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오마이뉴스 2006-10-18 07:21]
|
|
▲ 내설악 계곡의 단풍이 절정입니다 |
|
ⓒ2006 이장연 |
| 14일과 15일 1박2일 일정으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설악산에 다녀왔습니다. 30여 년을 살면서도 남들처럼 관광이다 여행이다 해서 돌아다니지 않아 많은 곳을 가보지 못했습니다.
이번 설악산 산행에 뜻하지 않게 가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활동하던 단체에서 단풍 구경간다는 소식을 이메일로 전해 듣긴 했지만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망설였습니다. 그런데 함께 동고동락한 벗들이 함께 가자고 직접 연락도 하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오자 하고 마음을 먹고 가게 되었습니다.
지난 14일 토요일 오전 10시가 넘어서 서울에서 출발한 버스는 4시간 여를 달려 내설악으로 향했습니다. 이번 산행 일정은 용대리(백담사)에 도착하면 백담계곡을 따라 이동해 백담사로 가서, 거기서 계곡을 따라 영시암을 거쳐 오세암으로 이동해 저녁공양을 하고 하루 밤을 묵고 그 다음날 봉정암을 들렀다가 다시 백담사로 내려오는 것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이 늦었던 관계로 오후 2시40분 경 도착해 셔틀버스를 타고 백담사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셔틀버스를 타지 말았어야 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더군요.
단체로 새치기하는 사람들
계곡을 따라 오솔길을 따라 오세암에 도착하니 늦은 저녁이었습니다. 영시암에서 부터는 야간산행을 해야 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산행을 했기에 다른 일행보다 뒤쳐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세암으로 오르는 길에 만난 알록달록한 단풍과 설악산 계곡에 자연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작은 방에 20명이 넘는 사내들이 잠자리를 청해 많이 비좁고 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찌뿌둥 했지만 그래도 감수할 만했습니다. 이런 게 산행의 묘미겠지요?
|
|
▲ 차가운 계곡물이 졸졸졸 흘러갑니다 |
|
ⓒ2006 이장연 |
|
|
|
▲ 아이들과 함께 천천히 오세암으로 향합니다 |
|
ⓒ2006 이장연 |
| 다음날 새벽, 이번 산행에서 보지 않았으면 하는 장면들 중 하나를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새벽 4시 범종각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에 깨어 일어났습니다. 어제 함께 올라온 사내아이(쌍둥이)도 잠에서 깨었기에 함께 방에서 나와 세면도 하고 볼일도 보고, 가지고 있던 사과도 나무 그루 턱에 앉아 나눠먹었습니다. 그리고 마땅히 할 것도 없고 다른 일행들은 새벽잠을 자고 있어 둘이서 새벽 산사의 고요함과 정취를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
|
▲ 오세암의 새벽 예불, 불빛 사이로 관음보살님이 보입니다 |
|
ⓒ2006 이장연 |
| 그러다 보니 5시가 되었습니다. 잔잔한 산사의 새벽 예불도 둥근 달 아래서 다 끝나갔습니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공양간으로 올라가 보았습니다. 아침 공양은 6시부터였는데 벌써부터 많은 등산객들이 먼저와 자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양간을 따라서 20여 명이 줄지어서 있었습니다. 마땅히 갈 곳도 없고 해서 이들을 따라서 자리를 잡아 줄을 섰습니다. 아침식사를 일찍 하고 방에 들어가 쉬어볼까 하는 요량으로 공양시간을 기다렸습니다.
10분, 20분, 30분이 지나면서 공양시간이 점점 다가오자 사람들은 제 뒤에도 많은 줄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습니다. 헌데 갑자기 제 앞에 있던 사람들이 점점 불어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
|
▲ 공양시간이 다가오자, 어느새 제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끼여들기 시작합니다 |
|
ⓒ2006 이장연 |
|
|
|
▲ 아침 공양이 시작되었습니다. |
|
ⓒ2006 이장연 |
| 유심히 살펴보았더니 앞에 자리하고 있던 20여 명의 몇몇은 어떤 산악회나 단체 산행의 일행으로 그 일행의 대표로 아침식사 줄을 서고 있었던 것입니다.
공양시간이 되자 그들은 '여기! 여기!'라고 외치며 자기 일행을 자신이 자리한 줄로 끌어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일행 중에 한두 명도 아니고 대여섯 명을 아무런 가책도 없이 은근슬쩍, 일행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교묘하게 자리를 잡는 모습들이 눈에 계속 들어왔습니다.
'단체로 와서 함께 떠나려면 아침식사를 같이 해야한다'는 말을 건네면서 말이죠. 그러다 보니 30∼40명 정도 되는 사람이 순식간에 제 앞에 새로운 줄을 만들어 버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앞선 사람에게 자리를 맡아달라고 하고 자신은 따뜻한 방에서 몸을 녹이고 돌아와서는 자기 자리라고 하는 아주머니들도 보였습니다.
아무리 배려하고 이해하려고 해도 그 광경을 보니 참 '허-허!' 하고 쓴웃음 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양심 없는 단체 등산객, 불자 님들에게 바랍니다
|
|
▲ 아침공양을 위해 줄선 등산객들 |
|
ⓒ2006 이장연 |
| 제 앞에는 1시간 동안 함께 새벽이슬을 맞으며 추위에서 줄을 선 아이가 있었습니다. 이 아이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는 양심 없는 등산객과 불자들이 참 꼴불견이었습니다. 양심 없이 새치기를 감행하는 사람들이 못마땅하셨는지 나이 드신 한 등산객이 이렇게 이야기하시더군요.
"아무리 3000배 불공을 드려도 새치기 한 번하면 밤새 불공드린 것도 말짱 도루묵이여!"
양심 없는 사람들의 새치기는 백담사에서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도중에도 계속 눈에 들어왔습니다. 셔틀버스를 타려고 1시간을 다리 위에서 기다리는 통에 본 새치기는 아침보다 더욱 눈꼴 사나왔습니다. 새벽녘에는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날이 밝은 오후에 나이 드신 30∼40여명이 떼거리로 2∼3줄로 만들며 자리를 차고 들어오는 모습은 감추려해도 감출 수가 없더군요.
결국 기다리던 사람들과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모습도 보였고요. 아침 공양시간에서 보았던 단체 일행을 위한 줄서기와 새치기도 계속 보였습니다.
이 때문에 설악산을 찾은 사람들은 아름다운 자연과 예쁜 단풍 구경을 한 것들은 모두 잊고, 몇몇 양심 없는 사람들의 실랑이와 말다툼하는 모습만 가지고 가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체로 줄서기 새치기하시는 등산객, 불자 님들께 바랍니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기에 서로서로 배려해야 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힘들게 줄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다 보고 있어요!
|
|
▲ 1Km도 넘게 줄지어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
|
ⓒ2006 이장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