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AYARN™♡ 【이성(연애)】

한국 문화 중심에 선 30대 여성 30대 여성이 온다

피나얀 2006. 11. 8. 22:05

 

출처-[필름 2.0 2006-11-08 15:20]




경제적 자립을 이루기 시작한 30대 여성들이 최근 최고의 소비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일종의 문화 1세대이자 해외여행 1세대이기도 한 30대 여성들은 '우리'보다 '나'를 중시하고 낭만적 사랑보다 실용적인 이익을 택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새로운 문화와 소비 트렌드 생산의 선두에 선 30대 여성들은, 그리하여 미용, 패션, 가전문화뿐 아니라 책, 드라마, 영화 등 사회 곳곳에서 부상하고 있다.

일찍이 김광석이 그랬다. 서른 즈음에 머물러 있을 줄 알았던 청춘이 “점점 더 멀어져간다”고. 시인 최승자도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이 온다”며 무시무시한 경고를 날렸으며, 잉게보르크 바흐만 역시 소설 <삼십세>에서 “삼십세는 어느 누구도 늙었다고 하지 않겠지만 스스로를 젊다고 내세우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지고, 뭔가 불안정해져가는 나이”라고 했다.

 

30대는 그렇게 우리에게 어떠한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존재하는 나이 대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바로 그 30대, 그중에서도 여성들이 최고의 소비주체이자 대중문화의 핵심적 연령대로 등장하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특히, 미디어에서 적극적으로 이들을 불러들여 여성들의 일상과 욕망을 가시화하고, 그들로부터 새로운 문화와 소비 트렌드를 추출해내는 데 분주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으니, 가히 '30대 여성'이 우리 시대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할 수 있다.

 

30대 여성 관심 폭발

그렇다면 그 징후는 어디서 발견되고 있는가.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가 유통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하반기 소비시장 전망과 과제 조사’에 따르면 기업이 주목할 소비집단으로 남성(7.7%)보다 여성(92.3%)을 꼽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주목할 것은 세대별로 살펴봤을 때 30대(61.5%)가 20대(26.2)보다 훨씬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결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이전 시대에 비해 30대 여성이 최고의 소비집단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30대는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던 세대였다. 10대와 20대는 급변하는 문화 환경 속에서 신세대 담론을 이끌어가는 주체였으며, 386세대와 중장년층은 한국의 정치, 사회를 책임지고 이끌어가는 세대로 주목받았다.

 

30대는 그야말로 사회문화적으로 이들 세대들에 끼여 청춘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경계에 선 세대였다. 특히나 남성들에게 많은 부분을 의존해야 했던 30대 여성들이 최고의 소비집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흥미로운 변화다.

 

국민대학교 이세진 교수는 "대중화된 명품인 매스티지 상품의 등장이나 가전시장에 불고 있는 '미니 바람', 여러 기능을 탑재한 가전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그 진원지에 30대 싱글족의 '라이프스타일'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다. 30대 여성의 고민과 사랑을 경쾌한 문체로 그려낸 정이현의 <달콤한 나의 도시>와 여성 실용서 양은영의 <여자생활백서> 등이 베스트셀러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30대 여성이 주인공인 드라마, 영화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결혼하고 싶은 여자> <내 이름은 김삼순>의 바통을 이어받은 MBC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도 30대 여자가 주인공이다. <여우야 뭐하니>는 어수룩한 30대 여성의 성과 사랑을 직설적으로 담아내며 30대 여성들의 내밀한 감성을 포착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밖에 이제 막 촬영을 끝낸 영화 <어깨너머의 연인>은 <처녀들의 저녁식사> <싱글즈>보다 한층 더 사실적인 접근법으로 30대 여성들의 문화를 엮어갈 예정이다. 그렇다면 대체 지금까지 소외돼온 30대 여성이 중요한 시대적 화두로 떠오르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X세대, 30대가 되다

가장 먼저 여성들의 결혼 연령대가 과거에 비해 2.5세 정도 늦춰졌다는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결혼보다 일을 선택하는 여성이 많아짐에 따라 30대 여성의 경제인구 비율이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고, 이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자립을 이룬 30대 여성들이 주요 소비계층으로 부각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표면적인 이유라 할 수 있다. 그보다 30대 여성들이 경제시장에서 주요 소비주체로 군림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30대 여성들의 공통된 시대 경험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곧, 현재의 30대 여성은 90년대 X세대, 신세대로 불렸던 바로 그 세대라는 것이다.

 

이들은 1990년대 대학을 다녔거나 졸업한 사람들로, 대체로 1990년대 중반 대한민국 사회에 쏟아진 문화 담론의 영향을 받은 세대다. 이세진 교수는 제일기획에서 작성한 트렌드 리포트 ‘우리 시대의 미드필더, 2635세대’에서 X세대의 특징으로 개인주의, 개성 중시를 꼽는다.

 

이들은 “주위의 눈치를 보지 않는 개성파였으며 경제적 풍요 속에 성장했던 세대로, 경제적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었던 세대"였다. 소비행위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제품의 필요보다 제품의 이미지에 열중했던 X세대가 드디어 지금의 30대가 된 것이다.

 

이러한 세대적 특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들이 대거 30대에 편입되면서 30대 경제인구 비율이 예전보다 훨씬 높아지게 되었다. 이들은 자신이 가지고 싶어 하는 것에 기꺼이 돈을 투자하고, 자신의 외모를 가꾸고 여가 생활에 돈을 들이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이런 세대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특히나 결혼하지 않은 30대 여성들은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책임감을 덜며 막강한 소비계층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이제 소비시장에서 '슈퍼 소비자(super consumer)'로 군림하며 기업 마케팅의 주요 타겟으로 떠오른 30대 여성들은 패션, 가전 등 소비와 관련된 전 분야를 누비는 그야말로 ‘트렌드 제조 공장'이 된 것이다.

 

소비주체에서 생산주체로

슈퍼 소비자로서 30대 여성들은 자신의 취향을 개발하고 자신에게 맞는 브랜드를 선택하기 위해 미디어를 적절히 활용한다. 케이블채널 온스타일, 올리브, 동아TV 등은 3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한 패션 프로그램으로, 유행을 선도하고 여성들의 욕망을 가시화하는 데 있어 선두에 서 있다.

 

그 속에서 30대 여성들은 <섹스 앤 더 시티> 속 뉴요커의 삶을 욕망하고, 자신을 가꿀 아이템들을 탐색한 후 적극적으로 소비에 나선다. 이들은 미용, 패션, 먹 거리뿐 아니라 문화 소비에도 적극적이다. 비싼 뮤지컬이나 연극을 예매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30대 여성이다.

 

쏟아지는 문화 담론의 영향을 받은 문화 1세대답게 다양한 문화에 대해 개방적이다. 식비를 아낄지언정 문화 지출비는 아낄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지론이다. 이들은 다양한 문화적 기호를 받아들이는 가운데 타인과의 차이를 만들어내고,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나간다.

 

더 나아가 30대 여성들은 소비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문화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 글을 쓰거나, 영상물을 만들어내는 등 창조적인 일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많아졌다. 여성들을 위한 멘토링북 시리즈를 내놓은 M&K 구모니카 대표도 그런 경우다.

 

구모니카 대표가 책을 만들게 된 이유는 “여자들이 대학에 가고 자기 전문성을 찾아 전문분야에 취직도 하고,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가사노동이나 결혼에 대한 생각들이 조금씩 변했다. 하지만 가부장제에 대한 고정관념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여자들에게만 짐이 가중된다. 비슷한 고민을 간직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여성들의 길 찾기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들의 바람은 소박하다. 자신처럼 힘들게 일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자신의 경험치를 나눠주고 그 속에서 힘을 얻자는 것이다. 30대 여성이 소비하는 문화를 30대 여성들이 직접 생산할 경우 공감대의 폭은 훨씬 넓어진다.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를 쓴 김도우 작가도 30대다. <여우야 뭐하니>는 김도우 작가의 생생한 경험이 그대로 극중 병희에게 스며든 듯 30대 여성의 일상이 사실적으로 펼쳐진다.

 

TV평론가 조지영 씨는 “<여우야 뭐하니>에서 극중 주인공의 내레이션에 공감이 많이 갔다"며 "특히 '엊그제 스물세 살이었는데, 낮잠만 잔 건데 일어나니 서른세 살이다'는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30대가 느끼는 상실감, 허무감 등이 잘 표현돼 있는 대사라 많은 여성들이 공감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자신의 몸을 사랑하라

<여우야 뭐하니>는 이처럼 동화 속에나 나올 것 같은 인공적 선남선녀 대신 그들 스스로 자신들의 위치에 대해 고민하고 방황하는 주인공들을 다뤘다는 점에서 더더욱 지금 시대의 대표적 텍스트로 평가받는다 할 수 있다.

 

매거진T 백은하 편집장은 “주인공 병희는 어수룩하고 직업적인 자부심이 없는 30대 여성이며 병희의 상대인 철수도 사회적으로 강자가 아닌 사람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이 드라마에 더욱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바로 이 점에서 <여우야 뭐하니>는 <내 이름은 김삼순>과 차별화된다"고 말한다. <여우야 뭐하니>는 30대 여성에 대해 대단한 구호를 내세우지 않은 채 그들의 고민을 과장되지 않은 화법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특히, 잘나고 똑똑한 여자가 아니라 어리바리한 30대 여자가 주인공이라는 점은 극의 리얼리티를 강조하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여우야 뭐하니>는 지금까지 케이블이 아닌 공중파 드라마에서 한 번도 시도되지 못한 30대 여성의 성적인 문제를 노골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도 지금 시대의 적극적인 30대 여성상을 반영한다. 30대가 꿈꾸는 성적 판타지를 극중 성인 잡지 기자인 병희의 상상을 빌려 거침없이 쏟아낸다.

 

노골적으로 원나잇스탠드를 얘기하는가 하면 여성의 피임 등에 대한 얘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내 방영초기 선정성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하지만 "내게도 자궁이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는 병희의 말처럼 <여우야 뭐하니>는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한 자각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향후 30대 여성이 주인공인 드라마의 멋진 자양분이 돼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실과 판타지 사이에서

한편 30대 여성의 세대적 특성으론 현실주의적이고 경제적이며 돈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 언급되기도 한다. 어떤 의미에선 자본의 유혹에 맥없이 백기를 든 세대이기도 하고, 또 다른 의미에선 자신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외형적 지표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선 세대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현재 후반작업이 한창인 영화 <어깨너머의 연인>은 30대 여성들의 이 같은 실리적 측면을 매우 현실적으로 다룬다. 일본소설이 원작인 이언희 감독의 <어깨너머의 연인>에는 일하는 30대와 결혼한 30대를 대변하는 두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30대는 자기주장에 솔직한 세대라고 이야기되지만 사실상 아직까지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까발리는 것에 대해 귀찮고 두려운 게 많은 것 역시 현실이다. 구모니카 대표는 “30대의 경우 자기 포장이 있는 것 같다”며 “이러쿵저러쿵 얘기하지만 은근히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한다.

 

더불어 현재의 30대 여성 중엔 노골적으로 자신의 실리적인 결혼관을 말하는 여성도 있다. <어깨 너머의 연인>의 희수(이태란)가 바로 그런 캐릭터다. 희수는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해 안정된 미래를 꾸리고 남편의 돈으로 자신을 가꾸고 자아를 성취하려는 여자다. 세상 살아가는 데 돈 없으면 품위고 이상이고 지켜낼 수 없다는 게 희수의 생각이다.

 

이것은 30대 비혼 여성들의 가장 큰 불안 중 하나가 경제적인 부분이라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자기 일을 가진 여자들이 왜 경제적인 공포를 가지고 있는가, 의아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멋진 브랜드의 옷은 과감하게 사도 미래를 위해 저축하는 데는 무심한 30대도 많다.

 

의지할 누군가도 없고 오로지 자신의 힘만으로 경제적 자립을 이뤄야한다는 것은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는 30대 여성들에게 공포일 수밖에 없다. <어깨너머의 연인>은 바로 이 점을 파고든다. <어깨너머의 연인> 고윤희 작가는 “일부 여성들이 자신에 대한 가치를 높이는 이유는 언젠가 돈 많은 남자를 만날 거란 환상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드러내고 왕자님을 기다린다 말하진 않지만, 내심 언젠가 누군가 나타나 자신의 노후를 보장할 거라는 믿음이 은연중에 놓여 있는 것이다”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어깨너머의 연인>은 이러한 30대 여성들의 정체성을 탐문하는 영화다.

 

금욕적으로 사는 것보다 하고 싶은 걸 하고, 먹고 싶은 걸 먹으며 살고 싶다는 30대 여성들, 과소비의 주체이기보다 자기 규모에 맞는 씀씀이를 만들어내고 자구책을 준비하는 데 관심을 돌리고 있는 그녀들, 과연 그들이 경제적 불안감으로부터 벗어나 당당한 주체로 살아가기 위해 거쳐야 할 도정은 무엇인가, 거기에 또 하나의 관심이 모이고 있는 것이다.

 

한편 김창래 감독의 <언니가 간다>는 한때 화려한 의상 디자이너를 꿈꿨지만 서른이 돼도 디자인은커녕 잡일을 벗어나지 못하는 나정주(고소영)의 이야기를 그리는 가운데 30대 여성들의 어떤 판타지를 묘사하기도 한다.

 

나정주는 12년 전 첫사랑과 헤어진 후 변변한 사랑 한 번 못 해본 여자다. <언니가 간다>는 나정주가 12년 전 고등학교로 되돌아간다는 설정의 로맨틱 코미디로 일종의 판타지 형식을 빌린 연하남 로맨스다.

 

바로 여기에 현 30대 여성들의 한 판타지가 있다. 30대 여성들이 연하남에 열광하는 이유, 구모니카 대표는 "눈 씻고 봐도 제 짝이 없으니 환상을 만드는 것 같다"고 잘라 말한다. 꽃미남, 메트로섹슈얼, 위버섹슈얼 등의 환상을 끊임없이 생산하는 주체들도 30대 여성들이다. 여기에 역시 우리가 주목하는 그녀들의 또 다른 정체성이 담겨 있다.

 

이처럼 30대 여성들은 현재 한국사회의 주요한 소비주체이자 문화주체로 서서히 그 자리를 넓혀나가고 있다. 그들은 자기 세대의 성장 기반이 되어온 문화적 성향들을 다시 사회로 분출하는 동시에, 그들만의 문화적, 경제적 패턴으로 대한민국 대중문화의 주요한 지점들을 섭렵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숨죽여 왔던 30대 여성들, 바야흐로 그들의 시대가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