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르페르 2006-09-20 11:32]
소년의 꿈은 톤레삽을 건너 메콩강 줄기까지 유영을 떠난다 |
톤레삽(Tonle Sap) 호수의 수심(水深)이 깊어지고 있었다. 우기가 되면 무서운 기세의 스콜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쏟아진다. 물이 깊어지면 선상촌(船上村)의 사람들에게도 수심(愁心)이 드리운다. 캄보디아의 우기는 톤레삽의 이사철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하류에 자리잡은 선상가옥부터 하나씩 하나씩 상류로 올라가야 한다.
배에서 태어나 배에서 일생을 마치는 사람들이지만 육지와 멀리 떨어져 살 수는 없다. 물고기를 팔고 생필품과 식량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육지와 가까운 거리를 유지한다. 메콩강(Mekong River)이 역류를 시작하면 하류에서 상류로, 물이 빠지는 건기가 시작되면 상류에서 하류로 수백 척의 집들이 대이동을 시작한다.
이사준비는 간단하다. 트럭 대신 모터보트 한 대를 부르고, 집을 묶을 튼튼한 동아줄 하나를 구하면 끝이다. 배를 고정시켰던 지렛목을 뽑으면 굴비처럼 엮인 선상가옥이 모터보트에 이끌려 상류로 올라간다. 네 땅 내 땅이 없으니 아무데나 자리를 잡으면 되지만 가끔은 이웃끼리 싸움이 난다. 더 좋은 자리를 다투는 것이다.
물 위의 삶, 엿보기
가난하고 불편할 것이라는 동정심은 일방통행의 감정이다. 이들에게 호수 위 삶은 최상의 선택으로 보인다. 척박한 자연환경에 적응한 삶의 양식이 이제는 관광상품이 되어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의 상황이지만 어느 누구도 불편한 기색이 없다. 오히려 팔이 떨어져라 손을 흔들고, 때때로 저들도 우리를 구경한다. 하루종일 해먹 위에 누워 지나가는 관광객들을 신기한 듯 뜯어본다.
모든 생활은 물 위에서 이루어진다. 새파랬던 호수는 우기가 되면서 온통 누런 흙탕물이 되어버렸지만 여전히 유용하고 감사한 물이다. 그 물로 설거지와 빨래를 하고, 목욕도 한다. 대소변도 그대로 흘려보낸다. 식수는 사다 먹는다고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겐 이 물이 곧 식수다. 자연의 정화능력에 철저히 의존해 사는 방식이다.
톤레삽 언저리의 선상촌 |
이들이 톤레삽 호수에 사는 이유는 간단하다. 용수를 쉽게 얻을 수 있고, 이동이 편리하고, 고기를 낚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땅이 재산이 되고, 집이 돈이 되는 나라에서 온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물 위의 삶이 그저 누추하고 불편해 보일 뿐이었다. 호수 가까이 살면서 배 타고 나가서 고기를 낚으면 되지 않을까, 의문은 계속된다. 하지만 둑을 따라 이어진 수상촌을 벗어나 탁 트인 톤레삽 호수로 나가는 순간 저절로 답을 깨달았다.
우기가 되면 강과 호수가 합류하는 수도 프놈펜에서 씨엠리업까지 물이 서서히 역류를 시작한다. 사방 수십km 안에 모든 것이 물에 잠기는 것이다. 그 범람의 규모가 어지간한 것이었다면 선상촌이나 수상촌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고기를 잡고 매일 물을 써야 하는 사람들에게 건기가 되면 수십km씩 멀어졌다 우기에는 집을 삼켜버리는 호수를 따라잡는 방법은 그 위에 터전을 마련하는 것뿐이었다.
가난하지만 있을 것은 다 있다. 학교, 슈퍼마켓, 보트 수리센터, 철물점, 배터리 충전소, 당구장, 교회 등 육지의 여느 마을과 다르지 않다. 전기가 공급되지는 않지만 자동차 배터리를 매일 충전해 불을 밝히고 텔레비전도 본다. 창가엔 화분을 놓고 강아지도 놓아기르며, 양은 냄비는 항상 반질반질하다. 집집마다 주소가 있어서 우편배달도 가능하다. 이 곳의 자동차는 집마다 갖고 있는 나룻배다.
톤레삽이 주는 풍요는 800여 종의 물고기에서도 확인된다. 식용은 20여 가지로 한정되지만 이 고기들은 캄보디아인에게 매우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다. 어획량이 연간 10억t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선상 가옥 옆에는 물고기가 가득 든 가두리가 수면 위로 조금 떠 올라 있다. 금방 걷어 들인 포망처럼 고기가 바글바글하다. 먹이를 던지면 50cm는 족히 넘을 월척들이 철퍼덕 물을 튀기며 뛰어오른다. 이 고기를 내다파는 것이 가장 중요한 생계수단이다.
선상촌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캄보디아인은 아니다. 그중 약 30%는 베트남 난민이고 참족도 있다. 역사적으로 전쟁이 잦았던 캄보디아와 베트남은 아직 불편한 감정을 유지하고 있고, 톤레삽도 예외는 아니다. 같은 선상촌이지만 베트남 난민들의 배는 쉽게 구분이 가능하다. 지붕을 얹거나 집을 치장하는 방법도 다르지만 가장 눈에 두드러지는 것은 확연히 가난한 그들의 살림살이다.
메콩강의 우기는 톤레삽의 이사철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
밀려나는 수변의 삶
톤레삽의 이사철은 물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점점 불어나는 호수에 밀려 강변 사람들의 삶도 밀려난다. 톤레삽 호수의 둑에 걸쳐 있는 가옥들은 흡사 공중누각같다. 둑 위에서 보면 나지막한 오두막 같지만 실제로는 수m 높이의 버팀목으로 지탱하고 있다.
그 높이마저 안심할 수는 없다. 호수가 가까워질수록 둑 아래 저지대는 물에 잠기기 시작했다. 땅을 더 파서 물길을 잡아주고, 그 흙으로 둑을 다듬는 공사가 계속되고 있었다.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면 하류의 집들은 안전한 내륙으로 이사를 떠나야 한다. 수상가옥의 버팀목을 뽑아내고 벽을 뜯어냈다가 다시 조립하는 일은 몇십 분이면 뚝딱이다.
캄보디아의 극빈층은 선상촌이 아니라 이곳 수상촌의 사람들이다. 호수에서는 어업에 종사하며 일정한 수입을 올릴 수 있지만,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특별한 벌이가 없다. 식수의 공급마저 여의치 않아 수년 전 일본인들이 펌프를 설치해 주었다. 캄보디아 정부도 아시아개발은행으로부터 1천만 달러의 차관을 들여와 톤레삽 호수와 120만 명에 이르는 수상족에 대한 생활개선 프로젝트에 나섰다.
Tip_ 톤레삽 호수 여행
1인당 10달러 정도면 모터보트를 타고 1~2시간 정도 톤레삽 호수의 선상촌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얼마 전부터 호수로 접근하는 길에 통행료 5달러가 신설됐다. 대형 여객선을 타면 프놈펜이나 바탐방까지 이동할 수 있다. 프놈펜까지 편도 5시간 정도, 건기에는 그 이상이 걸린다. 오전 7시에 출발하면 편도 요금은 22달러선. 바탐방까지는 편도 13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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