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르페르 2006-10-11 10:44]
카우치 포테이토(couch potato)는 새로 나온 스낵이름이 아니다. 휴일이면 거실소파에 앉아 감자칩을 먹으며 종일 TV만 보는 이를 일컫는다. 편안함과 빈둥거림, 정신적 안락과 비만의 경계를 넘나드는 함축어다.
가을의 문턱에서 난생 처음 경험한 패러글라이딩은 '카우치 포테이토의 진수'가 무엇인지를 깨쳐 주었다. 소파 모양의 푹신한 하네스에 몸을 깊숙이 넣고 허공을 부유하며 푸른 하늘과 땅을 조망하는 여유. 몇 시간이고 떠 있으면서 김밥까지 먹을 수 있으니 거실에서와 다를 바 없었다.
아파트 베란다 창문을 열고 창공으로 날아오른 소파에 몸을 내맡긴 기분이 이러할까!
첫 비행은 교관과 함께 타는 2인승 텐덤(tandem)이었다. 단 한번이었지만 패러의 매력을 맛보기에 충분했다. 하늘 위에서 일몰을 바라보면서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전율을 느꼈다. 잠자리 떼가 날아다니는 풀밭을 사뿐히 즈려밟고 내려앉는 순간 다시 하늘 위가 궁금해졌다.
기초교육 이후 단독 처녀비행은 경기도 용인 정광산에서 치렀다. 땅에서 발을 떼는 동시에 쪼르륵 하강곡선을 그리며 착륙장에 떨어지는 '쫄쫄이' 비행이었다. 지상에서 며칠간 연습을 했지만 원하는 방향으로 캐노피(canopy, 날개)를 이동시키기는 역부족이었다. 머리로 먼저 생각하고 몸을 움직이려니 한 박자씩 늦었다. 바람도 문제였다. 바람은 생각보다 거칠어 거꾸로 솟구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날씨를 보아가며 며칠 간격으로 비행을 이어가다 수차례 시도 끝에 교관의 도움 없이 이륙했다. 하지만 핸들 급조작으로 인해 결국 하네스(harness, 걸터앉는 소파 모양의 조종석)에 의지해 풀밭 위로 엉덩방아를 찧으며 불시착했다. 고도처리 미숙과 급조작은 이후에도 계속 되풀이됐다. 시야를 넓게 확보하고, 고도를 완만하게 깎아 내리며, 체중을 옮기면서 안정감 있게 착륙하기까지는 수개월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다른 레포츠처럼 패러글라이딩도 꾸준한 연습 없이는 실력향상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충남 서산의 집오리가 천수만 철새를 흉내내다 어느 날 갑자기 날아오르듯 반복훈련이 필수다. 하루하루 연습을 거듭하다 보면 능선을 따라 오르는 바람에 기댄 사면비행(ridge soaring)과 열기류를 잡아타는 서멀비행(thermal soaring)도 가능하다고 한다.
"패러는 서멀을 잡는 게 핵심이에요. 상승기류를 잘만 갈아타면 용인에서 출발해 강원도 정선까지 120km 이상을 날아가기도 해요. 화장실이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전 한국 챔피언 원용묵 팀장(한국패러글라이딩학교)의 얘기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길을 찾는 것은 결국 자연의 흐름을 읽어냄을 뜻한다. 별도의 동력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서멀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상승과 침하를 반복하는 패러는 그래서 자연과 가까운 스포츠로 통한다. 물론 '열기류를 잡아탄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날의 풍향과 풍속, 구름의 상태, 온도, 지형 등을 파악해야 허공 속에서도 길이 보인다. 상당한 체력과 지구력, 판단력이 요구되는 일이다.
"태양열이 지면을 달군 한낮에 큰놈을 만나면 기체가 순식간에 수 백m 솟구치기도 해요. 처음 서멀을 잡은 아마추어들이 감격하고 놀라는 것도 이해가 가죠."
서멀 사냥에 눈이 트이는 중급 단계에 접어들면 침하 기술인 귀접기(big ears)와 B스톨을 본격적으로 익히게 된다. 고수들은 갑자기 먹구름을 만나거나 일부러 짜릿함을 느끼고 싶을 때 '캐노피를 걸레로 만든다'고 할 정도로 심하게 날개 모양을 망가트린다. 그러면 바람을 잃은 기체는 나선을 그리며 수직 낙하한다.
심한 경우 어지럼증에 다리까지 꼬인다고. 물론 아마추어는 살짝살짝 시늉만 해보는 정도여야 한다. 섣불리 큰 구김을 시도하다 기체를 원상회복시키지 못하면 추락을 면치 못한다. 인간은 본래 날개가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 일이 빚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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