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오마이뉴스 2006-09-0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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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들이 개울에서 뭔가를 열심히 찾고 있습니다. |
ⓒ2006 임윤수 |
조석으로 불어오는 선들바람 때문인지 그렇게 찾아다니던 계곡의 그늘과 물이 가득한 둠벙이 썰렁하게만 느껴집니다. 풍덩거리며 뛰어들던 그 개울물의 시원함이 을씨년스럽게 생각되고, 왠지 물엘 들어간다는 것이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막상 들어가 보면 아직은 시원하고 놀만하지만 선뜻 바짓가랑이 둥둥 걷어올리고 물에 들어가려니 어설픈 생각이 듭니다.
지난 8월 26일 괴산 청결고추축제에서는 올갱이 줍기 행사가 있었습니다.
잔잔하게 흐르는 개울물에서 엄청난 사람들이 보물찾기를 하듯 올갱이를 열심히 찾고 있습니다. 나이 지긋한 어른도 있고 아직은 앳되기만한 꼬마도 있습니다. 삼삼오오인 무리도 있고 뚝 떨어져 혼자인 사람도 있습니다. 엉덩이를 하늘로 치켜든 사람도 있고, 아예 개울에 철퍼덕 주저앉았거나 얼굴을 물 속으로 집어넣은 사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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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녀가 나란하게 엎드려 찾기도 합니다. |
ⓒ2006 임윤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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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가 물에 닿을 만큼 납작 엎드린 꼬마도 있습니다. |
ⓒ2006 임윤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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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예 물에 털썩 주저앉은 아주머니도 보입니다. |
ⓒ2006 임윤수 |
깊숙하게 감춰진 보물을 유달리 잘 찾는 친구도 있었지만 빤히 보이는 것도 그냥 지나가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다들 그랬겠지만 보물을 찾아 연필이나 공책을 타던 친구들이 얼마나 부럽던지, 필자는 소풍 때마다 동심에 멍(?)을 들여야 했었습니다.
다람쥐처럼 쏜살같이 돌아다니며 보물찾기를 잘하던 친구, 천리안을 가졌는지 건성건성 돌아다니면서도 잘 찾던 친구가 생각나고,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찾아다니지만 매번 허탕을 치던 친구 얼굴도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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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물처럼 생긴 망주머니가 축 처지도록 많이도 잡았습니다. |
ⓒ2006 임윤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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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엉덩이를 치켜세웠지만 많이 잡지는 못한 것같이 보입니다. |
ⓒ2006 임윤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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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갱이를 많이 잡아 본 듯 자세가 아주 안정돼 보입니다. |
ⓒ2006 임윤수 |
물 속에 담갔던 손이 올라올 때면 사람들의 손엔 영락없이 까만 뭔가가 들려 있습니다. 충청도와 강원도에서는 '올갱이', 경상도에서는 '골부리' 또는 '고디'라고 부르고, 전라도에서는 '대사리'라고도 부른다는 다슬기를 잡고들 있습니다.
노란 플라스틱 도구를 들고 있는 사람도 있고, 빨간색 테두리로 된 도구를 들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조리처럼 생긴 뜰채를 들고 있는 사람도 있고, 그물 망으로 만든 자루를 들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정말 각양각색입니다. 올갱이 줍기에 여념이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올갱이 줍기를 아예 포기한 듯 물장구를 치며 장난을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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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아주머니는 뜰채까지 준비를 하였습니다. |
ⓒ2006 임윤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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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심히 찾아보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은가 봅니다. |
ⓒ2006 임윤수 |
구부정한 자세로 몇 시간째 개울물에 엎드려 올갱이를 줍고 있는 사람들은 저녁때쯤이 되면 몸살을 앓을 것입니다. 당장이야 줍는 재미로 아무렇지도 않지만 저녁쯤이 되면 멀쩡했던 허리에 통증이 돌기 시작하고, 허벅지 뒷부분이 팽팽하게 당길 게 분명합니다. 그래도 그들은 즐거워하고, 맛나게 먹을 것입니다.
물에 된장을 풀고, 깨끗하게 닦은 올갱이를 넣고 한소끔 끓여낼 겁니다. 조리로 건져낸 올갱이는 가시나 바늘로 속을 까먹고, 푸른빛이 도는 국물로는 올갱이 국을 끓일 겁니다. 짭짜름하고도 쫀득쫀득한 올갱이의 그 맛은 아무리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무한한 고향 맛이며 추억의 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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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안경을 두개씩이나 준비했지만 아주머니 역시 많이 잡지는 못했습니다. |
ⓒ2006 임윤수 |
간사한 인간의 몸은 계절에만 적응하는 게 아니라 이렇듯 추억을 더듬고 기억을 더듬어가며 살맛과 입맛으로도 적응해 가니 그럭저럭 살아가는 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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