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오마이뉴스 2006-09-0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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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떨쳐버리고 싶어 몸부림치고 싶지는 않을까? |
ⓒ2006 김민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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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두렁을 걷다보면 만나게 되는 단아한 꽃 |
ⓒ2006 김민수 |
이후에 간혹 농약을 치다가 농약중독으로 쓰러진 이들이 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큰 일 날 뻔 했었구나 가슴을 쓸어내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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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파리의 모양이 동정키가 된다. |
ⓒ2006 김민수 |
그들의 이름에도 관심이 없었지만 그들이 논에 존재한다는 것이 귀찮게만 여겨졌던 것이다. 그러던 사람이 이제는 혹시나 그들이 피어 있을까 논두렁을 걷는다. 부지런한 농부의 논에서는 만날 수 없는 꽃, 조금은 게으른(?) 농부의 논에서 만날 수 있는 꽃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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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는 그냥 지나칠 줄 알았다. |
ⓒ2006 김민수 |
자기의 이파리를 갉아먹기 위해 벌레가 기어오를 때 보풀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온 몸에 소름이 돋지는 않았을까? 그를 떨쳐버리고 싶어 안간힘을 쓰지는 않았을까? 그러나 이미 꽃을 피웠고, 열매가 익어가고, 뿌리도 남았으니 그 이파리를 갉아먹어도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삶을 초월한 구도자를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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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만히 그를 들여다보는 순간 벼익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것은 가을소리다. |
ⓒ2006 김민수 |
너를 위해서라면 내가 아파도 피하지 않을거야.
맨 처음에는 떨쳐버리고 싶어, 몸부림치고 싶어,
뜨거운 여름햇살마저 가려버린 구름에게,
따가운 가을햇살위로 불어오는 바람에게,
태풍을 몰고 와, 바람을 몰고 와 나를 흔들어줘 했지.
흔들리면 흔들릴 수록
나를 더 꼭 껴안고 이파리를 너의 먹이를 삼았지.
처음엔 정말 아팠어, 끔찍했어.
그런데 없으면 안 될 것 같았던 이파리 없이도
넉넉하게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
그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것도 알았지.
이젠
너를 위해서라면 내가 아파도 피하지 않을거야. <자작시-보풀>
덧붙이는 글
기자소개 : 자연과 벗하여 살아가다 자연을 닮은 책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 <내게로 다가온 꽃들 1, 2>, <희망 우체통>, <달팽이걸음으로 제주를 보다>등의 책을
썼으며 작은 것, 못생긴 것, 느린 것, 단순한 것, 낮은 것에 대한 관심이 많다.
![](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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