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스위스의 작은 마을 스쿠올

피나얀 2006. 9. 23. 00:16

 

출처-[레이디경향 2006-09-22 10:48]

 

이름난 관광지는 많지만 마음을 빼앗는 관광지는 드물다. 유명한 유적지는 없지만 작고 소박한 마을 전경 하나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곳 스쿠올. 고작 인구 2천 명이 살고 있는 스위스의 이 작은 산마을의 매력을 소개한다.

 

가꾸지 않아 더 아름다운 마을

 

여행을 하다 보면 이름난 관광지보다 자그마한 마을에 더 마음이 끌릴 때가 있다. 파리나 로마 같이 세계적인 관광지의 경우 거대한 유적 앞에서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놀라기도 하지만 반대로 ‘행여 좋은 구경거리를 하나라도 놓칠까’ 조바심을 내기도 한다.

 

특히 초행길인 여행자들은 꼬박 월급을 모아서 온 여행인데 하나라도 더 봐야 한다는 욕심도 앞서다 보니 여행 일정도 강행군이 되기 십상이다. 여행도 해봐야 눈이 생기고, 여유가 생기는 법. 세상사엔 다 단계가 있는 모양이다.

 

처음 유럽을 찾았을 땐 거대한 성당이나 유적에 놀란다. 그 다음엔 푸르디푸른 산과 초지 등에 맘을 뺏기게 된다. 그럼 그 이후엔? 작은 마을의 소담한 풍경이 발목을 잡는다.

 

내겐 스위스의 산마을 스쿠올이란 곳이 딱 그랬다. 스쿠올은 오스트리아와의 국경도시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동계올림픽을 치른 인스부르크와 그리 멀지 않다.

한적한 시골 마을 스쿠올의 풍경은 소담스러웠다. 창마다 화분을 걸어놓은 벽돌집, 좁은 골목길에 숨어 있는 자그마한 노천식당, 종소리에도 녹록지 않은 역사가 묻어 있는 중세 성당…. 자연은 가꾸지 않아서 더 아름다웠고, 순박한 주민들의 눈길에는 따스함이 배어 있었다. 유럽의 이런 소도시들은 여행자들에게 속 깊은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스위스 동남단에 자리 잡은 스쿠올은 우리로 따지면 백두대간의 한 귀퉁이에 박혀 있는 산마을이다. 동서로 길게 뻗은 엥가딘 협곡의 끝자락에 앉아 있다. 앞뒤로 2,000~3,000m 사이의 고봉이 마을을 에워싸고 있다.

 

클루니스(2,793m), 나이르(2,966m), 타스나(3,179m), 펜가(3,399m), 트리아자(3,041m), 아주즈(2,790m), 세스베나(3,204m), 모다리(2,593m)…. 협곡 한쪽 귀퉁이에는 스위스에서 유일한 국립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눈길을 끄는 독특한 모양의 창문

 

스쿠올은 해발 1,200m 고지. 인구는 고작 2천 명 정도에 불과하다. 깊은 산골짝에 자리 잡은 스쿠올은 문화사적으로도 독특하다. 이 마을 사람들은 옛날에 로망슈어를 썼다.

 

로망슈어는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와 함께 스위스의 공용어 중 하나이지만 전 인구의 1%밖에 쓰지 않는 소수언어다. 이런 말이 남아 있다는 것은 산이 높아 그만큼 고립돼 있기 때문이다.

 

마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창문이다. 공장에서 딱딱 찍어낸 아파트나 연립주택 창문만 봐온 우리에게 이 동네의 창문은 다양하고 특이하다. 판에 박힌 듯이 똑깥은 창문은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창 모양이 제각각이다.

 

샬레풍으로 된 나무집에 반투명 옛날 유리를 끼운 창, 수백 년 이상 된 오랜 나무틀로 된 창문은 거대한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보다 단박에 내 눈을 사로잡았다. 모양도 제각각. 사각형, 원형, 마름모형 등 창틀이 저마다 다르다.

 

너무도 신기해서 마을을 세 번이나 둘러봤지만 희한하게도 똑같은 모양의 창문은 하나도 없다. 공통점이라면 창이 작다는 것이다. 아무리 커도 가로 세로 각 1m가 넘지 않을 정도로 자그맣다. 대신 집집마다 꽃으로 장식해놓은 창은 아름답다. 창이 작은 것은 겨울 추위 때문이다.

“겨울에는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창을 작게 만들어 될 수 있으면 열기를 가둬두려고 하죠. 추운 산자락에서 살아오던 조상들의 지혜죠”.

 

대신 벽은 50㎝~1m 가까이 될 정도로 두꺼웠다. 보온을 위해서다. 특이한 것은 대문도 위아래로 잘라 두 개로 나뉘어 있다. 찬바람이 들어오지 않도록 아랫문은 겨울철에 소나 양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단다. 대신 여름에는 시원하다.

 

그래선지 호텔에도 에어컨이 없다. 유리창 주변에 새겨놓은 기하학적인 모양의 슈그라휘트라는 문양도 독특하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하이디의 고향

 

스쿠올은 온천마을이기도 하다. 유리창과 함께 이 마을의 자랑거리는 마을 곳곳에 흩어져 있는 7개나 되는 샘이다. 다른 지역과는 달리 스쿠올의 샘은 물이 나오는 파이프가 2개. 오른쪽 파이프는 사이다처럼 톡 쏘는 광천수이고, 왼쪽은 무색무취의 보통 물이다. 스쿠올의 샘물은 스위스에선 제법 알려져 있다.

 

스쿠올은 예부터 온천이 이름나 휴양차 오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도로가 개통된 19세기 말에는 유럽의 의사들이 이곳에 몰려와 온천 효과를 연구했단다. 그래서 지금도 ‘치료천’으로서 스쿠올의 온천을 찾는 이가 많다.

 

유럽 여행의 재미 중 하나는 고성 탐방.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타라스프 성은 크지는 않지만 역사가 깊다. 언덕배기 꼭대기에 서 있어 전망도 좋다. 원래 11세기께 세워진 타라스프 가문의 성곽이었다가 후에 쿠어 주교, 티로르 공, 합스부르크 왕족 등 소유주가 바뀌었으며 20세기 초 화장품 회사를 운영하는 독일인 사업가에게 팔렸다고 한다.

 

성곽에 들어서면 스쿠올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 집주인인 듯한 귀족들의 초상, 화려한 가구가 눈길을 끈다. 특히 20세기 초 설치했다는 파이프 3천 개의 파이프 오르간은 이 성의 명물. 여름이면 음악회가 열린다고 한다. 아름다운 옛 성에서 연인과 함께 듣는 세레나데. 생각만 해도 즐겁다.

 

스쿠올 마을 한가운데에는 15세기 말에 세워진 교회가 서 있다. 스쿠올이라는 마을 이름은 바로 이 교회에서 비롯됐다. 교회가 세워진 절벽이 반석이란 뜻의 ‘스쿠올’. 절벽 아래로는 인강이 협곡을 감돌며 흐른다.

 

인강은 마을과 승용차로 30분 거리인 오스트리아 국경을 지나 티롤 지방의 인스브루크를 가로질러 도나우 강의 원류가 된다. 오스트리아의 인스브루크도 인강이 흐르는 곳이라는 뜻. 급류처럼 굽이져 있는 인강 자락은 래프팅의 명소로도 이름이 높다.

 

스쿠올은 모험 스포츠를 좋아하는 젊은이에게 안성맞춤다. 산과 강을 이용한 레포츠가 수없이 많다. 인강은 래프팅 코스로 좋다. 한여름에도 물이 차갑다. 물살도 거세어 가파른 내린천만큼이나 시원스럽게 강물을 가를 수 있다.

 

마을 뒤 산자락은 겨울에는 스키 코스, 여름철에는 산악자전거 코스로 유명하다. 초보자 코스부터 전문가 코스까지 다양하다.

여행객은 곤돌라를 타고 정상까지 간 뒤 아예 페달을 돌릴 필요가 없는 내리막길 전용 다운힐 바이크를 탄다. 우리의 ‘킥보드’와 똑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산마을 스쿠올은 아무 걱정 없이 잘 놀다 갈 수 있는 그런 산마을이다.

 

산과 강이 갈래갈래 얽혀 있는 스위스 동부의 작은 마을 스쿠올. 스쿠올 인근에는 다보스, 취리히, 루체른 등 이름난 휴양지가 많다.

 

하지만 이런 잘 다듬어진 관광지보다 작은 시골마을에 더 마음이 끌리는 것은 하이디가 사는 산마을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빼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여행 길잡이 하나

 

스위스 패스를 이용해 베르니나 익스프레스나 글래시어 익스프레스를 한번쯤 타보는 것도 재미다. 일종의 관광 파노라마 열차인데 중소도시를 많이 지나간다. 글래시어 익스프레스의 경우 생모리츠~체르마트로 이어지는 7시~8시간 코스로 가는 도중에 브리그와 쿠어, 사메단, 다보스 같은 이름난 관광도시를 경유한다.

 

 

브리그는 16세기 밀라노와 파리를 잇는 중계무역으로 성장한 상업중심지. 베른~브리그 등 주요 노선이 지나치는 교통 요충지이기도 하다. 브리그를 벗어나자마자 열차는 베트머알프와 리더알프 사이로 빠진다. 눈치 빠른 여행객이라면 ‘알프’란 단어에서 알프스를 떠올린다. 제로 알프스에서 가장 크다는 24km의 알레취 빙하를 볼 수 있는 곳이다.

 

기차에서는 빙하를 볼 수 없고, 내려서 케이블카를 타야 한다. 케이블카는 바로 빙하 아래까지 이어져 있다. 이끼가 끼여 있는 산줄기 사이로 마치 강물처럼 흘러내린 빙하 트레킹도 좋은 추억거리다.

 

여행 길잡이 둘

 

쿠어도 볼거리가 많다. 쿠어는 그라우뷘덴 주의 수도로 로마시대부터 자리 잡은 유서 깊은 도시이다. 철도역을 나와 마주친 도시의 풍광은 현대적이다. 하지만 구도시로 들어가면 갈수록 옛 모습을 볼 수 있다.

 

쿠어 대주교의 성곽은 당시 쿠어가 얼마나 번영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좁은 골목길에 펼쳐진 구도시에는 구두를 만들던 장인들의 길드건물 등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다.

 

쿠어에서는 생모리츠와 다보스로 철로가 나뉜다. 생모리츠는 유럽에서 가장 이름난 휴양지 중 하나. 1928년과 1948년에 동계 올림픽을 개최했으며 2002~2003시즌에는 월드스키챔피언십이 열릴 예정이다. 또 근세에 봅슬레이가 처음 만들어진 곳이기도 하다.

 

생모리츠는 해발 2,000m 가까운 고원도시이지만 1년 중 3백22일 햇살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일조량이 풍부한 곳이다. 1913년에는 러시아의 니콜라스 황제가 개인용 호텔인 칼튼을 짓기도 했다. 괴테를 비롯해 이탈리아의 화가인 조반니 세간티니, 프랑스의 명 디자이너 코코 샤넬 등 이름난 명사들이 휴양지로 찾았다.

 

스위스에서 처음 전기가 들어온 곳도 바로 생모리츠다. 산과 함께 넓은 호수를 끼고 있는 생모리츠는 여행객이 많이 몰리는 탓에 여행 코스가 잘 짜여져 있다. 이중 하나가 하이디 투어. 하이디 영화를 찍은 옛 별장까지 산책로가 이어져 있다. 가는 길에 에델바이스 등 알프스의 야생화를 볼 수 있다.

 

베르니나 익스프레스는 쿠어에서 티라노라는 이탈리아 국경의 작은 마을까지 이어주는 노선으로 3~4시간 정도 걸린다.

 

여행 길잡이 셋

3개월 이내의 여행은 비자가 필요 없다. 10월까지 서머타임이 적용되어 한국과의 시차가 7시간 늦다. 스위스 여행은 기차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스위스는 산악국가로 철도가 가장 훌륭한 교통편이다. 스위스 패스는 4일과 8일, 15일, 21일, 1개월 단위로 판다. 2등석과 1등석이 있는데 스위스 패스를 사면 유효기간 동안 철도와 버스, 지하철, 전철을 횟수 제한 없이 탈 수 있다.

 

스위스 패스는 4일권은 2등석이 1백85달러, 1등석이 2백78 US달러. 8일권은 2등석 2백64US달러, 1등석 3배백95US달러다. 다보스에서 스쿠올까지는 1시간 15분, 취리히에서 스쿠올까지 2시간 45분, 루체른에서 스쿠올까지 기차로 3시간 45분 정도 걸린다.

 

베르니나 익스프레스, 글래시어 익스프레스는 인기가 높아 예약을 해놓으면 좋다. 예약 수수료는 베르니나 9유로, 글래시어 13유로다. 유럽 철도 여행은 레일유럽(www.raileurope-korea.com)을 통하는 게 가장 빠르다. 레일유럽 한국지사에서는 직접 표를 판매하지는 않고 서울항공여행사(02-755-1144), 리얼타임 트래블 솔루션(02-3704-2800), 하나투어(02-2127-1325)등 판매 대행사 등을 통해 티켓을 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