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데일리안 2006-09-06 15:41]
흐리막 맑으락 하매 오륙도에
바라보며
오륙도 닥아치는 억센 물결에
노래하며 자라는 물새들처럼
비오나 바람 부나 한데 모여서~
--- 하 략 ----
이 노래는 필자가 다녔던 영도 남항초등학교의 교가이다. 이상하게도 중학교, 고등학교 교가는 생각이
잘 안 나지만 초등학교 교가는 마흔이 넘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아무래도 6년간이나 불렀기에 더 기억에 남는 모양이다.
당시 필자는 교가에 등장하는 오륙도를 먼발치에서 만 보았을 뿐 가까이 볼 기회는 별로
없었다. 영도에서 이 오륙도를 가장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곳은 ‘전환시대의 논리’라는 책으로 유명한 이영희 교수님의 모교인
‘한국해양대학교’이다.
해양대학교는 일명 ‘아치 섬’이라는 곳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이 아치 섬을 반 바퀴 돌아
푸른 바다를 쳐다보면 오륙도가 해풍을 맞으며 바다 위에 떠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린 마음에도 오륙도는 보면 볼수록 신비하고 아름다운
섬이었다. 그리고 막연한 꿈과 이상을 품게 했던 소중한 오브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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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륙도 전경 ⓒ 김대갑 |
부산에는 여러 개의 섬이 있지만, 부산을 상징하는 섬을 꼽으라면 누구나 이구동성으로
오륙도를 떠올릴 것이다. 그만큼 오륙도는 부산의 역사와 뗄 레야 뗄 수 없는 소중한 자연유산이다. 그러나 이 오륙도는 지난 1978년 이전까지만
해도 변변한 주소나 행정 구역을 지정받지 못한 외로운 섬들이었다.
그만큼 오륙도는 부산시내와는 외진 곳에 있었고, 더군다나 오륙도와 가장 근접한 마을에는
한센병 환자들이 집단적으로 거주하고 있었기에 일반 시민들이 가기에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곳이기도 했다.
현재 오륙도의 여섯 개 섬은
부산시 남구 용호동 936번지(방패섬)에서 941번지(등대섬)로 당당하게 주소등록이 되어 있다. 여섯 개의 섬 중에서 맨 마지막의 등대섬에만
사람이 살고 있고 나머지는 모두 무인도이다. 이 오륙도를 가까이 가서 살펴보면 남남동방향으로 6개의 바위섬이 기암절벽의 모습을 한 채 가지런하게
뻗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륙도는 섬이 다섯 개에서 여섯 개로 분리되는 그 순간, 섬의 이름마저 달라진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선착장에서 가장 가까운 섬인 우삭도는 썰물 때에는 1개의 섬이지만, 밀물 때에는 2개의 섬으로 분리되어 각각 방패 섬과 솔 섬이라는
별도의 이름을 부여받는다. 오륙도라는 명칭은 바로 이 우삭도의 조화에 의해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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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륙도와 낚시꾼 ⓒ 김대갑 |
우삭도에는 지금도 파도의 침식을 받아 너비 1m정도의 해식동굴이 형성되어 가고 있다.
이 동굴 때문에 밀물 때는 우삭도가 방패섬과 솔섬으로 분리되어 전체가 6개인 섬으로 보이고, 썰물 때는 다시 방패섬과 솔섬이 연결되어 5개의
섬으로 보이는 것이다.
지질학적으로 보자면, 원래 오륙도는 육지에 이어진 하나의 작은 반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오랜
세월 동안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육지에서 분리되었으며, 적어도 세 번의 융기운동에 의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싱그러운 느낌을 주는 것은 6개 섬 이름의 유래이다. 우삭도가 분리되었을 때 맨 먼저 보이는 방패섬은 바닷바람과 세찬 물결을
막아준다고 해서 그리 불린 것이며, 두 번째 솔섬은 소나무가 많이 자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독수리가 모여들었다고 해서 수리섬, 네 번째는 송곳처럼 생겼다고 해서 송곳
섬이라고 불리웠다는 것이다. 굴 섬은 섬 안에 굴이 있다고 해서 붙여졌고, 마지막 등대섬은 등대 때문에 그리 이름이 지어졌는데, 또 다른
이름으로는 밭 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생긴 모양이 꼭 밭처럼 보인다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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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륙도 전체 모습 ⓒ 김대갑 |
이 섬들 중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섬은 굴 섬이며, 가장 작은 섬은 송곳 섬이다.
그런데 송곳 섬은 면적은 적어도 가장 높은 키를 자랑하며, 굴 섬에는 굴의 천정에서 능히 한 사람의 음료수 구실을 할 정도의 청량수가 떨어진다고
한다. 이 물은 아마 가장 오염되지 않는 천혜의 양수일 것이다. 혹시 한 모금 마시면 불로장생하는 것이 아닐까?
섬이라는 것은
예술적 감수성을 지닌 사람에게는 그 존재 자체가 하나의 이미지다. 섬은 뭔가 낭만적이고 향수가 서려있는, 막연한 꿈과 동경을 주는 곳임에
틀림없다. 더군다나 그곳이 사람이 전혀 살지 않는 무인도라면 더 그런 꿈을 주게 마련이다. 필자도 영도에서 이 오륙도와 대마도, 그리고 기타
무인도를 바라볼 때마다 그런 감수성에 푹 젖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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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 지어 선 오륙도 ⓒ 김대갑 |
현재 이 오륙도 근처에는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예전 이곳에서 짓뭉개진 손으로 닭과
오리를 키우며 생계를 유지했던 가엾은 한센병 환자들이 떠나간 바로 그 자리에 말이다.
오륙도는 오늘도 말없이 바다 위에 서서 인간
군상들의 어리석은 짓거리를 조롱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고 있을 것이다. “LET IT BE! (내
버려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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