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르페르 2006-09-13 10:13]
인도양의 푸른 바다와 콜로니얼풍의 건물들이 영화 세트장을 방문한 듯한 느낌을 전해주는 프리맨틀(Fremantle). 최초의 이민선 선장 카를로스 프리맨틀의 이름에서 유래된 이곳을 현지인들은 '프리오(Freo)'라고 부른다.
거리의 모퉁이를 돌고 돌며 오래된 건물들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은 프리맨틀 관광의 일부에 불과하다. 진정한 즐거움은 해가 저물어가면서 시작된다. '카푸치노 스트립(Cappuccino Strip)'과 '리틀 크리처스(Little Creatures)'를 가면 알게 된다. 프리맨틀이 얼마나 활기가 넘치고 낭만적인 곳이라는 것을.
서호주의 역사가 시작된 항구도시, 콜로니얼풍의 오래된 건축물이 즐비하고, 주말이면 흥미로운 재래시장이 문을 여는 곳이라는 프리맨틀(Fremantle)에 대한 여행서적의 안내문을 보고서 심드렁해졌다.
조그만 도시에 그것도 어디선가 흔하게 보았던 건축물과 시장은 도저히 마음을 움직이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정에 잡혀 있으니 어쨌거나 한 번 둘러보자는 심산이었다. 한 가닥 기대는 여행서적마다 그곳을 언급하고 있으니 조그만 무언가라도 건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것이었다.
퍼스의 도심을 벗어난 자동차가 한가한 교외 주택가를 지난 것도 잠시. 10여 분도 안돼서 또 다른 도시지역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그런데 순간 무언가 크게 달라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을 위압하는 말끔한 외관의 거대한 현대식 빌딩과 주택들이 사라지고 거리는 100년도 더 이전의 유럽 도시로 변모되어 있었다.
유려한 곡선과 문양의 건물들을 보고 있자니 길모퉁이에서 마차가 튀어나오고, 인도로는 드레스를 차려입은 아가씨와 중절모를 쓴 신사라도 걸어 다닐 것만 같았다. 마치 퍼스에서 지나온 도로가 시간을 되돌리는 타임머신이라도 된 듯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차가 멈춰선 곳은 프리맨틀 마켓(Fremantle Markets). 회색 골격에 벽면은 붉은 벽돌을 드러낸 시장 건물이 화사한 노란색과 흰색 톤의 주변 건물과 어울려 독특한 느낌을 주고 있다. 아치형 시장 입구 위쪽에 보이는 흰색 간판에는 'MARKET(마켓)'이라는 문구와 시장의 시작을 짐작케 하는 '1897'이라는 숫자가 또렷하다.
입구에서는 예쁘장한 오지(Aussie) 아가씨가 얼굴만큼 청초한 흰색 꽃을 팔고, 도로 옆 벤치에는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가 하모니카를 꺼내 흥겨운 가락을 들려준다. 바로 옆에 앉은 노부부는 하모니카의 선율이 마냥 즐거운지 어깨를 들썩거려 보인다.
일요일을 맞은 시장은 인파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옷, 건강식품, 미용재료, 완구, 양초, 음악 CD, 도자기, 앤티크, 허브, 책, 보석, 각종 관광기념품, 애버리진(호주 원주민)들의 목관 전통악기인 '디저리두(Didgeridoos)'와 부메랑 등 여행자를 유혹하는 물건들이 수북하다. 시장 한구석에서는 얼굴을 하얗게 분장한 남자가 가끔 동작을 바꿔가며 마네킹 흉내를 낸다.
시장 한쪽에 위치한 '프리맨틀 마켓 바(The Fremantle Markets Bar)'에서는 한 젊은이가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기타 소리가 울려 퍼지는 바에서 사람들은 커피나 때 이른 맥주를 즐기고 있었다.
마켓 밖으로 나서자 작은 광장에 많은 사람들이 둘러서 있다. 사람들 사이로 고개를 들이밀자 가운데에는 청바지 차림에 커다란 중절모를 쓴 남자가 불이 붙은 막대를 들고 공연을 하고 있다. 마켓이 열리는 날이면 음악가나 거리 예술가들이 이곳을 찾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 형무소로 사용됐던 서쪽 해안의 '라운드 하우스(Round House)'로 향했다. 이름처럼 둥그런 성 모양의 석조 건물이다. 1831년 세워진 서호주 최초의 공공건물로 서호주 최초의 교수형도 이곳에서 시행됐다. 계단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서자 교수대가 놓여있고, 12면의 벽면으로는 감옥으로 사용됐던 방들이 있다. 방 안에는 라운드 하우스의 역사를 알려주는 안내문과 당시 죄수들을 보여주는 마네킹이 놓여 있다.
라운드 하우스를 나와 해안 쪽 전망대로 가자 프리맨틀의 해안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구불구불한 해안 도로 뒤로 인도양의 푸른 물결이 잔잔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라운드 하우스에 높게 솟은 깃대에는 호주 국기, 서호주기, 애버리진기, 프리맨틀 시기(City Flag), 프리맨틀 풋볼 클럽 기 등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라운드 하우스의 아치형 입구를 나서 계단으로 내려서자 프리맨틀 시내가 내려다보인다. 중심가로 이어지는 대로 양쪽으로 족히 150년 이상은 됐을 법해 보이는 건축물들이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도심을 향해 인적 뜸한 거리를 걸어가자 무거운 적막감이 인다. 도대체 사람들은 다들 어디로 갔는지, 가끔 지나는 자동차만이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과 시대를 알려주고 있었다. 이쪽저쪽 모퉁이를 돌아 들어가며 오래된 건물들의 유려함에 빠지다 보니까 길도 방향도 잃어버릴 것 같았다. 흰빛의 건물들이 초봄을 맞은 호주의 파아란 하늘과 대비되어 화사하게 빛나고 있었다.
에스플라나드 호텔(Esplanade Hotel)과 프리맨틀 마켓 사이의 사우스 테라스(South Terrace)라는 거리로 접어들자 거리가 온통 사람들로 북적여댄다. 도심의 다른 거리가 황량하게 느껴졌던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곳은 노천카페로 유명한 '카푸치노 스트립(Cappuccino Strip)'이다.
고풍스런 건물 1층의 카페에서 흘러나온 구수한 커피향기가 바람에 실려 후각을 자극한다. 호주의 커피숍 체인 브랜드인 'DOME', 차와 커피로 이름난 'Merchani' 등 거리 양쪽에 늘어선 카페의 파라솔 아래에는 관광객과 호주인이 뒤섞여 일요일 늦은 오후를 만끽하고 있었다.
호주의 서쪽 끝 도시를 방문한 이방인도 카페 탁자 하나를 차지하고 앉았다. 해가 저문 뒤 잔뜩 차가워진 바닷바람이 몸속으로 파고들며 옷깃을 여미게 한다. 웨이터가 날라온 향긋한 커피가 몸속을 파고들며 한기를 씻어준다. 어두워진 카푸치노 스트립에 조명이 하나둘 밝혀지고 낭만적인 분위기는 밤이 깊도록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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