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오마이뉴스 2006-08-29 10:35]
|
▲ 하늘의 별처럼 빛나고 싶은 털별꽃아재비 |
ⓒ2006 김민수 |
옹기종기 머리를 맞대고 피어 있는 것을 보면 영락없이 작은 별들이 땅에 내려온 형상입니다. '털'자가 붙은 것은 줄기와 이파리에 끈끈한 털이 있어서이고 '별꽃'은 별을 닮았다는 뜻입니다만, '아재비'가 붙어서 그냥 별꽃 비슷한 것 정도로 불리는 꽃입니다.
별꽃들은 작지만 상당히 예쁜 편이지요. 그러나 털별꽃아재비는 작긴 하지만 예쁜 편은 아니지요. 그래서 그 꽃의 존재를 아는 사람들도 그냥 지나쳐 버리는 꽃이기도 합니다.
|
▲ 혀꽃(흰색)도 듬성듬성 달려 별로 예쁘지 않은 털별꽃아재비 |
ⓒ2006 김민수 |
아이들에게 별꽃 이야기를 이렇게 해 줍니다.
"저 먼 하늘에서 반짝이는 작은 별이 있었단다. 저 먼 하늘에서 지구를 보면 또 하나의 별처럼 보였던 것이지.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별을 따주고 싶다 하고, 별에 가고 싶다 하는 것처럼 그 하늘의 별들도 작은 지구별을 보면서 이곳에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그러나 거저 이뤄지는 소망은 없는 법이란다. 때가 되면 그곳에 갈 수 있지만 온 몸이 산산조각 나는 아픔을 겪어야만 한다고 하나님은 말씀하셨단다. 그래도 그 작은 별은 지구별에 가고 싶었어. 그 소망이 이루어지던 어느 날, 유성이 되어 지구별에 떨어진 작은 별은 산산조각 나서 이리저리 빛을 내면서 튀었단다. 그 작은 조각들이 떨어진 곳마다 작은 꽃이 피었고 사람들은 이 꽃들을 별꽃이라고 불렀지. 별꽃 중에는 색깔이 다른 꽃도 있는데, 밤하늘에 빛나는 별의 색깔을 닮아서 그런 것이란다."
|
▲ 혀꽃 안에 작은 통꽃들이 활짝 피어있는 털별꽃아재비 |
ⓒ2006 김민수 |
작은 별 속에 또 다른 별을 무수히 새긴 것이지요. 참으로 신기했습니다. 그 작은 통꽃들마다 생명을 품고, 자신들의 영역을 넓혀갑니다. 벌 한 마리가 앉기도 힘들 것 같은 작은 꽃, 그 안에 이렇게 많은 꽃들이 새겨져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그 작은 통꽃마다 씨앗이 여물듯,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작다고 여겨지는 이들도 야무진 씨앗을 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뽑히고 밟히고 때론 제초제에 말라죽어도 기어코 다시 피어나는 저 들판의 꽃처럼, 그렇게 강인하게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
▲ 사람의 눈엔 보이지 않는 통꽃을 간직한 털별꽃아재비 |
ⓒ2006 김민수 |
눈물이 강물 되고/강물이 바다 되고/바다가 하늘 되고/하늘이 별 되고/
별이 그리움 되고/다시/그리움이 별 되고(자작시 '별꽃')
참으로 분주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단 한 뼘의 흙, 한 줌의 햇살만 있어도 피어나는 털별꽃아재비같은 꽃들을 보면서 위안을 얻습니다. 그래서 사무실 뒤뜰 한 켠에 핀 털별꽃아재비는 저에게 참 귀한 친구였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말끔하게 정돈된 사무실의 뒤뜰엔 더 이상 털별꽃아재비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내년 이맘때 그 곳에 또 다시 피어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
▲ 듬성듬성 피어있는 별을 닮은 털별꽃아재비 |
ⓒ2006 김민수 |
그 작은 것과 한참 씨름하는데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무슨 일인가 보다가는 너무 작은 꽃을 보고는 '그것도 꽃이냐'라고 차마 말은 못하고 그냥 웃으며 지나갑니다.
작은 별 속에 새겨진 작은 별을 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 마음에 새긴 것들을 돌아봅니다. 내 마음에 새긴 것들로, 누군가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기자소개 : 자연과 벗하여 살아가다 자연을 닮은 책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 <내게로 다가온 꽃들 1, 2>, <희망 우체통>, <달팽이걸음으로 제주를 보다>등의 책을
썼으며 작은 것, 못생긴 것, 느린 것, 단순한 것, 낮은 것에 대한 관심이 많다.
![](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피나얀™♡【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국사의 달밤 등 밝혀 탑돌이…‘달빛신라 역사기행’ (0) | 2006.09.01 |
---|---|
발길마다 유적…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 (0) | 2006.09.01 |
억새꽃은 가을편지를 쓰고 있었다 (0) | 2006.08.31 |
[동굴여행 4곳] 태백 용연동굴,영월 고씨동굴 (0) | 2006.08.31 |
[동굴여행 4곳] 삼척 환선굴,정선 화암동굴 (0) | 2006.08.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