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발길 머문 곳이 ‘천연 특급호텔’

피나얀 2006. 9. 14. 04:18

 

출처-[문화일보 2006-09-13 16:11]

 

캠핑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휴양림 을 주로 찾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사람의 손이 덜 닿은 천연의 숲만 찾아나서는 경우도 있다. 또 동호회 등을 중심으로 캠퍼들 끼리 어울려 다니며 함께 캠핑생활을 즐기기도 하고, 한 두가족 씩만 호젓하게 야영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고가의 세련된 장비 들을 모조리 갖춰놓고 이삿짐을 방불케하는 짐을 싣고다니는 캠퍼 도 있고, 반면에 단출하게 기초적인 장비만으로 자연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캠핑과 만나는 방법이야 모두 다르지만, 이들이 숲속이나 강변, 혹은 바다의 텐트에서 만나는 것은 모두 ‘있는 그대로의 자연’ 이다. 야외에서 숨쉬고, 밥먹고, 잠자며 온 몸으로 자연을 느끼 는 맛이야 말로 이들이 캠핑을 떠나는 이유다.

 

그러나 겨울철에 화목난로까지 싣고가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 는 마니아들이야 그렇다고 쳐도, 보통 사람들에게는 텐트를 치고 걷는 것 만으로도 캠핑은 ‘힘들고 귀찮은 일’로 다가온다.

 

 불 편한 잠자리나 열악한 화장실 문제는 또 어떻고…. 한 평범한 주 부가 해답을 제시한다. 우연히 가족들과 떠났던 캠핑여행에 매료 돼 마니아가 돼버린 주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단 한번의 아영에 꽂혀서 시작된 캠핑생활

 

“여름에 피서객 틈에 섞여 텐트를 쳤다가 밤하늘에 쏟아질 듯 펼쳐진 별무리에 반했어요. 아는 별자리라고는 북두칠성밖에 없 었지만 텐트 앞에서 가족들과 함께 별을 올려다보면서 너무 황홀 했습니다” 지난해 7월 개천절 연휴 때 강원 평창군 용평면 노동리 이승복생 가터의 캠핑장에서 가족들과 첫 캠핑을 해봤던 김경희(주부·38) 씨는 이 때의 황홀했던 경험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문득 올 려다본 밤 하늘이 온통 별자리들로 가득찬 풍경은 그의 가슴에 인화된 사진처럼 아직도 또렷하다. 가족들은 모두 탄성을 내질렀 다. 이때 캠핑의 매력에 반해 김씨의 가족들은 첫 캠핑이후 한달 에 적어도 두번씩은 캠핑장을 찾는‘캠핑마니아’가 됐다. 김씨 는 “수없이 캠핑을 다녔지만 첫번째 캠핑의 밤은 앞으로도 잊어 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여름 휴가 때면 콘도미니엄과 호텔 등을 찾았던 김씨의 가족들이 지난해 초여름 첫 캠핑을 다녀온 것은, 일찌감치 괌으로 해외여 행을 다녀왔던 탓이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터라 본격 휴가시즌에 또다시 여행을 가자니 부담도 크고, 괌여행으로 기대치가 높아 진 아이들의 흥미를 끌만한 휴가지가 눈에 띄질 않았다. 그래서 선택했던 것이 캠핑휴가. 작은 텐트와 가스버너, 코펠, 그리고 새로 장만한 테이블과 의자를 싣고 가벼운 마음으로 피서를 떠나 듯 캠핑장을 찾았다.

 

“처음에는 별 기대를 안했어요. 그저 숙박비를 좀 아낄 수 있겠 다는 것과 아이들에게 자연을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이 전부였지 요.” 그러나 기대이상이었다. 가족들은 자연이 주는 평화로움 속에서 푹 빠져버렸다. 그날 밤, 하늘에 뜬 별을 올려다봤고, 그렇게 텐 트에서의 초여름 밤은 깊어갔다.

 

텐트를 치고 걷고 하는 노고와 불편한 잠자리, 그리고 장시간 운전으로 몸은 피곤했지만 돌아온 뒤에 신기하게도 활력이 넘쳤다. 늘 피곤한 채로 돌아왔던 여?敾?기억했던 김씨는 캠핑여행을 해보고는 여행이 곧 ‘재충전’ 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실감했다고 했다.

 

# 가족들이 함께 한 곳을 바라본다는 것

 

지난 1년 남짓 동안, 김씨 가족이 찾았던 캠핑장만 해도 50여곳 이 훨씬 넘는다. 휴일이면 차에 텐트며 장비를 싣고는 전국을 누 볐다. 부족한 장비도 하나씩 사모았다. 장비는 곧 야외생활에서 의 편안함을 보장해줬다. 텐트와 육각형 타프(그늘막)이며 가솔 린 렌턴이며 야외침대까지 하나둘씩 모아들이는 재미도 쏠쏠했다 .

 

장비가 더해지면서 캠핑 생활에는 탄력이 붙었다. 적잖은 돈이 들었고 매번 꾸리는 짐도 한두가지씩 더 늘어났지만, 새롭게 장 만한 장비들은 가족들에게 여유있게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줬다. 그러나 아무리 안락한 야영생활을 한다고 해도 집 에서의 편안함에 비할 수가 있을까.

 

“야영을 하려면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야 해요. 때로는 귀찮기도 하고 집과 비교해보면 불편한 점도 한두가지가 아니지요. 아무 리 환상같은 캠핑을 즐겼더라도 집에 오면 ‘집이 제일 편하다’ 는 생각이 드니까요. 불편한데 왜 가냐구요? 그런 불편을 감수하 고도 한참 남을만큼 매력이 있거든요.” 김씨가 꼽는 캠핑의 첫번째 매력은 가족들이 ‘한 곳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신기하게도 야영 생활을 하면 가족들이 서로에게 배려하게 되고 너그러워진다. 평소 무뚝 뚝하던 남편이 아침일찍 아내를 위해 원두커피를 끓여주거나, 아 이들과 자연스럽게 속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도 캠핑생활 이 가져다주는 것들이다.

 

그래서 김씨는 비오는 날의 캠핑을 더 좋아한다. 타탁이는 빗소리의 낭만도 좋지만, 그보다 더 좋은 것 은 비를 피해 가족들이 그늘막 아래 옹송옹송 모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 함께 어울려서 캠핑하는 재미, 자연에서 노는 법을 익히는 아이들.

 

김씨 가족들은 그동안 단독캠핑을 즐겼지만 최근에는 캠핑동호회 에서 사귄 동료들과 함께 캠핑을 간다. 동호인들끼리 교류하며 캠핑을 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한데다 자녀들이 또래 아이들과 자연스레 어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캠핑생활 초기에는 큰 딸(심희령·초등 5)이 잘 적응하지 못했다.

 

둘째딸 보민(초등 3) 과 막내아들 정후(6)는 거리낌없이 뛰어놀았지만, 희령은 컴퓨터 도 TV도 없는 캠핑생활을 지루해했다. 그러나 처음에는 심심해하 던 희령도 곧 놀이감을 만들어 뛰놀았다. 돌을 주워 놀기도 하고 , 벌레들을 관찰하기도 했다. 동호인들과의 캠핑을 시작한 이후 부터는 친구를 만들어주지 않아도 다른 집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있다.

 

“아이들에게 일찌감치 자연을 만나게 해줘야 해요. 초등학교 고 학년이 돼서 캠핑을 시작한 아이와 유아기시절부터 캠핑을 해본 아이들은 완연하게 차이가 나요. TV나 컴퓨터를 만나기 전에 자 연을 만난 아이들은 스스로 즐거움을 찾아내거든요.” 김씨는 “캠핑이 가족들을 변화시켰다”고 했다. 캠핑을 나서면 가족들이 모두 매달려 집(텐트)을 짓고, 함께 요리를 한다.

 

그러 면서 가족끼리 주고받는 ‘대화의 양’이 늘어났다. 잦은 대화는 서로를 이해하게 했고, 이해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나 타났다. 역설적이지만 아이들에게 ‘집이란 참 편안하고 좋은 곳 ’이란 느낌을 갖게 해준 것도 수확이다. 캠핑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아이들이 ‘집의 고마움’을 새삼 느끼는 눈치다.

 

가을을 성큼 다가오면서 김씨 가족들은 단풍으로 가득한 숲속에 서의 가을캠핑을 기다리며 설레고 있다. 숲속에서 새벽의 차갑고 신선한 가을 아침공기는 맡아보지 않은 사람들은 맛을 모른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면, 지난 1월 전북의 백양사 캠핑장에서의 ‘스노캠핑’도 다시 한번 해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자정무렵부터 눈발이 날리더니 밤새 40㎝가 넘는 폭설이 내렸던 그 날의 아침풍경은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지난 여름, 강원도 일원에 폭우가 쏟아질 때 설악산 장수대 캠핑 장을 찾았다가 몸만 간신히 빠져나왔던 악몽같은 경험에도 김씨 가족이 여전히 휴일이면 텐트를 꾸리는 것은, 바로 캠핑이 가능 케 해준 가족들과의 교감과 자연이 주는 감동을 만날 수 있기 때 문이다. 그래서 김씨 가족은 야영이 끝나고 텐트를 접으면서도 또 다음 캠핑을 준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