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르페르 2006-09-13 10:13]
그곳에서라면 눈이 커다랗고 피부가 쭈글쭈글한 외계인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조금만 더 그곳에서 시간을 보냈더라면 외계인과의 첫 번째 조우가 실현될 지도 몰랐다. 뾰족한 돌기둥이 사막 위로 무수하게 솟은 피나클스(Pinnacles)에서 보낸 1시간은 너무도 진한 아쉬움을 남겨두었다. 언젠가 다시 이곳을 찾는다면 기필코 외계인의 작은 흔적이라도 찾아보리라.
퍼스 남쪽 마거릿 리버(Margaret River)의 작은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었다. 두껍게 하늘을 뒤덮고 있던 먹장구름은 좀체 잦아들지 않고 비마저 흩뿌렸다. 퍼스에서 온다던 비행기는 약속시간이 지났는데도 나타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온다 하더라도 세찬 바람 때문에 6인승의 작은 비행기가 운항하기에는 위험한 날씨였다.
여정을 포기하고 북쪽의 버셀턴(Busselton)으로 이동하려는 순간 일행의 손끝이 하늘을 가리켰다. 깨알 만한 비행기가 원을 그리더니 활주로를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마침내 일행을 싣고 떠날 비행기가 도착한 것이다.
1시간이 조금 넘는 비행시간 내내 비행기는 악천후 속에서 심하게 요동 쳤다. 가끔 햇살이 비쳐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지만 세찬 비바람은 비행기 유리창을 때리고 지나며 가슴을 졸이게 했다. 이윽고 오른쪽으로 푸른 초원의 한가운데 하얗게 드러난 사막지대가 나타나고, 피나클스의 관문인 해안가의 작은 마을 세르반테스(Cervantes)가 모습을 드러냈다.
세르반테스는 가재로 유명한 어촌마을이다. 그러나 눈을 씻고 내려다봐도 활주로가 없다. 비행기는 하강하고 있는데 활주로는 보이지 않는다. 비행기는 초원 사이에 길게 드러난 황토색 땅바닥에 내려앉았다.
일행을 태운 미니밴은 초원을 지나 남붕(Nambung) 국립공원의 피나클스 사막으로 향한다. 캥거루와 에뮤들이 초록색 평원을 뛰어다니다 지나는 미니밴을 향해 놀란 눈길을 보내곤 한다. 공원 입구에는 피나클스를 돌아보려는 여행자들의 4륜 구동 차량이 줄을 서 있었다.
공원 안으로 들어서자 수없이 많은 돌기둥이 솟아오른 노란색 사막이 눈앞에 펼쳐졌다. 완만한 경사를 이룬 낮은 언덕과 평지가 부드럽게 이어지고, 무리 지은 돌기둥들은 시위라도 하듯 하늘을 향해 솟아있다. 바람에 풍화된 바위들은 곰보처럼 구멍이 뚫리기도 했다.
피나클스의 돌기둥은 수만 년 동안 강한 바람이 사막의 모래를 날려가며 아래에 있던 석회암이 드러난 것으로 돌기둥들은 모두 지하의 석회암층과 이어져 있다고 한다. SF 영화에 등장하는 생각을 공유하는 외계인을 대하 듯 기괴한 느낌마저 든다.
돌기둥을 지나칠 때마다 이방인의 방문에 대해 서로들 속삭이는 것 같기도 하다. 이곳은 지구가 아닐지도 모른다. 비행기를 타고 오며 외계의 행성으로 공간이동을 했을지도 모른다. 돌기둥 뒤에서 숨을 죽이고 있던 외계인이 손을 흔들고 나와 미소라도 지어보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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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던 하늘에 돌연 구름이 걷히더니 파란색 하늘이 드러났다. 어느덧 구름은
온데간데없고 태양은 노란색 사막을 더욱 환하게 내리비춘다. 진한 그늘을 드리운 돌기둥들이 환한 태양의 조명 아래서 더욱 신비롭게 다가온다.
화창하게 갠 날씨를 외계인들이 이방인의 어려운 방문에 기뻐하며 건네는 환영인사로 받아들이고, 답례로 바위를 쓰다듬었다. 바위를 올려다보자 분홍색 앵무새 한 마리가 돌기둥 꼭대기에 앉아 이방인을 내려다본다. 피나클스 행성에 사는 외계인의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접근에도 분홍 새는 전혀 놀라는 기색 없이 인간을 응시할 뿐이다.
시계바늘은 자꾸만 예정된 시간으로 향해가고 있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죄 없는 시계바늘에 눈을 흘겼다. 1시간은 피나클스를 온전히 느끼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호주인 가이드 마이크는 "2시간이 아니라 아마도 이틀은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한 여행자는 50번째 이곳을 방문하고 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신비롭게 다가온다며 연방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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