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서산의 볼거리 '간월도·부석사'

피나얀 2006. 11. 9. 21:20

 

출처-[한국일보 2006-11-09 16:33]



간월암을 감싼 바다에 오후의 햇살이 부서져 내린다. 간월암은 밀물과 썰물에 따라 뭍과 이어졌다 떨어졌다 한다.

 

서해안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충남 서산은 이제 수도권과 가까운 이웃이 됐고 많은 경승지들도 보다 친근해졌다. 매년 철새축제가 열리면 철새만큼이나 많은 이들이 몰려드는 서산에는 너른 들판 만큼이나 볼거리도 풍요롭다. 최고의 일몰 풍경을 자랑하는 간월도와 마음을 열어주는 개심사가 있고, 서산마애삼존불이 백제의 미소를 짓는 땅이 서산이다.

 

배흘림 기둥으로 유명한 경북 영주의 부석사를 모르는 이는 별로 없다. 하지만 그 사찰과 이름도, 창건설화도 똑 같은 충남 서산의 부석사를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서산의 ‘돌이 떠있는’ 사찰 부석사(浮石寺)는 부석면의 ‘섬이 날아와 산이 된’ 도비산(島飛山) 자락에 들어앉아 있다.

 

신라 고승 의상과 관련된 서산 부석사의 창건설화는 이렇다. 의상이 당나라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국할 때였다. 대사를 사모했던 당나라 여인 선묘낭자가 결혼을 애원했으나 의상은 거절하고 배에 올랐다. 선묘낭자는 바닷물에 몸을 던져 죽고 말았다.

 

신라에 돌아온 의상은 그녀의 혼을 위로하기 위해 이곳 도비산에 절을 세우려했으나 주민들의 심한 반대에 부딪혔다. 이때 검은 바위가 떠올라 “절 짓는 일을 방해하면 큰 재앙을 내리겠다”고 위협했고, 그 덕에 불사는 무사히 진행될 수 있었다.

 

산 중턱에 들어선 사찰은 영주의 부석사에 비해 무척 아담하다. 큰 법당인 극락전과 안양루가 마주보고 섰고, 극락전 옆으로 요사채인 목룡장과 심검당이 나란히 붙어있다. 극락전을 돌아 산으로 오르는 고졸한 돌계단길 끝에는 지은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주변 풍경과 꽤나 잘 어울리는 산신각이 있다. 녹음이 짙을 땐 녹음빛으로, 단풍이 고울땐 단풍빛 스며드는 고운 풍경이지만 이는 부석사 최고의 경치가 아니다.

 

영주의 부석사와 이름도 창건설화도 같은 서산 부석사는 산 아래 너른 들판을 내려다 보는 눈맛이 빼어나다.

부석사 제일의 눈맛은 마당에서 내려다 본 산 아래 너른 들판이다. 툭 터진 시야에 바라만 봐도 배부른 풍경이 한가득이다. 추수를 끝낸 들판이 부남호와 이어지며 광활하게 펼쳐진다.

 

부석사의 건물들이 비록 보잘 것 없어도, 계속된 불사로 비대칭의 자연스러움이 녹아있던 석축과 돌계단이 이젠 반듯이 펴져 옛맛을 잃었더라도, 서산을 찾을 때마다 계속해서 부석사에 올라야 했던 이유다.

 

내려다본 들판 한가운데 작은 숲속에는 전설 속의 검은여가 있다. 바다 위에 고개만 내밀던 돌로 ‘부석’의 바로 그 ‘뜬 돌’로 여겨지던 것이다. 간척공사 이후 82년부터 검은여 주변은 육지로 변했고 돌은 땅 위로 올라섰다. 주민들은 이 바위를 지금도 신성하게 여기고 있다.

 

부석사는 템플스테이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일화당, 정진선원 등 한번에 30명 이상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편안히 마음을 쉴 수 있는 프로그램은 이곳을 경험한 많은 이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저녁 예불, 다담과 참선에 탐조, 천연염색, 염주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한다. 사찰 관계자는 “전국의 절 화장실 중에서 비데를 갖춘 곳은 아마도 부석사가 유일할 것”이라고 했다. 템플스테이 신청은 인터넷 홈페이지(www.busuksa.com)나 전화(061)662-3824로 하면 된다.

 

서산 또 다른 둘러볼 것

 

철새축제가 열리는 간월도리 작은 바위섬에 있는 간월암(看月庵)은 조선 태조 이성계의 왕사였던 무학대사가 세운 절이라고 한다. 무학이 이곳에서 달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이름이 유래한다. 이 절은 밀물 때는 섬이 되고 썰물 때는 길이 열린다. 바위섬과 뭍은 줄달린 허름한 배가 잇는다.

 

 

줄을 잡아당겨 배에 올라타서는 반대편 줄을 또 잡아 끌어 섬에 이를 수 있다. 청기와로 지붕을 올린 암자 자체는 그리 보잘 것 없다. 하지만 멀찍이 떨어진 방파제서 바라보는 간월암 뒤로 떨어지는 낙조는 서해안 그 어느 일몰 풍경보다 황홀하다. 간월도는 어리굴젓과 굴밥으로 유명하다. 4일 시작한 간월도 바다음식 축제가 25일까지 계속된다.

 

서산을 대표하는 사찰은 운산면 신창리의 개심사(開心寺)다. 백제 의자왕 9년(649년)에 혜감국사가 세웠다고 전해지는 아름다운 사찰이다. 주차장에서 차를 대고 오르는 돌계단은 저절로 마음이 씻기고 가슴을 열리게 하는 길이다. 절 입구에 장방형의 고즈넉한 연못이 있고 물 한가운데 아름드리 외나무다리가 놓아져 있다.

 

조심조심 이 다리를 건너 절 안에 들어가면 범종각, 요사채 등의 기둥들이 시선을 끈다. 이리 휘고 저리 틀어진 나무를 그대로 사용했다. 대웅전은 보물 제143호로 지정돼 있다.

 

'백제의 미소'로 불리는 '서산마애삼존불'이 개심사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개울을 건너 산비탈 등산로를 10분쯤 오르면 마애불이 나타난다. 근엄하지 않은 부처의 표정이다. 두툼한 눈꺼풀이 짓는 눈웃음과 장난기 가득한 입가의 미소를 보노라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성곽의 고즈넉함이 그대로 남아있는 해미면의 해미읍성도 빼놓을 수 없는 서산의 볼거리. 조선 성종 22년인 1491년에 완성한 석성이다. 둘레 1.8㎞, 높이 5m, 총면적 6만여 평의 거대한 성으로 최근 복원 및 정화사업을 통해 옛 모습을 되찾고 있다. 해미읍성은 조선말 천주교도들의 순교 성지로도 유명하다.

 

천주교 박해 당시 해미읍성에는 이 지역을 관할하는 관아가 있었다. 충청도 각 지역에서 잡혀 온 신자들이 고문을 받고 죽임을 당했다. 특히 1866년에는 한 해에 1,000여 명이 이 곳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성내 광장에는 당시 천주교도들이 갇혀있던 둥그런 감옥터가 새로 복원됐고, 나뭇가지에 매달려 고문을 당했던 노거수 회화나무에는 고문의 흔적이 아직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