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오마이뉴스 2006-10-05
15:35]
"올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은 평균 15만500원으로 전년에 비해 10% 정도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물가협회가 조사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이들 기관은 30명 안팎의 조사요원들을 남대문시장, 광장시장(을지로) 등 재래시장으로 보내 제수에 사용될 나물·과일·견과류 등 23개 품목을 중저가 상품으로 구입할 경우 4인 가족 상차림을 할 때 드는 비용을 산출해 발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애를 쓰고 고생을 해서 만들어낸 상차림 비용이지만 막상 제수 흥정을 하러 시장에 나온 며느리들은 이에 공감하지 못합니다. "15만원에 제사상을 차린다구요? 얼척없는 소리하시네." "4인 가족 상차림이라는데 제사 지내는데 4명만 지내나? 정말 미쳐. 먹고 가고 싸가는 게 얼만데 15만원이야. 먹지도 말고 싸주지도 말아야겠네." "그래서 우리 동서가 그런 말을 했구먼. 봉투를 내밀면서 '형님 20만원이면 뒤집어 쓰고도 남는다던데요'라는 거야. 내가 봉투를 확 집어던지려다 말았다니까." "제사 지내는데 4명만 먹나?"
저희 집과 같이 형제가 많지 않은 집안도 어머님을 포함해 큰집 작은집 9인 가족이 차례를 지내고 있습니다. 친정의 경우 역시 아버지의 형제분이 그리 많지 않은 삼형제지만 그 아래 아들 내외와 손주들까지 최소한 열다섯명에서 스무명 남짓이 제사를 지내러 오곤 합니다. 종손이 제사를 지내는 집의 경우는 이보다 더해서 직계가족뿐 아니라 사촌들까지 제사를 지내러 오기 때문에 가족의 수는 엄청나게 늘어나게 됩니다.
의미 없이 보고 지나갈 수도 있는 차례상 비용에 며느리들이 열을 받는 이유는 다 이런 데 있는 것입니다. 조기 1마리, 사과3개, 배3개, 소고기 1kg, 밤400g, 대추400g, 시금치400g, 고사리400g, 호박 1개, 토란 400g, 한과 300g…. 4인 가족이 차례를 지낸다고 해도 막상 시장에 나가보면 300g, 400g 단위로 물건을 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물론 시장에서는 아주 작은 단위로는 물건을 팔지도 않습니다.
추석을 사흘 앞둔 10월 3일 제수용품 장만을 위해 성남의 한 재래시장을 찾았습니다. 이미 발표된 제수물가를 알고 있었지만 시장물가는 이미 발표된 물가를 비웃듯 30%에서 어떤 것은 100% 이상 오른 상태로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제수용 배는 하나에 4000원 정도, 도라지와 고사리 역시 100g당 1000원 정도, 400g에 800원한다던 토란은 시장에서도 3000원 가량으로 발표된 물가와는 전혀 다르게 가져간 지갑을 빠듯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추석을 앞두고 오를 대로 오른 무(1개에 3천원)와 배추값(배추 3포기 한 묶음 1만원), 그리고 언제나 지갑을 여는 손을 떨리게 만드는 소고기값(한우 100g당 4000원, 수입 갈비 1kg당 2만5000원)을 제사에 올 여남은 식구들이 모두 먹고 싸가지고 갈 수 있을 정도로 마련해 오려니 '올 추석 차례상 마련비용 15만원 남짓'이라는 발표를 낸 모든 기관과 뉴스가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뉴스는 잊어주세요, 3배는 더 든답니다
상황이 이러니 4인 가족 차례상 차림 비용의 몇 배를 쓰고도 모자라는 제사 모시는 집 며느리의 입장에서는 어이없는 쓴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모처럼 명절이니 부모님 용돈도 신경써드려야 하고 오랜만에 만나는 조카나 일가친척들에게 비싼 선물은 못해도 양말 한 켤레라도 챙겨 보내야 마음이 편한 종가집 며느리들은 열기만 하면 돈이 쏟아지는 요술 주머니를 차지 않으면 안될 지경인 것입니다. 저의 경우 재래시장을 이용한다 할인점 특가 상품을 산다 유난을 떨고 다녔지만 9일 가족 차례상 차림과 식사준비 비용으로 이미 보도된 차례상 비용의 3배 가까운 지출을 해버린 상태입니다. 이렇게 마련을 해도 막상 손님 몇 번 치르고 나면 먹을 것이 없는 게 우리네 명절 상차림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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