 새 억새꽃이 전하는 가을의 편지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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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새꽃은 세상에 전할 가을의 편지를 써서 우리들에게 전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
ⓒ2006 서종규 |
유럽의 알프스 산에 버금간다는 '영남 알프스'는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과 경남 밀양시 산내면, 경북 청도군 운문면 등 3개 시도에 모여 있는 해발 1천m 이상의 가지산(1240m), 운문산(1188m), 재약산(1189m) 신불산(1208m) 영취산(1059m), 고헌산(1032m), 간월산(1083m) 등 7개 산들을 지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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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류폭포, 50m가 넘어 보이는 절벽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가슴을 씻어주었다. |
ⓒ2006 서종규 |
홍류폭포 옆에 있는 조그마한 샘에서 목을 축이고 곧바로 신불산 정상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폭포를 만난 행운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거의 급경사로 솟구쳐 오르는 가파른 길이 우리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사방은 몇 미터의 앞도 보이지 않는 구름 속에 싸여 있었다.
끝없이 솟구쳐 오르는 길은 우리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더구나 습도가 높은 날씨로 인해 구름 속에 휩싸인 우리들은 땀으로 목욕을 하고 있었다. 산은 보통 오르다가 옆으로 가다가 다시 오르는 반복이어야만 즐거운데 계속하여 솟구쳐 오르는 것이 힘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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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불산 공룡능선, 능선이 뾰족한 바위로 정점을 이루고 있어 칼바위 능선이라고 한다. |
ⓒ2006 서종규 |
8부 능선에 다다랐을 때에는 줄을 잡고 올라야 하는 거대한 절벽도 몇 군데 나타났다. 영남의 알프스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라고나 할까. 습도가 높고 바람도 불지 않는 구름 속에서 우리들은 계속 강행군을 하여 능선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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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새는 아직 활짝 피어나지 않았지만 자줏빛을 띈 황갈색의 꽃들이 고개를 내밀어 가을을 맞고 있었다. |
ⓒ2006 서종규 |
그러나 그 뾰족한 칼바위를 밟고 가는 우리들에게 보이는 것은 사방에 구름뿐이었다. 발 한 번 잘못 밟으면 위험할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칼바위 등산이었지만 구름으로 인해 구름 사이를 걸어가는 징검다리 밟기 같은 산행이었다.
오후 2시, 신불산(1208m)은 그렇게 우리들을 맞았다. 신불산 아래 가느다란 바위 끝에서 점심을 해결한 우리들은 힘을 내서 신불산 정상에 올랐다. 그런데 신불산 정상은 너무나 평온한 고원지대를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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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에 가려 얼굴을 드러내기 수줍어하는 영취산까지 우리들에게 가을의 편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
ⓒ2006 서종규 |
우리들은 신불산 정상에 배낭을 풀어놓고 간월산(1083m)으로 향하였다. 간월산은 신불산에서 2.3km정도의 거리에 있는데 서쪽으로 평원을 타고 가다가 내려가 잘 단장된 간월재를 지나 다시 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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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불산에서 영축산 사이 60여 만평 신불 평원의 억새 군락지에 억새꽃이 만발하는 가을이 되면 솜털처럼 하얀 억새꽃 천국을 이룬다고 한다. |
ⓒ2006 서종규 |
간월산의 간(肝)은 '곰' 등과 함께 우리 민족이 써오던 신성하다는 뜻을 가진 말이며 월(月)은 넓은 평원을 뜻하는 말이다. 간월재에서 간월봉에 이르는 길에 펼쳐진 평원에 억새가 춤을 추고 있었다. 그 위에 구름이 일어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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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월재에서 간월봉에 이르는 길에 펼쳐진 평원에 억새가 춤을 추고 있었고, 그 위에 구름이 일어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 했다. |
ⓒ2006 서종규 |
신불산에서 영취산까지의 광활한 능선에 펼쳐지는 억새의 장관은 과히 억새의 천국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구름에 가려 얼굴을 드러내기 수줍어하는 영취산까지 우리들에게 억새의 물결로 가을 편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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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
ⓒ2006 서종규 |
신불산에서 영취산 사이 60여 만평 신불 평원의 억새 군락지에 억새꽃이 만발하는 가을이 되면 솜털처럼 하얀 억새꽃 천국을 이룬다고 한다. 겨울이면 억새 위로 새하얀 눈이 내려 절정을 이룬다는 이 곳이다. 우리들은 발길을 멈추고 피어나기 시작하는 억새꽃의 물결이 전하는 가을의 편지를 몸에 간직하기에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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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불산 억새 평원, 자연은 어느 새 억새꽃이 전하는 가을의 편지를 쓰고 있다. |
ⓒ2006 서종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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