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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PIFF]63개국 245편 상영…본지·프로그래머들 추천작

피나얀 2006. 10. 12. 00:57

 

출처-2006년 10월 11일(수) 오후 3:41 [경향신문]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63개국 245편. 이중 세계 최초 상영작만해도 역대 최다인 64편에 달한다. 영화제 기간 내내 매일 4편씩 본다 해도 상영작의 10% 남짓밖에 볼 수 없다. 프로그래머들과 경향신문이 뽑은 ‘강추작’을 소개한다.


◇거장들의 신작이 궁금하다면=

 

10월의 부산국제영화제는 2월 베를린, 5월 칸, 8월 베니스 등 3개 국제영화제에 소개됐던 거장들의 신작이 모여드는 자리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켄 로치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은 1920년대 초반 아일랜드 독립투쟁을 배경으로 한다. 70대 노인 켄 로치는 40년 가까운 영화 경력을 통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대, 반제국주의의 시선을 놓은 적이 없다. 신작에서 켄 로치는 비극적인 아일랜드 현대사가 갈라놓은 두 형제의 운명을 묘사했다.

‘비포 선셋’의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가상의 패스트푸드 체인점을 소재로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을 담은 ‘패스트푸드의 제국’을 선보인다. 10대 종업원들은 패스트푸드 체인점 ‘미키스’에서 판매되는 고기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폭로하기 위해 노력한다.

1908년생인 마누엘 데 올리베이라는 거의 매년 수준높은 영화를 발표해 영화팬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그의 베니스영화제 출품작인 ‘세브린느, 38년후’는 루이스 부뉴엘의 ‘세브린느’에 대한 오마주다.

수용소에 갇힌 영국인 모슬렘 청년의 실화에 바탕을 둔 마이클 윈터바텀의 ‘관타나모로 가는 길’, 논쟁을 몰고 다니는 라스 폰 트리에의 ‘IT의 황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차이밍량의 ‘홀로 잠들고 싶지 않아’, 모흐센 마흐발바프의 ‘개미의 통곡’, 로우 예의 ‘여름 궁전’,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하나’ 등 아시아 유명 감독들의 신작도 있다.

◇재기발랄하고 참신한 재능을 보고 싶다면=

 

익숙한 대로를 마다하고 새로운 샛길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크다. 영화제는 미지의 명감독들의 가능성을 남몰래 발견하는 장소다.

올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인 ‘13’(감독 겔라 바블뤼아니)은 한 사람의 비참한 현실을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게 전한다. 매일 자살을 시도하는 집주인 앞으로 배달된 편지를 훔친 주인공은 돈을 벌기 위해 편지에 적힌 게임에 참가했다가 파국을 맞이한다. 칸영화제에서 의외의 인기를 얻은 ‘택시더미아’(기요리그 팔피)는 3대에 걸친 세 남자의 기괴한 이야기를 다룬다. 사랑, 출세, 영원한 생명을 추구하는 세 남자의 삶이 코믹하게 그려진다.


뮤지컬 영화 ‘오페라 자바’(감독 가린 누그호로)는 고대 산스크리트 문학의 고전 ‘라마야나’에서 영감을 받았다. 열정적인 삼각관계 이야기를 인도네시아 음악과 무용, 전통 극예술의 전통을 이용해 그려냈다. ‘불량공주 모모코’로 이름을 알린 나카시마 데쓰야 감독은 여전한 판타지와 유머로 가득찬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을 내놓았다.

◇다큐멘터리 팬이라면=

 

영화제는 놀고 먹는 축제가 아니라 삶과 사회에 대한 새 통찰을 얻을 수 있는 기회다. 정직한 시선의 다큐멘터리는 이를 위한 좋은 기회다.

‘어떤 나라’ ‘천리마 축구단’의 대니얼 고든 감독은 또 한번 휴전선 저편 북녘땅의 삶을 담았다. ‘푸른 눈의 평양 시민’은 북한에 생존해있는 유일한 미국인 망명자이자, 지난 50년간 외국인과 접견하지 못했던 ‘조동지’를 카메라 앞에 세웠다. 그는 북한에서 악한 미국인 역으로 영화에 출연하면서 인기 스타가 돼 있었다. 북한, 미국 시골마을, 인도,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일하는 4명의 영사기사의 삶을 그린 ‘꿈의 동지들’(감독 올리 가울케)은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치는 헌사 같은 작품이다. 이들은 세계 영화산업의 변두리에 자리했지만, 열정만은 할리우드 거물 못지 않다.

‘코리안 돈키호테, 이희세’(감독 최현정)는 작업과정에서 변해가는 감독의 모습을 솔직히 드러낸다. 어릴적 반공웅변대회 스타였던 감독이 해외민주투사인 화가 이희세씨의 삶을 기록하면서 겪는 변화를 그렸다. 재일동포 김덕철 감독은 ‘강을 건너는 사람들’에서 각자의 길을 걷는 4명의 한국인, 일본인을 통해 한·일 양국의 역사와 만남을 담담하게 묘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