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경향신문 2006-11-02 09:48]
민속춤 ‘아와오도리’로 유명한 고장 도쿠시마현은 시코쿠 섬의 동쪽 지역이다. 시코쿠는 일본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에서 남녀 주인공들이 자신의 추억을 찾아가는 곳으로 등장했다.
도쿠시마는 바다 건너 오사카만 쪽 혼슈 섬의 오사카, 나라, 교토 등과 엮여 간사이 지방으로 분류되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다소 생소하다. 옛날 조선통신사도 쓰시마, 시모노세키, 고베, 교토 등을 지날 때까지 코앞의 도쿠시마 땅을 밟지 않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만큼 도쿠시마에는 비경이 많다.
도쿠시마는 혼슈의 효고현과 오나루토 고가교라는 1,629m의 다리로 연결돼 있다. 도쿠시마현은 교각 하부에 산책로를 만들어 이를 관광 상품화했다. 보도 바닥 곳곳에 투명 조망창이 깔려 45m 상공에서 나루토해협을 내려다 볼 수 있다. 해협은 잔잔한 바다가 아닌 소용돌이치는 바다다.
이곳 ‘우즈노미치’(소용돌이 길)는 일본 내 관광명소다. 조석간만의 차이에 따라 태평양과 세토내해 해류가 맞부딪치면서 하루 4차례 직경 20m 이상의 소용돌이가 만들어진다.
교각 산책로 입구에 세워진 오나루토 기념관은 대형스크린과 탑승기구, 낚시게임기 등을 통해 우즈노미치를 홍보하고 있지만 한국어 안내가 일절 없다. 세계의 유명 교각 중 하나로 한강대교가 63빌딩을 배경으로 한 사진과 함께 소개된 것은 흥미롭다.
이곳과 관련해 일본 고사기(古事記)는 “규슈로 강림한 뒤 도쿠시마, 나라까지 동쪽 정벌에 나선 초대 진무(神武)천황이 해협의 급류를 만났으나 거북이에 올라탄 신령이 안전한 뱃길을 안내해 오사카만을 무사히 건넜다”고 기록하고 있다. 천황가가 한반도 출신이라고 가정한다면 조선통신사 이전 고대 조상들은 이미 이곳을 지났을 수도 있겠다.
매년 8월 중순이면 도쿠시마는 브라질 리오 카니발 못지않은 ‘아와오도리’(아와 춤) 마쓰리(축제)로 들썩인다. 아와(阿波)는 도쿠시마의 옛 이름이다. 이때 인근 오사카 등지에서도 관광객이 몰려 행사기간 1백만명의 춤판이 벌어진다.
이때뿐 아니라 도쿠시마 주민들은 아와오도리를 매일 밤 춘다. 도쿠시마역 근처 아와오도리 회관에서 비전문 가무 동호회들의 공연이 날마다 이어진다. 렌(連)이라는 30여곳의 동호회가 회관에서 돌아가며 춤공연을 하는데 이들 렌의 이름은 각각 회관 정면에 내걸려 있다.
소걸음 걷듯이 같은 쪽 손발을 나란히 내뻗는 동작을 반복하는 이 춤을 출 때 남자는 수건을 뒤집어쓰고, 여자는 삿갓같은 것을 써 얼굴을 가린다. 애초 춤추는 것을 쑥스러워한 때문이라는데 그래서인지 ‘춤추는 바보에 구경하는 바보라면 차라리 춰라’라는 속담이 있다. 공연장에서는 공연단원의 안내를 받아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춤판에 뛰어든다. 자연스러운 전통의 계승이다.
춤은 영주 하치스카가 16세기말 도쿠시마성을 완공한 뒤 주민들에게 춤을 추게 하면서 시작됐다고 전해진다. 유감스럽게도 하치스카는 직후 임진왜란에 참여해 청주성을 점령하고, 정유재란 때 7군 사령관을 지낸 원흉이다.
도쿠시마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서양화 전시관도 있다. 인터넷이나 도록을 통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최후의 만찬을 동시에 감상하는 일은 쉽다. 하지만 실물의 크기나 질감을 확인하려면 각각의 소재지인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직접 가야 한다. 고대벽화로부터 현대회화에 이르기까지 서양화 1,074점을 실물 크기로 모사해 전시한 오쓰카국제미술관은 그런 수고를 덜 수 있는 대안이 된다.
모든 그림이 도기 타일에 그려져 있다. 미술관측은 “세라믹(도기) 재질은 변형이 없어 수천년간 품질이 유지된다. 재질 특성상 그림을 직접 만지거나 사진을 찍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 이런 미술관은 이곳 말고 어느 나라에도 없다”고 자랑한다.
도쿠시마 출신인 오쓰카제약의 창업주가 세운 미술관은 프랑스 루브르 등 25개국 190여 미술관의 소장품을 모아 색과 붓터치는 물론 금과 흠집, 낙서까지 원형대로 복제했다.
연면적 8,900여평으로 지하 3층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성당 천장·벽화에서 지상 2층의 렘브란트 자화상까지 모두 감상하는 데 걷는 거리는 무려 4㎞다. 건축비용 4백억엔 가운데 3분의 2가 작품들의 저작권료였다고 한다. 작품에 한국어 설명이 없는 점은 아쉽지만 100개 정도 작품은 미술관이 제공하는 통역기를 통해 우리말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도쿠시마는 70% 이상이 산지다. 서부는 시코쿠의 다른 현들과 경계가 되는 높은 산이 늘어서 오보케협곡과 같은 절경을 만들고 있다. 협곡에서는 유람선 관람과 래프팅 등의 레포츠가 벌어진다.
산중에는 자생하는 덩굴풀로 엮어 계곡을 건네는 가즈라바시 등 이색 체험거리도 있다. 이야계곡 위에 지어진 온천도 유명하다. 태평양에 접한 남부 지역에서는 해양스포츠와 수족관 관람 등을 할 수 있다.
|
'♡피나얀™♡【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 간사이 여행 길잡이 (0) | 2006.11.04 |
---|---|
‘옛 일본의 중심’ 간사이 여행 ② 와카야마·미에·나라 (0) | 2006.11.03 |
11월에는 고추·젓갈·황토 찾아 남도로 떠나볼까? (0) | 2006.11.01 |
시리도록 푸른 티베트의 하늘, 영원하여라 (0) | 2006.11.01 |
아주 오랜만에 새벽바다에 섰습니다 (0) | 2006.1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