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사에는 음악회, 전시회를 비롯해 달마상 그리기, 김장 담그기 체험 등 각종 문화 행사가 풍성해 낭만과 정취를 더한다. 산사의 가을 축제는 9∼10월 시작돼 11월 초까지 이어진다.
수년 전부터 시작된 산사 축제는 처음에는 사찰 내부 행사에 그쳤으나, 이제는 지자체의 지원을 받으며 지역 문화관광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산사 축제를 1박이나 2박 일정의 템플스테이와 연계하는 곳도 많다. 여행지 혹은 문화체험 장소로도 한 몫을 톡톡히 하는 게 요즘의 산사다.
해남 대흥사(061-534-5502)는 11월 4∼5일 조선시대 차의 명인으로 알려진 초의선사와 관련된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갖는다. ‘초의 문화제’에는 추모제, 헌다(獻茶) 행사와 함께 학생들의 사생·서예대회, 퓨전국악 연주회 등이 마련된다. 컵으로 등 만들기, 달마상 그리기, 어린이 다도체험, 명품 다기 전시 등의 행사도 곁들인다.
구례 화엄사(061-782-7600)에서는 12월 1∼3일, 8∼10일 배추와 양념의 구입 원가만 받고 지리산 농민이 수확한 청정 농산물로 김장 김치를 담가보는 체험행사를 갖는다. 늦단풍을 즐기는 템플스테이도 함께한다.
예산 수덕사(041-337-6565)에서는 31일까지 불교 직물전인 ‘지심귀명례 그리고 불교’전을 개최한다. 비단에 무늬를 짜넣거나 수놓은 불경, 불화, 불교 문양을 새긴 유물들이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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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불재(해남 미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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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왼쪽)템플스테이(김제 금산사), 템플스테이(김천 직지사) |
합천 해인사(055-934-3000)에서는 27∼30일 ‘팔만대장경 축제’를 개최한다. 29일 오후 1시 ‘팔만대장경 이운행렬’이 하이라이트로, 500여명이 참가해 조선 초기 대장경이 강화 선원사에서 서울 지천사를 거쳐 해인사로 옮겨지는 과정을 재연한다. 28∼29일에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템플스테이도 진행한다.
공주 갑사(041-857-8981) 표충원에서는 28일 기허당 영규 대재와 산사음악회가 열린다. 영규대사를 기리기 위한 추모대재에 이어 29일까지 갑사 대웅전 앞뜰에서 열리는 ‘추(秋), 갑사 가는 길’이라는 이름의 음악회에는 유명 연예인과 국악인이 대거 출연한다.
해남 미황사(061-533-3521)에서도 28일 괘불재와 음악회가 열린다. 높이 12m, 폭 5m인 괘불 탱화를 내걸고 괘불봉안, 만법공양 등을 진행한다. 보물 1342호인 괘불 탱화는 1년에 한 번씩 이 축제 때만 일반에 공개된다.
부안 내소사(063-583-7281)는 10,11월 두 달간 기존 템플스테이와는 달리 일정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산사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용한다.
서울 사찰에서도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우이동 삼각산 도선사(02-993-3167)가 28일 개최하는 개산대제 및 청담문화제에서는 불자 연예인들의 공연이 펼쳐진다. 관악산 연주암(02-503-2177)의 28일 ‘산상음악회’에도 인기 가수와 환뫼 과천시 국악예술단, 연주암 합창단 등이 출연한다.
조계사(02-732-2183)에서도 28일까지 대웅전 앞마당에서 불화, 다도, 꽃꽂이 등의 시연 및 체험 행사가 진행된다. 서울 강남 봉은사(02-511-6070)에서 30일까지 열리는 개산대재는 내외국인 템플스테이와 함께 진행된다.
1년 내내 진행되는 통상적인 템플 스테이는 조계종이 운영하는 홈 페이지(www.templestay.com)를 참고하면 된다.
가을이라 더 고즈넉한 산사 5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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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암사 |
일반인들의 귀에 익은 대찰(大刹)도 여행객을 실망시키지 않지만, 가을에는 사람이 붐비지 않는 조그마한 산사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가을에 찾으면 한결 더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에 젖을 수 있는 산사 5곳을 소개한다.
#충북 제천 무암사=
금수산 자락에 위치한 소담스럽고 그림같이 예쁜 절이다. 집채만 한 바위를 끼고 가람을 지었으며, 아름드리 느티나무를 그대로 살려 석축을 쌓았다. 극락보전 뒤 소나무 숲이 장관이다.
동남쪽으로는 장군바위와 남근석이, 서남쪽으로는 노장암이 한눈에 들어온다. 주변에 안개가 많으며 안개가 걷힐 때만 노장암이 보여, 무암(霧巖)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절 아래 SBS 부속 촬영장인 드라마 ‘대망’ 세트장이 있다. (043)652-0897
#전북 순창 강천사)=
‘호남의 금강’이라고 불릴 정도로 산세가 빼어난 강천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마당의 감나무 한 그루가 만추 분위기를 돋운다. 팔각정 옆으로 지상 50m 높이에 아슬아슬 달려 있는 구름다리가 강천사의 명물.
발을 내디딜 때마다 흔들려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구름다리 건너 신선봉 전망대에 오르면 발 아래로 산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병풍폭포, 구장군 폭포도 20분 거리에 있다. (063) 652-5420
#전북 부안 개암사=
변산반도 국립공원의 동쪽 끝에 위치해 있으며, 일주문과 개암사를 잇는 전나무 숲길이 길지는 않지만, 고즈넉한 분위기가 그만이다. 인근에 전나무 숲길과 단풍으로 유명한 내소사가 있다.
대웅전 뒤로 보이는 웅장한 울금바위에 파묻혀 아늑한 느낌을 준다. 울금바위에 올라서면 동쪽으로 녹두장군의 동학군이 기치를 드날리던 고부 들판이 끝없이 펼쳐진다. (063)583-3871
#전남 구례 사성암=
까마득한 절벽 위에 기둥을 세우고 절집을 지어 산 아래서 보면 마치 바위 위에 위태롭게 걸려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주변에 상수리나무와 단풍나무, 밤나무가 많다.
산 아래로 굽어보면 구불구불 흘러가는 섬진강 줄기와 구례읍의 넓은 들판, 지리산 봉우리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내려다 보이는 경치를 지리산 노고단과 비견하는 사람도 많다. 경사가 심하지만, 절 안까지 차가 들어갈 수 있다. (061)781-5463
#경남 양산 홍롱사=
기암절벽이 관음전을 에워싸고 있으며 관음전 앞에 폭포가 펼쳐져 있어,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한다. 관음전 안은 25m 높이의 폭포 소리로 가득 찬다. 주변에는 대나무, 석류나무가 많고, 폭포 주변 절벽에 단풍이 군데군데 산개해 오히려 운치를 더한다.
가뭄이 심한 요즘에도 폭포 수량이 만만치 않다. 도시 근교여서 올라가는 길은 다소 번잡하지만, 홍롱사 주변은 말 그대로 ‘선경’(仙境)이다. (055)375-417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