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오마이뉴스 2006-09-19 19:00]
▲ 2006년 9월 장흥군 용산면 운주리 쇠똥구리마을 적토미가 고개를 숙여가고 있다. |
ⓒ2006 마동욱 |
금년 가을도 다시 시작된 뒤바뀐 몸의 변화에 곤욕스러움을 참지 못하고 눈을 뜨기 무섭게 카메라를 챙겨 농촌의 들녘으로 나갔다. 가을이 오면 농촌 들녘은 노란 황금물결이 농부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더구나 이곳 장흥은 금년엔 큰비나 태풍도 찾아오지 않아 대풍년이 될 것 같다.
그러나 농부들의 마음은 썩 즐겁지 않다. 자꾸만 낮아지는 쌀값이 농부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고 예전처럼 정부에서도 벼를 사주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미FTA의 가장 큰 피해가 곧바로 농촌으로 이어진다고 하니 더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다.
▲ 2006년 9월 용산면 운주리 쇠똥구리마을 적토미가 하얀 수중기를 내뿜고 있다. |
ⓒ2006 마동욱 |
운주리마을 이장을 맡았던 고환석(43)씨(2006년 현재 그는 쇠똥구리마을 친환경농업 작목회 회장)가 앞장을 섰고, '야생화를 사랑하는 모임'의 회장을 맡았던 운주리마을 이영동(54)씨등이 주축이 되어 운주리마을을 친환경농업으로 선도해가고 있다. 운주리 마을은 친환경 농업을 수년째 해왔기 때문에 전국에서 멸종되고 있는 쇠똥구리가 발견되었다.
▲ 2006년 9월 운주리 쇠똥구리마을앞에는 붉게 익어가는 적토미와 검게익어가는 녹토미가 들판을 아름답게 꾸며가고 있다. 녹미는 아직 많이 피지 않고 중간 중간에 섞인 적토미가 먼저 고개를 내밀었다. |
ⓒ2006 마동욱 |
운주마을 이영동씨는 30년 전부터 우리나라의 토종 볍씨를 보존하고 있으며, 금년에도 토종 벼 종자를 지키기 위해 13가지 토종 벼 농사를 짓고 있다. 그는 생산량에 따라 벼의 종자가 외래종으로 바뀌는 것을 보면서 언젠가 우리 토종의 볍씨가 우리나라에서조차 멸종될 것 같다는 생각에 토종 볍씨를 지키고 있다고 한다.
그는 육종을 전문으로 공부하거나 좋은 스승으로부터 농사법을 배우지 않았다. 단지 우리 토종 볍씨를 지키기 위해 해마다 토종 볍씨를 자신의 논에 조금씩 재배하면서 나름의 철학으로 농사를 지었다.
쇠똥구리마을에서 생산된 적토미 80㎏이 2005년 농협 성남 농협 유통센터에서 200만원에 경매가 되면서 전국의 언론에 화제가 되었지만, 정작 적토미의 최초 종자는 어디서 나왔는지 단지 추측만 무성했으며, 일본에서 가져 왔다고 일부 언론에서 보도되기도 했다.
그러나 장흥군 용산면 운주마을에서 생산된 적토미는 이씨가 5년 동안 직접 재배하여 작년에 처음으로 운주마을에 보급하면서 시작되었다.
"토종의 볍씨를 30년 동안 한해도 빠지지 않고 재배했지라. 적토미가 나왔던 것은 아마 다마금과 흑미를 함께 재배하면서 그 곳에서 자연 교잡되어 돌연변이가 나온 것 같아라. 변종이 나오면 5년 동안 꾸준히 변종의 벼가 나와야 한께. 5년 동안 재배하여 고정성을 인정받아 작년에 첨으로 운주마을에 심었지라."
그는 적토미의 발견을 너무나 쉽게 설명했다.
▲ 2006년 9월 해가 지고 있는 운주리 쇠똥구리마을 붉게 타오르는 적색의 물결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
ⓒ2006 마동욱 |
내년엔 진짜 전국 어느 곳에도 없는 새로운 종자를 운주마을에 보급할 것입니다. 이름은 '반달미'라고 이미 지었고 올해 30평에 심어놓았쓴께, 내년에 운주마을에 집중적으로 재배를 할까 합니다. 반달미의 특징은 반쪽은 빨갛고 또 반쪽은 검은쌀이지라."
▲ 2006년 9월 적토미는 수염이 많아 산짐승들도 함부로 접근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수확은 일반벼에 비해 너무 적다고 한다. |
ⓒ2006 마동욱 |
쇠똥구리 마을 앞의 들녘은 가을이 깊어가면서 불타는 듯 빨간 물결이 춤을 추고 있다.
적토미는 일반 벼와 달리 키가 크고 벼의 수염이 어찌나 긴지 요즈음 흔한 멧돼지도 근접하지 않고, 비료나 농약을 치면 금방 죽고, 오직 친환경 농법으로만 농사를 지어야 제대로 수확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 벼에 비해 1/4 정도밖에 수확이 안 된다고 하는 빨간 적토미가 1만여평의 논에서 재배되고 있다.
적토미는 '콜타닌'이라는 적갈색 천연 색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밥을 하면 붉은 팥밥처럼 진한 빨간색을 띠며, 특유의 향과 맛이 있어 건강식과 식품, 의약품 재료로 활용된다.
▲ 2006년 9월 흑미라고 생각했지만 흑미가 아니고 녹토미라고 한다. 쌀의 색깔이 녹색을 띤다고 한다. |
ⓒ2006 마동욱 |
"요렇게 생긴 나락은 수확이 안 나지라, 아츰 저녁으로 논뚝에 풀을 직접 비어야 된단께요. 친환경 농사를 안 지슨 사람들은 제초제 뿌러블믄 금방 끝나분디. 그래도 논에는 풀을 안 맷지라. 우렁이를 키워븐께 신기하게도 우렁이가 풀을 다 묵어불어라. 참말로 그놈 신기하드란께요. 논에 우렁이가 천지여라."
할아버지는 작년에 적토미가 200만원씩이나 받았던 이야기를 하며 올해는 작년보다는 덜 받겠지만 농사가 잘되어 수확이 작년보다 더 잘 나올 것 같다고 한다.
▲ 2006년 9월 최영도할아버지는 아침 저녘으로 논둑에 풀을 베어낸다고 한다. |
ⓒ2006 마동욱 |
이라고 고생해서 지슨 쌀을 누구 주것쇼, 제일 먼저 이녁 자슥들 먹어야지라, 우리 후손이 건강해야지라."
적토미가 빨갛게 익어가면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으며, 적토미 종자를 구하고자 하지만 작목반에서 외부로 종자 유출을 맡고 있다고 한다.
▲ 2006년 9월 하늘을 향해 빨간 고개를 내밀고 있는 적토미 |
ⓒ2006 마동욱 |
그는 마을 사람들을 설득하여 쇠똥구리마을로 특허까지 내면서 장흥군의 도움을 받아 쇠똥구리마을을 전국의 명소로 바꿔나가는데 앞장서고 있다.
"작년에 작목회에서 900평의 논에 적토미를 재배하여 520㎏을 생산하였으며, 1㎏에 25000원에 판매를 했고, 경기도 고양시 이모씨가 80㎏ 한가마니에 200만원에 경매를 받아 전국의 뉴스에 화제가 되었습니다. 또한 함께 생산하고 있는 녹토미는 1㎏당 11000원에 판매가 되고 있습니다.
금년엔 적토미를 1만평 재배하여 약 5.5톤정도의 수확이 예상되며, 녹토미는 4만평에 재배하여 약 21톤정도의 생산량을 예측됩니다. 또한 금년에 재배한 적토미를 성남 농협 유통센타에 수매하기로 협약을 했습니다. 쇠똥구리의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 다각적으로 연구를 하고 있으며, 이영동씨의 도움을 받아 내년에 출시하게 될 새로운 종자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어, 쇠똥구리마을의 친환경 기능쌀을 계속해서 이어갈까 합니다."
▲ 2006년 9월 빨갛게 익어가는 적토미와 운주리 봉화마을 쇠똥구리마을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농촌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
ⓒ2006 마동욱 |
▲ 2006년 9월 운주리마을은 단체손님을 맞을 수 있는 체험장이 마련되어있다. |
ⓒ2006 마동욱 |
덧붙이는 글
제13호 태풍 '산산'이 오늘 오후부터 남해안으로 올라온다고 한다. 애써 가꾸워놓은 적토미와 녹토미가 태풍을 맞아
쓰러지게되면 엄청난 수확의 감소가 뒤따르게 된다. 태풍이 우리나라를 비켜나가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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