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간염 등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사람들 사이에
아직도 팽배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간학회는 최근 제7회 간의 날을 맞아 일반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인식 조사 결과, 간염환자와 일하거나 식사하는데 거부감을 느낀 적이 있다는 사람이 49.4%나 됐다. 또 B형 혹은 C형
간염환자와 함께 식사를 하거나 술잔을 돌리면 간염이 전염된다는 질문에는 45%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또 B형 혹은 C형 간염환자의 식기는 따로 끓여서 소독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67.1%로
나타나 일반인들의 상당수가 간염환자에 대해 잘못된 편견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를 실시한 대한간학회 이효석
이사장(서울대병원)은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환자의 경우 사회의 잘못된 편견으로 차별을 받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며 “이러한 편견과 오해를
바로잡고 간염의 예방과 적극적인 치료의 필요성을 인식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간질환 40대부터 문제
전세계적으로 만성
B형 간염은 사망원인 10위를 차지하며 바이러스 보유자만도 3억5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우리나라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전체 인구의 5∼8%에 달하는 235∼376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B형 간염 바이러스는 우리나라 간질환의 주요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다. 우리나라 만성
간질환 및 간암 환자의 50∼70%가 B형 간염이 원인이 되어 나타나며, 10∼25%는 C형 간염과 관련이 있다. 나머지 25% 정도가 알코올성
간염 및 지방간과 자가면역성 간염이다.
간염, 간경변, 간질환과 간암은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질환 중의 하나이다. 2006년
발표된 2005년 사망원인통계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간질환은 단일 질환을 기준으로 40대와 50대에 각종 암 다음으로 사망률이 가장 높다.
특히 40∼50대 사망률 1위를 차지하는 암 질환 중 간암의 사망률이 폐암이나 위암의 사망률을 훨씬 상회한다는 사실을 비교해본다면 실제 간암을
포함한 간질환이 40∼50대 사망원인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주목할 점은 간질환이 비교적 젊은 40대부터
주로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또한 간암은 여성보다는 남성에게서 약 4배 이상의 높은 비율로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나 40대의 경우 남자의 간질환
사망률이 여자의 7.45배, 50대의 경우 7.26배에 이른다.
B형 및 C형간염의 주 감염 경로는 비경구적인 감염으로 감염된
혈액이나 기타 체액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다. 그 외에 감염된 환자와의 성관계, 비위생적인 치과기구 사용, 오염된 주사바늘, 침,
면도기, 칫솔의 무분별한 사용으로도 질환이 감염될 수 있다.
그러나 함께 식사를 하거나 술잔을 돌리는 등 혈액의 전이가 쉽게 일어나지 않는 일상적인
생활로는 B형 및 C형 간염이 전염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식기를 따로 끓여서 소독할 필요도 없다.
■어떻게 진행되나
B형 간염 바이러스는
간을 공격하여 간세포에 침투한 후 간세포를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생산 공장 역할을 하도록 변형시킨다. 결과적으로 간세포는 수백 수천의 새로운
바이러스를 생산, 방출하게 된다.
이때 인체의 자체적인 방어기전(면역체계)이 이상 신호를 포착하고 바이러스를 생성하는 간세포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간에 염증이 생기면서 간세포에 진행성 손상을 주게 되는데 이런 상태를 간염이라고 한다.
때로 인체의
면역체계가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하여 손상된 세포가 복원되고 환자가 완전히 회복되기도 하나 바이러스를 6개월 내에 제거하지 못한 경우 이들은
만성 B형 간염 보유자로 분류된다.
수개월, 수년 동안 전혀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없을 만큼 감염에 대한 면역 반응이 충분치
않은 경우 바이러스가 계속 퍼져 감염된 간세포를 점점 더 파괴하게 되고 간이 스스로 재생을 시도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손상된 간세포가 건강한
세포가 아닌 섬유성 혹은 반흔성 이상 조직으로 대치되어 간세포의 섬유화가 일어난다.
지속적으로 간세포가 손상되고 반흔 조직(섬유화)으로 대체되는 악화와 회복의 경과를 반복하게
되면 결국 간경변, 간기능 악화 혹은 간암 등 생명을 위협하는 간질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B형 간염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은
신쇠약감과 피로감이다. 이외에도 무력증, 식욕부진, 의욕상실, 두통 등을 호소하기도 하고 소화불량, 상복부 불편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만성 간염 환자 중에는 위와 같은 자각증상을 전혀 호소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실제로
수년 동안 아무 증상이 없기 때문에 보유자는 자신이 질병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족이나 친구에게 전염시키기도
한다.
특히 B형 간염은 고혈압, 당뇨, 결핵 등 다른 만성 질환들과는 달리 장기적이고 꾸준하게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병이라는
측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다.
■고영양은 피하라
만성
B형 간염 환자는 항바이러스 치료와 함께 균형있는 영양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고영양 상태가 되면 지방간, 당뇨병 등을
일으켜 오히려 간손상을 더 심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만성 B형 간염에서 비타민이나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지나친 음주는 삼가야 하지만 1주일에 1회 소주 반 병 이하 정도는 큰 지장이 없다.
만성 B형 간염 환자의 주변에서는 인진쑥,
헛깨나무, 돌미나리, 민물고동, 붕어, 신선초, 과량의 스쿠알렌 등의 민간요법을 권장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민간요법은 의학적으로 그 효과가
전혀 증명되지 않았고 오히려 황달이나 복수가 생기는 등 부작용이 심해질 수 있다.
예전에는 만성 B형 간염 환자는 황달이 소실될
때까지 절대 안정하도록 권유했다. 하지만 장기간의 안정이 회복을 빠르게 한다는 근거가 없다. 오히려 운동력을 감소시키고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피로감을 느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운동을 할 수 있지만 피로감을 느낄 정도의 심한 운동은 피해야 한다.
또 적절한 부부관계는 간에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고 몸의 생리적인
현상과도 부합되며 생의 활기를 되찾을 수 있으므로 부부관계에 대해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