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한겨레21 2006-11-14 08:03]
일본의 기둥이라는 북알프스 자락에 옛길로 유명한 도시가 있다. 기후현 다카야마시다. 나고야에서 기차로 2시간30분 정도 떨어진 다카야마는 전통건조물보존지구를 중심으로 한 옛 거리와 도시 곳곳의 지역을 하나의 옛길로 조성해 일본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됐다.
2004년에만 3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았고, 이들이 다카야먀에서 쓴 돈이 약 520억엔(5200억원)이다. 전통을 바탕으로 도시 곳곳을 답사길과 산책로로 조성한 결과였다.
전통건조물과 도시를 연결하는 답사길
다카야마는 오래된 마을의 모습이라는 뜻의 ‘마쓰나미’를 지역의 중심적인 가치이자 상징으로 알리고 있다. 전통의 다양함이 마을의 모습에서 펼쳐진다는 것이다. 다카야마 시내 한가운데를 흐르는 미야가와천 동쪽에는 전통 거리가 그대로 남아 있다.
그중에서도 에도시대의 집들이 이치노마치, 니노마치, 산노마치 세 곳에 남아 있다. 이 마을에는 성곽도시인 다카야마의 과거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일본 전통술 양조장과 격자로 된 집들은 전통건조물보존지구로 지정됐다. 이곳을 중심으로 도시 전체가 그물망처럼 답사길로 짜여 있다.
1585년 지역 영주인 가나모리 나가치카는 다카야마 일대를 평정한 뒤 성과 성 아래 마을의 절과 신사를 조성했다. 그때부터 다카야마는 문화와 역사가 새롭게 발전하는 지역으로 성장했다. 16세기에 조성된 도시 공간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히가시야마유호도다. 이 길은 히가시야마테라마치부터 시로야마 공원에 이르는 3.5km의 산책 코스다.
이 산책길은 가나모리 나가치카가 성 안의 도시를 만들면서 마을의 동쪽 얕은 언덕 일대에 절과 신사를 건립하면서 조성됐다. 현재는 모두 유서 깊은 절과 신사들로 현과 시 지정 문화재가 들어서 있다. 히가시야마 산책길은 도심의 전통건조물보존지구와 연결돼 온 도시를 하나의 답사길로 열어놓았다.
다카야마가 일본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1955년이었다. 당시는 철도를 이용한 여행이 붐을 이루던 때였다. 일본의 ‘북알프스’로 불리는 노리쿠라다케, 야리가타케, 호타카다케 등을 찾는 등산객들이 산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다카야마 시내를 산책하면서 입소문이 난 것이다.
미디어를 통해 ‘소박한 마을’ ‘마음의 고향’으로 알려지기 시작해 70년대에는 일본국영철도가 ‘일본인의 마음의 고향’으로 소개하면서 확고한 옛길 답사 지역이 됐다. 다카야마는 도시 전체가 온통 전통의 집과 거리로 채워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대적인 거리에도 옛길의 흔적을 살리기 위해 안내판과 이정표를 세워놓았다.
현대적인 생활과 기반시설을 영위하면서도 도시 전체가 옛길과 어우러진 주민들의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 다카야마의 가장 큰 자산인지도 모른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온 지역의 모습에 주민들의 삶이 녹아들 때 그것이 대단한 활력과 자원이 될 수 있음을 다카야마는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성 주변을 문화 거리로 만들다
일본 최남단 오키나와의 나하시 기나기초 돌길도 일본의 대표적인 옛길이다. 300m 정도만 남아 있는 짧은 길이지만 현대적인 집들 사이에 면면히 살아남았다. 오키나와현 지정문화재이며 ‘일본 길 100선’에도 포함된 곳이다.
기나기초 돌길은 일찍이 아시아에서도 독특한 문화였던 참푸르(혼합) 문화가 꽃을 피운 류큐왕국 쇼신왕 시대(1477~1526)에 만들어진 길이다. 나하의 중심이자 궁성이던 슈리성에서 남부로 연결되는 길을 주요 도로로 정비했던 것이 바로 오늘날의 기나기초 돌길로 남아 있다. 류큐 석회암을 호박이나 맷돌만 한 크기로 다듬은 것을 땅바닥에 깔아 길을 만들었다.
오키나와의 나하를 찾는 관광객 중 잘 모르는 외국 관광객들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슈리성만 찾지만, 일본인들은 이곳을 꼭 찾는다. 인상적인 것은 500년이 넘는 문화재가 현대적인 집들과 공존한다는 점이다.
현대적인 생활공간을 조성하면서도 전통의 흔적과 가치를 최대한 살려낸 것이다. 사실 슈리성은 태평양전쟁 때 미군의 공격으로 거의 쑥대밭이 되었던 것을 엄청난 예산과 문화적 노력을 통해 복원해낸 곳이다. 그에 비해 기나기초 돌길은 기적에 가깝게 훼손되지 않고 원형 그대로 보존됐다.
이 길을 따라 출근하는 직장인이나 등교하는 중·고등학생들의 모습은 아름다운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이 길은
오키나와 전통주인 아와모리 양조장과 박물관을 비롯해 전통 음식점들도 이 주변에 자리잡고 있다. 옛길은 그 성격과 형태에 따라 주변 공간을 새롭게 재창조할 수 있다는 점을 기나기초 돌길은 보여주고 있다.
구석구석 옛길을 찾아냈다 중앙정부·지자체의 ‘옛길 복원 사업’, 지역 활성화로 이어져
일본은 1950년대 말부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옛길을 복원하는 사업을 활발하게 벌였다. 홋카이도부터 규슈까지 전국에 걸쳐 다양한 형태의 옛길을 되살렸다. 중앙정부인 환경성은 ‘장거리 자연보도’라는 자연탐방로 사업 구간에 지역의 주요 옛길을 고스란히 집어넣었다. 일대 본토의 중추인 도카이도의 경우 관서 지역의 거점인 오사카에서 관동의 중심도시인 도쿄까지 이어진 옛길이 장거리 자연보도 구간에 포함돼 있다.
일본의 옛길은 지자체로 갈수록 훨씬 풍부하고 다양하다. 한국으로 치면 아주 조그마한 시골 동네라도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길에는 이정표와 안내판이 세워져 탐방로나 산책길로 쓰인다. 여기에 더해 마을 입구나 버스 정류장, 역 등에는 작은 개념도나 위치도 또는 상세지도가 마련돼 있다.
문학작품 속의 주요 지역도 그대로 복원돼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로 치면 소설 <태백산맥>의 주무대였던 벌교와 보성을 단순히 소개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문학답사 길로 조성하는 식이다. 소설의 배경이던 주요 현장을 중심으로 그것을 도시 안에서 고스란히 연결해 이정표와 안내판은 물론 도시의 들고 나는 역과 터미널에 관련 자료를 마련해놓는 것이다.
일본의 국가 기간 교통망인 일본철도공사(JR)는 각 지역의 크고 작은 역을 거점으로 한나절, 또는 두어 시간에 다녀올 수 있는 ‘답사길’과 ‘산책길’을 주요 관광상품으로 개발하고 있다. 민간 철도회사 역시 지역의 옛길과 연계된 철도 노선과 역을 관광자원화해 홍보하고 있다.
1980년대 일본
|
![](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피나얀™♡【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도하는 감성 머금은 늦가을 안면도 (0) | 2006.11.15 |
---|---|
잊혀진 시간으로 가는 길 금강산 가는 길 (0) | 2006.11.15 |
가창오리떼의 화려한 群舞 '금강호 철새 축제' (0) | 2006.11.13 |
인간이 만들고 버린 도시 '앙코르 와트' (0) | 2006.11.13 |
저상버스를 타고 떠나는 서울여행 ① - 273번 (0) | 2006.1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