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스포츠칸 2006-09-06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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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연안여객터미널. 오전 9시를 조금 넘어서자 가방을 둘러멘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얼핏 보기에 섬 주민 같지는 않았지만 평일 관광객치고는 제법 많은 편이다. 터미널 한쪽에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한 중년여성에게
물었더니 “교회모임에서 2박3일간 승봉도로 놀러간다”고 답했다.
그중 한 사람은 지난 8월 초 이곳에 왔다가 섬에 반해 모임 사람들을 ‘꼬여’ 온 장본인이란다. 승봉도에서 뭐가 제일 맘에 들었냐고 묻자 “모두 다”라는 대답이 거침없이 나왔다. 가을의 문턱, 철지난 섬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걸까. 서해의 작은 섬, 승봉도가 지닌 숨은 매력을 맛보기 위해 뱃길에 올랐다.
승봉도는 인천광역시 옹진군 자월면에 속한 4개의 유인도 중 하나다. 연안여객터미널에서 뱃길로 1시간20분, 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에선 50분 걸린다.
승봉도는 ‘봉황이 나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그러나 370여년 전에는 ‘신황도’라 불렀다. 고기를 잡다 풍랑을 만나 이곳에 정착한 신씨와 황씨의 성을 따서 붙인 이름이다.
승봉도에는 80가구 160여명이 선착장을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 산다. 느린 걸음으로 2~3시간이면 섬 한 바퀴를 돌 수 있을 만큼 아담하지만 섬이 갖춰야할 최적의 조건은 다 갖췄다. 기암괴석과 고깃배관광, 바다낚시, 해수욕장은 기본. 소라따기, 낙지잡기, 골뱅이·바지락 캐기 등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체험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섬에는 버스나 택시 등 대중교통이 없다. 민박집에서 제공하는 차량을 이용해야 하는데, 걸어 다니며 때묻지 않은 자연경관과 정겨운 인심, 호젓한 마을풍경을 직접 체험하는 맛도 쏠쏠하다.
섬 남쪽 이일레해수욕장은 승봉도의 대표 해변. 폭 40m, 길이 1.3㎞의 아담한 백사장은 경사가 완만하고 썰물 때도 갯벌이 드러나지 않는다. 물이 빠지면 바로 옆 장골해수욕장과 이어져 해안선 산책코스로 제격이고, 해변에서 바라보는 낙조 또한 장관이다.
해수욕장 뒤편 해송숲은 트래킹코스. 아름드리 소나무로 짙고 푸르게 우거진 산길 산책로는 솔바람을 맞으며 걷기에 좋고, 대·소이작도와 무인도 등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선착장에서 5분 거리인 동양콘도 뒤편 모래해변은 바다학습장이다. 물 빠진 갯벌에서 조개를 캐거나 낙지를 잡을 수 있어 뭍사람들에게는 생태탐구의 보고다.
남동쪽 끄트머리에 있는 부두치는 모래와 자갈, 조개껍데기가 그림처럼 어우러진 곳. 해변에는 바지락이 많이 서식해 1시간이면 비닐봉투 하나를 체우는 데 어렵지 않다. 삼각형 모양의 독특한 목섬은 썰물 때 모래톱으로 연결돼 걸어서 들어가는 체험도 빼놓지 말 것.
섬 남쪽이 해수욕장으로 이뤄진 반면 북쪽은 기암괴석의 전시장이다.
목섬을 돌아 북동쪽 소리개산 밑에는 촛대바위가 있다. 바위모양이 촛대처럼 생겼는데, 어찌 보면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형상이다. 여기서 20분 정도 발품을 팔면 승봉도의 명물인 남대문바위가 나온다. 바위모양이 남대문을 닮았다. 집채만한 바위에 문처럼 생긴 구멍으로 연인 사이가 통과하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전설이 있다. 바위 벼랑 끝에는 소나무가 자라 운치가 한결 돋보인다.
남대문바위 바로 옆에는 삼형제바위와 부채바위가 나란히 제 모습을 뽐낸다. 햇빛을 받으면 황금색으로 변하는 부채바위의 모습이 이채롭다. 북쪽 해안선을 따라 병풍처럼 들어선 기암괴석은 배를 타고 바다에서 바라보면 더욱 실감난다.
승봉도에서 통통배로 10분 거리의 사승봉도는 꼭 들러야할 코스다. 이곳에서 경험하는 무인도체험과 골뱅이캐기, 모래찜질은 승봉도 여행의 백미.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한다.
마치 사막과도 같은 은빛 모래사장이 광활하게 펼쳐진 사승봉도는 개인이 소유한 무인도다. 썰물 때면 길이 2.5㎞, 폭 1㎞의 드넓은 백사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갯벌은 살아있는 것들의 터전. 해수가 남긴 흔적이 그대로 드러난 모래사장에는 골뱅이가 지천이다. 바닷물에 잠겨 살던 골뱅이가 지난 연말부터 모래밭으로 나왔단다. 두 발짝 건너 호미나 손으로 모래를 파면 어린아이 주먹만한 골뱅이가 꼬물거린다.
서북쪽 모래밭 끝 갯바위에는 갯고둥과 소라가 바위에 잔뜩 붙어있다. 모래사장 뒤편은 해송과 참나무 등이 만들어낸 숲이 무성하고, 암반에서 솟아나는 지하수를 가둔 우물이 2곳이나 있다.
승봉도 선창휴게소에서는 사승봉도까지 고깃배를 운항한다. 왕복 1만원(입도비 3,000원 별도)을 내면 사승봉도에서 4시간 정도 머무를 수 있다. 무인도체험은 1만원. 텐트를 빌려준다. 섬에는 텐트와 우물밖에는 없어 나머지 필요한 물품은 따로 준비해야 한다.
영화 ‘패밀리’와 드라마 ‘느낌’ ‘마지막 승부’를 비롯해 최근에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이곳에서 촬영했다. 9~10월은 낚시꾼들이 바빠지는 달. 우럭과 농어가 제철이고, 광어·장대·도다리·숭어·노래미 등도 잘 잡혀 짭짤한 손맛을 볼 수 있다.
![](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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