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진주①논개, 남강의 불빛 유혹에 빠지다

피나얀 2006. 11. 1. 23:17

 

출처-[연합르페르 2006-11-01 10:45]



논개의 충절과 남강의 야경으로 유명한 촉석루

진주가 밤마다 한송이 야화로 피어난다. 진주성 앞 남강 일대가 밤이면 파리의 센 강보다 더 아름다운 불야성을 이룬다. 촉석루와 의암, 죽림숲 등이 남강을 따라 제각기 황홀한 불빛을 쏟아낸다.

 

강이 아름다운 도시인 진주의 밤 풍경은 그야말로 낭만적이고, 한 편의 시(詩)가 된다. 왜장을 촉석루 아래 바위로 유인한 뒤 붙잡고 강낭콩 꽃보다 더 푸른 남강에 뛰어들어 순절한 논개도 남강의 야경에 마음을 빼앗겨 버릴지 모른다.

 

파리 센 강보다 더 아름다운 남강

 

야경이 황홀한 남강변에서 산책을 즐기는 것이 진주(晋州) 여행의 매력이다. 진주가 밤마다 한 송이 야화로 피어나기 때문에 감성이 전혀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진주에서 밤잠을 이루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네온사인과 가로등이 하나둘씩 켜지면 덕유산과 지리산의 실핏줄 같은 계곡을 쉼 없이 달려온 남강은 마치 새롭게 단장한 각시처럼 화사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진주성과 촉석루, 그리고 진주교와 천수교 등이 빚어내는 불빛이 남강의 검푸른 물결 위에서 너울너울 춤을 춘다. 깊은 강물 속으로 길고 긴 빛의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운치를 더한다.

 

진주의 야화 구경은 진주교에서 시작된다. 강 너머 진주성 주변으로 따뜻한 오렌지색 조명이 불을 밝히고, 남강 절벽의 바위들은 부드러운 불빛으로 거친 속살을 가린다. 촉석루도 눈부신 조명 옷을 입어 밤이면 더욱 위풍당당해진다.

 

강 건너편에서 권좌를 누리는 용상만큼이나 화려한 불빛을 받고 있는 촉석루를 바라보면 마치 진주성을 어머니 젖가슴처럼 품고 있는 듯하다. 가까이 가서 보면 아름드리 기둥은 마치 하늘을 떠받치는 듯하고 처마 아래 단청은 색동저고리와도 같다.

 

진주성 맞은편 천년광장에서는 절개를 상징하는 대나무를 형상화한 분수가 빛의 향연을 펼친다. 조금 더 걸어가면 불을 밝힌 죽림 산책로가 있어 색다른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신비스런 분위기의 푸른 대숲 속을 걸으며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새의 지저귐을 듣다보면 그저 세상 모든 것이 맑고 깨끗하게 느껴져 근심걱정이 사라진다.

밤이면 화사한 옷으로 갈아입는 남강

천수교 아래 남강둔치의 음악분수는 밤의 정취를 더욱 깊게 한다. 수직으로 솟아오르는 물줄기는 너울너울 날갯짓을 하다가 한순간 허공을 박차고 올라 파르르 떤다. 도도한 남강의 야경 속을 천천히 걸으면 가슴 벅찬 황홀경에 빠진다.

 

그리고 뭔지 모르게 짠해지고 눈물을 뿌리게 된다. 속 깊이 역사의 상처를 침전시키고 그저 도도하게 흘러가는 강물은 변영로 선생이 일제식민의 시대에 진주에 내려갔다가 쓴 '논개'의 한 구절을 읊조리게 한다.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발걸음을 붙잡는 진양호 노을

 

아침 해가 떠오르면 진주는 이름에 걸맞게 인상적인 풍광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진주의 상징인 진주성과 촉석루가 병풍 절벽 위에 사뿐히 내려 앉아 있다. 진주성은 삼국시대에는 거열성, 통일신라시대에는 만흥산성, 고려시대에는 촉석성, 조선시대 이래는 진주성, 진양성으로 불렸다.

 

임진왜란 3대 대첩의 하나인 진주대첩이 벌어졌던 진주성을 꼼꼼히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촉석문을 거쳐 진주성으로 들어서면 벼랑에 우뚝 솟은 누각이라는 뜻의 촉석루를 만나게 된다.

 

하늘을 떠받치듯 위용을 자랑하는 26개의 기둥과 단 한 그루의 나무로 만들어졌다는 대들보가 눈길을 끈다. 촉석루 누각에 오르면 눈 아래 펼쳐지는 풍광이 멋져 발길이 오랫동안 떨어지지 않는다.

 

촉석루 옆에는 논개의 영정과 위패를 모신 사당 의기사가 자리 잡고 있는데, 현판 왼쪽엔 구한말 진주 기녀인 산홍의 작품이 걸려 있다. 논개가 임진왜란 때 충절을 지켰다면 산홍은 구한말 일제의 침략에 항거한 진주기생이다.

지난 10월 유등축제 때 가을밤을 아름답게 수놓았던 소원등

촉석루 아래로 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논개가 순절한 바위인 '의암'이 강 위로 솟아올라와 있다. 두부 모양의 넓적한 돌이다. 원래는 위험한 바위라서 위암(危巖)이라고 불렸으나 논개 투신 이후 의암(義巖)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의암 바로 위쪽엔 '의기논개지문'이란 현판이 걸린 의암사적비가 있다.

 

성곽 안을 걷다보면 임진왜란의 유물들을 한 곳에 모아 놓은 진주국립박물관, 조선시대 경상남도 관찰사의 관문이자 경상도 우병영의 관문이었던 영남포정사, 임진왜란 시 승군의 근거지가 되었던 호국사와 진주성 싸움에서 장렬하게 순절한 분들의 신위를 모신 창렬사, 북장대와 서장대로 오르는 길에 시간을 빼앗기기 십상이다.

 

진주성을 둘러본 뒤 남강을 서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산들을 병풍처럼 뒤에 거느리고 있는 진양호를 만나게 된다.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히는 진양호 일주도로를 지나 전망대에 오르면 하늘빛과 물빛을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저녁놀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노을 속에 사라지는 지리산 자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여행의 피로는 모두 걷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