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오마이뉴스 2006-09-2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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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화역 1번 출구 예총회관 앞 티켓박스 |
ⓒ2006 이승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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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로니에공원 입구에 세워져 있는 조향물 |
ⓒ2006 이승철 |
지난 주말 오후, 4호선 혜화역에 지하철이 도착하자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린다. 대부분 10대에서 30대까지의 젊은이들이었다. 그들을 뒤따라 나가는데 20대로 보이는 남녀 10여명과 함께 나가던 한 젊은이가 다른 일행들에게 묻는다.
"일단 나가봐~ 볼거리, 놀거리 무진장이니까."
그들의 뒤를 따라 나가다보니 혜화역 1번 출구 앞이다. 볼일이 있을 때면 자주 지나다니는 혜화역이지만 거리로 나서보기는 상당히 오랜만이다.
지하철 출구를 나서자 바로 앞에 괴상한 모양의 구조물이 나타났다. 바위 모양의 구조물이었는데 거리 쪽을 향한 2층에 창문이 달려 있다. 조금 더 돌아가자 입구가 나타났다. '좋은 연극공연 안내소'.
그래, 이게 티켓박스구나. 이 지역 수십 여 개 크고 작은 극장들의 관람권을 살 수 있는 곳이었다. 이 지역 종합 극장관람권 구매소인 셈.
그 앞쪽의 광장이 마로니에공원이다. 공원입구에도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그런데 저 앞쪽에서 '와하하!'하고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크게 웃는 소리가 들린다. 일단 그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웃는 소리가 났던 곳은 어느 극장 앞 공터였다. 약간 높은 곳에서는 한 젊은이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 앞 공터에는 100여명의 사람들이 그를 바라보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대에게 할 말이 있는데 왜 이리 용기가 없을까. 삐삐-삐리비삐, 삐삐-삐리비삐. 쪽팔려도 재밌네요!"
노래실력이 대단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는 기타치고 노래하면서 사이사이 우스갯소리를 해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그가 노래하는 중간 중간 한마디씩 할 때마다 관중석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사람들을 웃기고 즐겁게 하는 실력이 어느 유명 개그맨 저리가라 할 정도로 대단했다. 그가 사람들을 한바탕 웃기고 내려왔다, 조그만 가방을 벌려 들고 사람들 사이를 누비며 모금을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웃으며 모금에 참여했다.
거리의 관객을 웃긴 '유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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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이한 모습의 서울대학교 유지기념비 |
ⓒ2006 이승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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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산 윤선도 생가 터의 오우가비 |
ⓒ2006 이승철 |
"윤효상입니다. 상관없어요. 맘대로 하세요."
옆에 있던 사람들이 또 와그르르 웃음보를 터뜨렸다. 이곳에서 벌써 17년 째 공연 중이라는 그를 사람들은 '유머니스트'라고 불렀다.
그는 모금을 하면서도 사람들을 웃겼다. 사람들을 웃기는데 천부적인 재주를 지닌 사람 같았다. 무대 아닌 무대에서는 다른 사람이 뒤이어 노래를 부르고 있었지만 윤효상씨 만큼 큰 반응은 없는 것 같았다.
그들을 뒤로 하고 마로니에 공원 안으로 들어섰다. 길가에는 솜사탕을 파는 중년 남자가 피어오르는 솜사탕을 막대기에 열심히 감아올리고 있었다. 마로니에 공원, 누가 이런 이름을 지었을까. 어떤 사연이 있을 것 같았다.
이름이 마로니에인 이유는 마로니에 나무가 있기 때문이라고. 이 나무는 71년 전인 1929년 4월 5일 서울대학교의 전신인 경성제대 때 심어졌다. 일제의 만행이 기승을 부리던 시절이다.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라는 마로니에 나무는 광복 이후 어려운 조국을 위해 고뇌하던 젊은이들에게 좋은 벗이 되었다. 1975년 서울대학교가 관악산 밑의 새 캠퍼스로 옮겨지고 그 자리에 마로니에공원이 생기면서부터는 대학로 문화마당의 상징수가 되었다.
대학로는 혜화동로터리에서 이화동 사거리에 이르는 1.1km 구간을 말한다. 이 거리에는 30명에서 500명의 객석을 가진, 대략 50여 개의 소극장과 400여 개의 카페가 밀집되어 있다. 젊은이들의 멋과 사랑, 낭만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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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극장 앞의 조형물 |
ⓒ2006 이승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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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로니에공원의 야외공연장 |
ⓒ2006 이승철 |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야외무대는 웬일인지 공연이 없어 몇 사람이 객석에 앉아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이곳이 옛 서울대학교 터였음을 알려주는 '서울대학교 유지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그런데 이 비는 일반적인 기념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대개의 기념비는 길쭉하게 서있는 모습인데 비해 이 기념비는 길쭉한 평면이었기 때문이다.
넓은 마당 나무그늘 밑에 있는 벤치에 길게 드러누운 노숙자의 모습이 공원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화단 한 쪽엔 고산 윤선도의 생가 터에 세워져 있는 오우가(五友歌)비가 우람하게 서 있다.
나모도 아닌 거시 플도 아닌 거시
곳기난 뉘 시기며 속은 어이 뷔연난다
뎌러코 사시예 프르니 그를 됴하 하노라
쟈근 거시 노피 떠서 만물을 다 비취니
밤듕의 공명이 너만하니 또 잇나냐
보고도 말 아니 하니 내 벋인가 하노라 - 오우가 (五友歌) 중 뒷부분, 죽(竹) 월(月)편
공원에는 강아지를 끌고 나온 주부, 함께 산책 나온 노부부도 보인다. 비둘기 떼가 모여들어 모이를 먹는 곳에서는 청소년 몇 명이 모이를 던져주며 비둘기 무리의 왕자놀이를 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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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로니에공원의 솜사탕 아저씨 |
ⓒ2006 이승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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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둘기와 청소년들 |
ⓒ2006 이승철 |
대학로는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대중문화와 더불어 사랑이 있고 볼거리가 많아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지만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즐거움을 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BS 유포터 뉴스와 시골아이에도 송고합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서 시인이승철 을 검색하시면
홈페이지 "시가있는오두막집"에서 다른 글과 시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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