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한국판 ‘쥬라기공원’고성 상족암·공룡박물관

피나얀 2006. 10. 18. 22:26

 

출처-[경향신문 2006-10-18 15:42]




가을바다는 호젓해서 좋다.

 

시끌벅적했던 피서객들의 환호도, 목청 돋운 장사치들의 호객소리도 없다. 바닷가에 서면 철썩이는 파도소리와 이따금씩 지나는 통통배의 모터소리가 들릴 뿐. 철 지난 바닷가의 썰렁함은 분명 가을여행의 매력이다.

 

공룡을 만나러 갔다. 아니, 공룡의 발자국을 찾아갔다. 우리가 얼마나 찰나(刹那)를 살고 있는지, 인간이 얼마나 작고 연약한 존재인지 깨닫고 싶었다. 영화 ‘쥬라기 공원’의 티라노사우루스를 닮은 강대국들이 북핵을 둘러싸고 이빨을 드러내는 걸 보고 있는 것도 싫었다. 귀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공룡의 존재는 현실을 잊고 상상 속으로 빠져들기에 더 없이 좋은 소재다.

 

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명리. 상족암 군립공원-폄훼하는 건 아니고 왜 이처럼 귀중한 자연유산이 고작 군립일까? 도립이나 국립공원이면 어때서-에 가면 마치 ‘공룡생활백서’를 읽는 듯하다. 실물크기로 만든 공룡들이 여행자를 반긴다.

 

‘무서운 발톱’이라는 별명을 가진 사냥꾼 데이노니쿠스나 초식공룡 테논토사우루스 등이 공룡나라에 온 것을 환영한다. 한려수도를 배경으로 병풍처럼 펼쳐진 상족암(床足岩)에는 저 먼 중생대 백악기에 성큼성큼 걸어다녔을 공룡의 발자국들이 수천개나 찍혀 있다.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열렸던 세계공룡엑스포를 위해 건립된 공룡박물관이 상족암과 자연스럽게 연계돼 있어 자연과 인공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판 ‘쥬라기 공원’이 아닐 수 없다.

 

◇백악기 ‘공룡들의 놀이터’ 상족암

 

경남 청소년수련원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펼쳐진 상족암군립공원은 제전과 상족암 지역으로 나뉜다. 제전 지역은 작은 마을과 휴게소, 해수욕장을 끼고 있고, 상족암 지역은 층암단애로 이뤄진 기암절벽이 자리잡고 있다.

 

유네스코 등의 보조를 받아 2㎞ 길이의 해안가를 데크로 연결시켜 어린이나 노인들도 공룡발자국을 찾아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제전 쪽에는 실물크기로 제작된 티라노사우루스가 막 해변을 돌아 먹이를 낚아채는 포즈로 서 있어 실감을 더한다.

 

상족암 쪽은 공룡발자국들이 수없이 찍혀있는 넓은 암반을 지나 층층이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버티고 있다. 수억년 동안 켜켜이 쌓여있던 퇴적층이 바닷물과 해풍에 씻기고 깎이면서 암굴을 만들고, 기암괴석을 만들었다.

 

수만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하다는 변산반도 채석강을 능가한다. 암굴이 뚫려 두 기둥을 이룬 형상이 마치 상다리 같다 하여 상족(床足·일명 쌍발)이라 했다. 선녀들이 내려와 석직기를 차려놓고 옥황상제에게 바칠 금의를 짰다는 상족굴과 선녀들이 목욕하던 선녀탕도 있다. 1982년 2,000여족의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 99년 천연기념물 제411호로 지정됐다.

 

쪽빛으로 펼쳐진 상족암 앞바다엔 사량도와 욕지도가 원경으로 보이고, 가까이엔 주상절리로 생겨난 병풍바위와 여자의 가슴을 닮은 유방도(일명 젖섬)도 그림같이 떠 있다.


◇1백50만명 관람객 불러 모은 공룡박물관

 

상족암의 해변가 뒤편 언덕 위로 들어선 공룡박물관은 단숨에 관람객수 전국 3위에 오른 대박상품(?)이다. 올해 4월부터 두달 가까이 열린 2006 경남고성공룡엑스포 기간동안 1백54만명의 관람객을 모았다. 세계 3대 공룡화석지라는 프리미엄은 박물관을 건립하여 가치를 더욱 높였다. 상족암을 둘러보고 연결로를 따라 올라가거나 박물관을 둘러보고 상족암으로 내려오도록 연계돼 있다.

 

공룡 진품화석 4점과 표본화석, 익룡 복제품 등으로 꾸며진 공룡박물관은 공룡의 탄생에서 멸종까지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고, 실물 크기의 각종 공룡들의 위용과도 만날 수 있다. 박물관 입구엔 거대 초식공룡인 브라키오사우루스를 형상화한 공룡탑이 있고, 야외에는 공룡테마파크도 조성돼 있어 어린이들을 환상의 공룡나라로 초대한다. 박물관 외형은 과거 상족암에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구아나돈을 형상화했다.

 

아직 안팎으로 정리정돈이 되어있지 않아 인간친화적인 박물관 환경이 아쉽다. 박물관 곳곳에 사진촬영금지 팻말을 붙여놓아 주로 어린이들인 관람객들의 상상력을 가로막고 있는 것도 흠이다.

 

입장료는 일반 3,000원, 어린이 1,500원. 관람시간은 10월까지는 오전 9시에서 저녁 6시까지,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는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다. 휴관 매주 월요일.

 

상족암을 비롯해 한려수도 비경을 감상하고 싶다면 상족암 유람선(055-832-0552)을 타면 된다. 하루 세 차례 운행하며 소요시간은 1시간20분이다. 어른 1만2천원, 소인 6,000원. 상족암 유람선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인근 남포항에서 출발하는 고성유람선(055-672-1775)을 타면 된다. 상족암 유람선보다 좀더 넓은 지역을 돌기 때문에 한려수도 곳곳을 볼 수 있다.

 

◇고성 상족암 가는 길


서울에서는 경부고속도로나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출발, 대전에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로 바꿔타면 된다. 남해고속도로와 만나면 사천방향으로 바꿔탄 뒤 사천IC에서 77번 국도를 타고 삼천포(사천) 방향으로 내려간다. 정곡삼거리에서 1010번 지방도를 타면 공룡박물관과 만난다. 지난 엑스포때 워낙 많은 이정표를 설치해 놔서 길찾기는 어렵지 않다.

 

또는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와 고성IC에서 빠져도 된다. 33번 국도(진주방면)를 타고 가다가 부포사거리에서 좌회전, 13번 국도를 거쳐 중촌삼거리에서 우회전, 다시 77번국도(사천방면)를 타고 가다가 제전삼거리에서 1010번 지방도를 타고 들어오면 된다. 서울에서 4시간20분, 부산과 대전, 대구에서는 2시간 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