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아련하게 떠오르는 당신과 나의 추억…경주로의 시간여행

피나얀 2006. 9. 23. 00:13

 

출처-[노컷뉴스 2006-09-22 07:01]

 

'추억의 경주 신혼여행' 10월부터 매월 운영
이제 너무나도 오랜 세월이 흘렀다. 언제이던가 신혼의 추억이 이제는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노부부들.

그러나 그들에게 경주는 여전히 수줍고 설레는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아있는 도시이다.

지난 6,70년대 경주는 최고의 신혼여행지로 각광받았다. 전국의 신혼부부들이 경주 불국사, 석굴암을 돌아보며 새로운 인생의 출발을 다짐했다.

그렇게 시작한 둘만의 삶. 기쁨도 슬픔도, 고통도 행복도 함께 나누며 지내온 시간이 벌써 수십년이 흘렀다.

어느덧 눈가와 이마에 세월의 나이테처럼 깊은 주름이 들어선 그들에게, 경주는 생각만 해도 가슴 한 구석이 젖어오는 추억의 장소로 남아있다.

오늘 4쌍의 노부부는 그토록 돌아오고 싶었던 서라벌 들판에 서서 오래전 그 시절의 새신랑, 새색시로 돌아가 서로 손을 꼭 잡고 추억의 시간여행을 떠난다.

▲ 불국사 법고 소리에 손을 마주잡고

서울 현저동에 사는 지종만(63), 윤호자(60) 부부는 효도관광이라며 자녀들에게 등을 떠밀려 아침 9시 서울역에서 KTX에 올랐다. 어려운 살림 때문에 이번이 첫 신혼여행인 부부는 다소 쑥스러운 느낌도 잠깐, 열차는 2시간도 안되서 동대구역에 도착했다.

역사 로비에서 기다리는 신라문화원 직원들로부터 장미꽃으로 기분좋은 환영를 받고 곧바로 버스에 올라 50분만에 경주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경주까지 3시간이 채 안 걸렸다.

기차여행으로 출출해진 배. 보문단지 초입에 위치한 콩요리 웰빙음식점 ‘다유’에서 맛깔나는 점심을 든 뒤 힐튼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곧바로 시작된 경주 관광. 경주국립박물관과 첨성대, 천마총, 불국사. 전문 여행안내사가 들려주는, 경주 곳곳에 천년이 넘게 스며 내려오는 역사와 이야기에 부부는 흠뻑 취해버렸다.

해가 저문 불국사 다보탑 옆에서, 스님의 법고 소리에 묻혀, 부부의 마음도 경주의 아름다운 밤을 따라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 당신은 왕비, 나는 왕…둘이서 안압지를 거닐다

‘추억의 경주 신혼여행’에 나서는 첫 팀인 4쌍의 부부 가운데 최고령자인 경남 진주에서 온 박영래(74), 정수화(71) 부부.

큰 며느리의 신청으로 50년 전 신혼여행을 왔었던 경주를 다시 찾았다. 당시 묶었던 불국사 앞의 여관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길들도 변했지만 천년을 지켜온 유적들과 둘이서 간직한 신혼의 추억은 그대로였다.

10년전 하와이 여행 때 구입했다가 남사스러워서(쑥스러워서) 옷장 속에 꼭꼭 숨겨뒀던 커플티도 꺼내와서 척하니 맞춰입고 안압지로 향한다.

안압지 관광에 이어 신라시대 왕과 왕비 옷을 입고 기념촬영에 나선다. 옷값은 500만원, 금관은 150만원이나 한단다.

옷을 입고나니 정말 왕과 왕비가 된 기분이다.

임해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50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오늘따라 아내가 무척이도 예쁘고 신랑이 그렇게도 멋져 보인다.

조선시대 한옥이 보존돼있는 양동마을에선 500년이 넘은, 조선시대 대유학자 회재 이언적 선생의 생가에서 전통차를 마시며 선조들의 향취에 젖어본다.

꽃마을한방병원에서는 난생 처음 한방검진을 받아보고 모래찜질 기계에도 들어가본다. 아직도 몇십년은 건강하게 살 거란다. 그럼, 아직 마누라랑 볼 것도 할 것도 많다.

저녁엔 원효스님과 애틋한 사랑을 나눴던 요석공주가 살던 터에 지어진 조선 후기의 한옥 최부자집을 개조한 ‘요석궁’에서 한정식으로 푸짐하게 식사를 했다.

식사 후에는 가야금과 해금, 아쟁, 장고 연주에 신명나는 민요 한자락까지… 예쁘게 꾸며진 뜨락에 내리는 빗소리와 우리 국악이 어울린 가운데 둘째날 밤이 깊어간다.

▲ 수오재의 아침과 감은사,대왕암…

충남 당진에서 온 손풍운(60), 이병열(58) 부부는 다음날 아침 일찍 효공왕릉 옆에 있는 고택 수오재(守吾齋)를 찾았다.

각종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경남 마산의 황부자집과 경북 칠곡의 한옥을 완전해체한 뒤 고스란히 옮겨와 다시 지은 수오재는 집주인 이재호(49. 기행 작가)씨가 ‘자신을 지키고 삼가자’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다.

푸르른 산천을 바라보며 대청에 차려져있는 무공해 된장국과 호박잎, 산딸기, 야채, 호박전은 도시에선 돈을 아무리 주고도 사먹을 수 없는 우리 고향의 맛이었다.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손씨 부부는 석굴암으로 올라갔다. 제13호 태풍 '산산'의 접근으로 토함산은 옛 신라사람들의 말대로 용이 내뿜는 듯한 구름과 안개에 휩싸여 있었다.

신비로운 석굴암의 정경을 뒤로 하고 향한 감은사. 복원·정비공사가 한창인 감은사 3층 석탑은 웅장하면서도 세련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석탑에 낀 이끼가 더욱더 정겹게 다가온다.

신선한 생선회로 점심을 든 뒤 경주의 마지막 코스인 대왕암을 찾았다. 태풍의 영향으로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바다에서 대왕암은 거친 파도를 헤치고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경주를 떠나는 노부부들. 그러나 어느새 그들은 앨범 속에 고이 간직해온 빛바랜 사진 속, 그 시절의 청춘 남녀로 돌아가 있었다.

추억의 경주 신혼여행
신라문화원(원장 진병길)에서 주최하는 ‘추억의 경주 신혼여행’은 올해 10월 17~19일, 11월 14~16일 2회 실시되고 내년부터는 매월 1회씩 진행된다.(동절기, 하절기 제외)

비용은 1인 60만원(올해는 1인 50만원으로 할인혜택)으로 교통, 숙박, 식사, 관광비 등 경비 일체가 포함되며 전문안내사와 간호사가 동행한다.

또 여행 중 비디오·사진 촬영을 통해 부부 앨범과 동영상을 제작해 선물로 증정한다.

자세한 일정 문의는 신라문화원(☎ 054-774-1950, www.silla.or.kr)으로 하면 된다.


경주의 맛집 · 멋집
▲ 다유(茶由) 보문단지 초입. 한화콘도 인근에 위치한 웰빙 음식점. 고풍스런 한옥에서 맛보는 정갈한 야채와 콩고기로 만든 건강식이 맛깔스럽다.

25종의 야채과 과일, 콩으로 만든 고기가 어우러진 채과밥과 콩으로 만든 쇠고기, 닭고기, 햄에 야채.과일 샐러드가 곁들여 나오는 콩고기밥이 있다, 특히 샐러드에 드레싱으로 뿌려져 나오는 오미자차는 남겨진 것을 다 마시게 될 정도로 일품. 가격은 모두 1만원.

경북 경주시 천북면 물천리 1159-7, ☎ 054-773-8866 / 016-866-6621

▲ 수오재(守吾齋)신문왕릉과 효공왕릉 인근에 위치. 경남 마산과 경북 칠곡에서 한옥을 옮겨와 그대로 복원해둔 고택으로 기행작가 이재호씨가 회원제로 운영하고 있다.

회원이 되면 월 1회씩 3박4일간 머무를 수 있다. 숙박객들에게는 유기농 채소와 된장, 고추장으로 고향을 느낄 수 있는 진짜 시골의 무공해 밥상이 제공된다.

원칙적으로 회원이 돼야만 수오재에서 묵을 수 있지만 이재호씨에게 잘 얘기하면 사람좋은 웃음과 함께 “오신다는 데 어떻게 막겠습니까?”라는 답을 얻을 수 있다. ☎ 054-748-1310 / 011-9516-3030

고추장, 된장, 간장 등은 전국 어디서나 주문하면 배송도 해준다. 신라된장(신임순): ☎ 011-9826-1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