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위세에‘움찔’…자태에‘아찔’… 프랑스 샤모니‘몽블랑’

피나얀 2006. 10. 12. 22:26

 

출처-[국민일보 2006-10-12 17:14]




유럽의 지붕으로 불리는 알프스에 오르는 길은 의외로 싱겁다.

 

창문을 열면 몽블랑(4810m)이 마을 뒷동산처럼 정겨운 프랑스 남동부의 산악마을 샤모니. 해발 1000m의 고산지대에 있는 마을에서 케이블카와 엘리베이터를 번갈아 타면 몽블랑을 마주보는 에귀이 뒤 미디(3842m) 봉우리에 닿는다.

 

외줄에 매달린 케이블카를 타고 수직으로 깎아지른 봉우리를 올라갈 때 경험하는 공포심도 한순간.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급경사의 능선을 한 발 한 발 오르는 산악인들의 아찔한 모습이 고산증도 잠시 잊게 한다.

 

에귀이 뒤 미디의 전망대에서 맞는 알프스의 산세는 웅장하다 못해 경외심마저 불러일으킨다. 만년설에 뒤덮인 봉우리들이 360도 파노라마로 끝없이 펼쳐지고,계곡을 켜켜이 뒤덮은 빙하는 수만 년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거대한 빙하가 흘러내리면서 V자 형태로 깎인 23㎞ 길이의 샤모니 계곡도 전망대에서 볼 수 있는 장관.

 

구름 한 점 없는 쪽빛 가을하늘을 머리에 인 때문일까. 알프스의 만년설은 희다 못해 푸른빛이 감돈다. 송곳처럼 뾰족뾰족한 검은색 바위 봉우리와 만년설이 그리는 풍경은 흑백사진을 보는 듯하고 바위산의 직선과 만년설의 곡선이 만나는 곳엔 어김없이 산악인들이 주인공을 자처한다.

 

전망대에서 보는 알프스의 고봉들은 극적인 원근감에 의해 높낮이를 구별하기 힘들다. 고만고만한 봉우리 같지만 1000m 이상 고도 차이가 나기도 한다. 뾰족한 봉우리들 사이에 홀로 어머니의 젖가슴처럼 봉긋하게 솟은 봉우리 하나. 바로 알프스 최고봉인 몽블랑이다.

 

몽블랑 8부 능선에는 삼삼오오 무리를 지은 산악인들이 가파른 설원을 개미처럼 느릿느릿 오른다. 앞서 간 이들은 벌써 밧줄에 몸을 묵은 채 수직벽을 타고 있고,까마득한 낭떠러지로 흘러내릴 것만 같은 하얀 능선에서 패러글라이더를 탄 모험가들은 한 마리 새가 되어 자유를 노래한다.

 

알프스의 관문인 샤모니 마을은 1786년 8월 자크 발마와 미셸 가브리엘 파퀴아르가 몽블랑을 정복하기 전까지 조용한 산골마을에 지나지 않았다. 몽탕베르 산악철도와 에귀이 뒤 미디 케이블카가 건설되고 1924년에 제1회 동계올림픽이 개최되면서 샤모니 마을은 세계적 스키리조트로 명성을 얻었다.

 

샤모니 마을에서 몽탕베르 산악열차에 몸을 싣고 알프스를 달리는 맛도 특별하다. 선로 중앙에 설치된 톱니바퀴를 이용해 가파른 산을 오르는 2량짜리 빨간색 산악열차는 전나무와 소나무 숲을 가로지르고 산의 경사면을 에둘러 하늘을 향한다. 1908년 산악열차가 개통되기 전까지 관광객들은 노새나 가마를 타고 몽탕베르에 올랐다고 한다.

 

알프스의 3대 북벽 중 하나인 레 그랑드 조라스(4208m)가 한눈에 들어오는 몽탕베르(1913m)에 도착하면 ‘빙하의 바다’로 불리는 메르 드 글라스가 반긴다. 겨울에 눈이 쌓이면 스키장으로 변하는 11㎞ 길이의 빙하는 수만 년 전에 형성된 얼음바다.

 

몽탕베르역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 빙하의 동굴을 둘러보는 것도 생소한 경험이다. 단단하고 두터운 빙하 속에 뚫어 놓은 동굴은 반투명의 얼음층이 형형색색의 조명을 받아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빙하가 하류 쪽으로 조금씩 이동하기 때문에 해마다 뚫은 동굴이 벌집처럼 보인다.

 

몽탕베르의 유일한 호텔인 몽탕베르 호텔 야외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오찬도 특별하다. 형형색색의 패러글라이더가 만년설로 뒤덮인 알프스의 고봉을 내려다보며 비행하는 모습과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피고 지는 몽탕베르의 산책로는 한 장의 그림엽서.

 

샤모니의 아담한 호텔에서 맞는 몽블랑의 변신도 감동적이다. 푸른빛이 감돌던 설산은 해가 기울면 황홀한 오렌지색으로 잠시 옷을 갈아입는다. 이어 잿빛으로 변한 봉우리가 암청색 하늘로 스러지기 직전 몽블랑은 지구 반대편으로 가라앉는 태양의 마지막 빛을 모아 화려한 분홍색으로 빛난다.

 

저 높은 곳을 우러르는 여행객들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빛의 축제를 선물하려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