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파이낸셜뉴스 2006-11-02 18:06]
60대 남성 김모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기침이 심하게 났다. 걸어다닐 때도 숨을 고르기 위해 잠시 쉬는 시간이 많아졌다. 나이가 들어 몸이 쇠약해진 것으로만 알았던 김씨는 병원에 간 후에야 자신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미 50%이상 진행된 후였다. 원인은 20년 넘게 피운 담배 때문이었다.
최근 고령인구가 늘어나면서 COPD 환자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COPD는 전체 환자의 77%가 60대 이상인 고령층에 많은 질환이다. 40대에 주로 발생하지만 완치되지 않기 때문에 환자 수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증가할 수 밖에 없다. 통계청은 현재 약 13% 정도인 국내 60세 이상 고령층이 2024년에는 26%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COPD환자는 호흡을 하지 못해 일상생활이 어렵다는 게 문제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는 2006년 ‘제4회 폐의 날’을 맞아 전국 51개 병원에서 300명의 COPD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한 결과 세수나 옷 입기도 힘들고(36.3%), 다른 사람보다 천천히 걷거나 중간중간 쉬어야 하고(58.7%), 물건을 사기 위해 시장에 나갈 수 없다(29.7%)고 답했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정보이사 김영환 교수(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는 “COPD는 폐암보다도 고통스러운 질환이므로 폐 기능이 손상되기 전에 빨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82%에 이르는 환자가 흡연을 통해 발병한 만큼 담배를 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천식과 비슷한 증상
COPD의 증상은 기침, 천명, 반복되는 폐 감염 및 객담, 호흡곤란 등이다. 중증인 경우는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15cm앞에 있는 촛불도 끄기 힘들 정도의 호흡량이 부족하다. 따라서 운동은 물론 청소나 출근 등의 기본적인 일상생활도 제대로 할 수 없다.
또 심한 호흡곤란과 객담, 기침 등으로 며칠씩 잠을 이루지 못해서 거의 탈진상태에 이르게 된다. 심해지면 의식이 혼미해져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청진기로 색색하는 소리를 들을수 있으나 증상이 심해지면 이마저도 없어지게 된다.
흔히 COPD와 천식의 증상을 혼동하기도 한다. 하지만 COPD와 천식은 엄연히 다른 질환이다. COPD의 특징은 호흡곤란 등 대부분의 증상을 거의 항상 느끼며 아침 기침이 심한 특징이 있다. 천식은 밤에 기침을 많이 한다.
COPD의 발병원인은 흡연이다. 환자의 80∼90%가 흡연으로 인해 발생한다. 흡연을 하면 기관지 내에서 먼지 등을 걸러주는 섬모운동이 방해되고 점액분비선의 증식 및 비대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하루 1갑 이상 20년 동안 담배를 피운 사람에게 많이 나타난다.
최근 COPD가 많이 발병하는 것도 담배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19세기만 하더라도 질환 치료에 한정적으로 사용됐던 담배가 20세기 들어서면서 대중화됐기 때문이다. 또 이산화황, 이산화질소 등이 많이 함유된 대기오염도 위험요소로 작용한다.
나무, 석탄 스토브, 히터의 사용으로 인한 실내공기오염도 폐 기능을 저하시켜 COPD를 유발시킬 수 있다. 최근 국내 대도시에서는 대기오염이 심각해짐에 따라 대기오염으로 인한 COPD환자수도 늘어날 전망이다.
드물게 유전적으로 폐를 손상시키는 단백질 분해효소를 억제하는 효소인 ‘α1-antitrypsin’이 부족해도 COPD에 걸릴 수 있다.
■어떻게 진행되나
COPD가 무서운 것은 폐 기능이 50%이상 손상되기 전까지 환자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질환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환자가 자각할 때 쯤이면 이미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폐기능은 25세를 절정으로 서서히 떨어지게 된다. 이 때 COPD와 같은 질환에 걸리게 되면 그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COPD는 완치되는 질환이 아니다. 치료를 통해 폐기능 감소속도와 COPD 진행속도를 낮추는 것이다. 증상을 호전시킴으로써 일상생활의 활동범위를 넓히는데 목적을 둔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병이 진행되면 산소통을 옆에 끼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하다. 외출할 때도 휴대용 산소통을 몸에 지니고 다녀야 한다.
이 때문에 COPD는 어느 질환보다 조기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COPD는 간단한 폐기능 검사만으로 진단이 가능하다. 스파이로미터라는 검사기를 이용해 기도폐쇄 정도를 검사하는 것이다. 흡연자인 경우 1∼2년마다 폐기능 검사를 받아야 하며 비흡연자도 3∼4년에 한번씩 폐기능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호흡기 건강을 지키자
호흡기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금연’은 필수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면 흡연자를 멀리하거나 흡연 장소를 피한다. 또 심한 대기오염이나 분진, 자동차 배기가스, 공장매연, 유독가스, 강한 향 등 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도 피해야 한다. 대기오염이 심할 때는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한다.
또 조깅 같은 유산소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 폐를 건강하게 유지한다. 적당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폐건강에 도움이 된다.
감기나 독감은 면역력이 약한 환자나 노인들에겐 폐렴 등 각종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감기에 걸렸을 때는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미리 독감예방접종을 맞도록 한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실내공기가 안 좋기 때문에 가급적 피하도록 하고 자주 손을 씻는 것은 전염성 감염증을 예방하자.
비타민 A, C, E와 셀레늄, 베타 카로텐을 포함한 항산화제가 풍부한 음식은 폐손상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항산화제가 풍부한 진한 색깔의 과일과 채소(비타민 C, 베타 카로텐), 현미 등의 정제하지 않은 곡물, 호두, 밤 등의 견과(셀레늄), 식물성 기름, 맥아(비타민 E) 등을 자주 섭취한다.
한편,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는 COPD의 위험을 알리고 인식을 높이기 위해 17일 제 4회 ‘폐의날’ 행사를 갖는다. ‘잃어버린 숨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서울을 비롯, 광주, 대구, 부산, 전주, 원주 등 6개 지역에서 진행될 이번 행사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COPD 강좌 및 폐기능 무료 검사와 건강상담 등이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