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사라져가는 것의 아름다움, 화랑대역

피나얀 2006. 10. 27. 23:51

 

출처-[오마이뉴스 2006-10-27 10:42]



▲ 화랑대역의 앞쪽 출입구. 박공형 지붕에 현관 캐노피가 아담한 구조.
ⓒ2006 유태웅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적당하게 선선한 기온과 쾌청한 하늘은 사람들의 눈과 발걸음을 답답한 도심을 벗어난 자연으로 유혹한다. 한적한 길가엔 플라타너스 가로수 잎들이 떨어져 서로 사이좋게 뒹군다. 생명력을 잃은 마른 낙엽들조차 요즘 같은 때는 쓰레기로 보이지 않는다. 가을을 이루는 자연의 일부,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조형물이다.

깊어가는 이 가을, 주말에 한번쯤 찾아가 보면 좋은 곳을 소개한다. 쾌청한 하늘을 향해 위로 뻗친 플라타너스 가로수길이 일품이자, 지난 9월 문화재청에서 문화재로 등록 예고한 추억 어린 간이역이 있는 곳. 화랑로와 화랑대역이다.

문화재로 등록 예고된 경춘선 간이역, 화랑대역

먼저 화랑대역은 지난 9월 문화재청이 국내에 산재해 있는 65개 간이역 중에서 역사와 건축학적으로 가치가 높아 문화재 등록을 예고한 12개의 간이역 중 하나다. 화랑대역은 이번에 선정된 12개 역 중 유일하게 서울시에 있는 간이역이다.

1939년에 지어진 화랑대역은 규모가 아담한 목조건물이다. 서울 청량리역과 강원도 춘천시 춘천역(현재는 남춘천역 종착)을 오가는 경춘선 역사다. 지금도 춘천과 가평이나 청평, 강촌, 대성리 방면으로 MT여행을 떠나는 학생이나 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교통편으로 추억어린 노선이다.

▲ 역사 내부에 걸려 있는 탈들. 마치 간이역을 오가는 우리 서민들의 모습을 보는 듯.
ⓒ2006 유태웅

▲ 1939년에 지어진, 하늘색 페인트칠을 한 처마밑 목조구조물.
ⓒ2006 유태웅
이번에 12개의 간이역사가 문화재로 등록 예고된 것에 대해 '우리 서민들의 애환이 깊은 작은 기차역들이 늦게나마 문화라는 이름으로 보호받는다는 것이 부족하나마 다행'이라고 밝힌 한 블로거의 소감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기술은 감성을 압도하지 못하는가 보다. 만남과 이별이 교차하기에 세월이 흘러도 기차역의 의미는 퇴색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개발이란 명목으로 아름다운 기차역은 하나, 둘 우리 곁을 사라져 가곤 한다. <봄날은 간다>에서 배경이 됐던 수색역이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졌듯 개발은 이미 극한 '테러' 수준이다." (블로거 '자작나무')

▲ 역내에 진입하고 있는 경춘선 상행선 무궁화호 열차.
ⓒ2006 유태웅

▲ 역사 안 한쪽 기둥면에 걸려 있는, 화랑대역 전경을 그린 그림.
ⓒ2006 유태웅
현재 화랑대역에선 매일 6편의 상하행선 열차가 정차해 경춘선 승객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춘천행 하행선 시간은 오전 6시 31분과 10시 4분, 저녁 7시 28분이고 청량리행 상행선은 오전 7시 2분과 11시 35분, 밤 8시 4분이다. 화랑대역을 정차하지 않고 지나가는 열차까지 포함하면 1시간에 한두 대꼴로 오간다.

오는 2010년부터 이 화랑대역의 기능은 대폭 축소될 예정이다. 일부 경춘선 노선이 변경되면서 화랑대역으로는 더 이상 기차 승객이 오가지 않는다. 다만 문화재로서 지난 70년 동안 한 자리에서 지켜온 세월을 그대로 이어갈 예정이다.

화랑대역은 육군사관학교 정문 바로 옆에 있다. 화랑대역과 육군사관학교 정문 앞에 놓인 약 200여 미터의 6차선 도로는 지역주민들이 인라인을 배우거나 자전거타기를 즐기는 곳으로도 활용된다. 역시 높게 뻗은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울창한 곳이다. 주말이면 데이트하러 연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 화랑대역 진입로에 있는 가로수들. 이 한적한 도로에서 인라인을 즐겨타는 주민들이 많다.
ⓒ2006 유태웅

▲ 약 3km에 이르는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울창한 태릉 '걷고 싶은 거리' 전경.
ⓒ2006 유태웅
화랑대역 주변에 있는 '걷고 싶은 거리'도 추천

작은 기차역에 불과한 화랑대역만 보고 발길을 돌리기엔 다소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화랑대역을 기점으로 서울시에서 지정한 '걷고 싶은 거리'를 한번 걸어보면 어떨까. 약 3km에 이르는 이 길은 6차선 도로 양옆으로 우거진 플라타너스 가로수 길을 걸을 수 있는 길로 아주 한적하다.

▲ 화랑대역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조선시대 문정왕후의 능인 태릉.
ⓒ2006 유태웅

▲ '걷고 싶은 거리'를 걷다 보면 가끔 경춘선을 내달리는 기차를 볼 수 있다.
ⓒ2006 유태웅
길 양옆으론 넓은 육군사관학교와 태릉CC, 조선 왕릉인 태릉과 강릉, 국가대표 태릉훈련장 등이 있어 그야말로 숲길을 걷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걷고 싶은 거리' 끝단에 다다르면 서울에선 찾아보기 힘든 넓은 밭과 논들을 접할 수 있어 시골정취를 느낄 수 있다. 이곳에서는 때만 맞으면 논가를 스쳐지나가는 경춘선 기차를 볼 수 있다.

화랑대역에서 출발해 '걷고 싶은 거리'를 따라 15분 정도 걸으면 조선시대 문정왕후의 능인 태릉(泰陵)이 있다.

교통편은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에서 내려 화랑로를 이용해 태릉방면으로 10분 정도 걸으면 된다. 경춘선 화랑대역은 육군사관학교 정문 쪽에 있어 주위 사람들에게 물으면 쉽게 찾아올 수 있다.

▲ 화랑대역 옆 건널목. 가끔은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는 지혜가 우리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
ⓒ2006 유태웅


덧붙이는 글
'화랑대역'은 기자가 사는 곳에서 걸으면 10분 거리에 있다. '화랑대역'과 화랑로 '걷고 싶은 거리'는 평소 기자가 즐겨 산책을 하거나 마라톤 연습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9년 정도 이용하고 있는 곳으로, 주말에도 한적한 것이 가볍게 산책하거나 조용하게 가을정취를 느끼고 싶은 여행객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