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헤럴드 생생뉴스 2006-11-14 09:23]
가을은 우리를 기도하게 만든다. 아름답게 새파래서 ‘천국보다 낯선’ 하늘이, 매서운 바람에 뜨거운 눈물을 훔치게 만드는 바다가 그렇다. 시끄러운 소음과 재잘거림이 잦아든 가을바다, 일몰이 찰나처럼 느껴지는 그 바닷가에서는 특히 더 그러하다.
그 곁 기다란 소나무 가득한 어두운 숲은 우리의 회한과 서러움, 많은 분노와 미움을 품에 안아준다. 그 숲 우리의 기도는 늦가을의 바람과 파도처럼 영원히 멈추지 않는다. 매서운 바람이 진실은 얼렸지만, 기도하는 우리의 감성만은 내버려둔 탓이다.
안면도의 꽃지해수욕장은 본래 해변을 따라 해당화와 매화꽃이 많이 피어 있어 ‘화지해수욕장’으로 불리던 곳이다. 늦가을에는 꽃이 잠시 쉬는 통에 그 광경을 볼 수 없지만, 유난히 고운 모래로 돼 있는 백사장이 가을 햇살에 반짝거리는 모습은 언제 봐도 일품이다. 게다가 구두를 신고 걸어도 발이 빠지지 않는 단단한 모래사장이라 산책하기에도 적당하다.
통일신라시대 해상왕 ‘장보고’의 전설이 숨쉬고 있는 할아비ㆍ할미바위도 빼놓을 수 없다. 전설을 간직한 채 아름답고 당당한 수문장의 모습으로 그 곳에 자리잡고 있다. 특히 할아비ㆍ할미바위 위로 넘어가는 일몰은 워낙 아름다워 이를 화폭이나 사진에 담으려는 사람들이 사시사철 찾기도 한다.
젊은 연인의 밀월지로 유명한 건 당연지사다. 꽃지해수욕장의 가장 큰 재미거리는 바로 옆에 있는 방포포구에서의 조개잡이와 방파제에서의 바다낚시다. 늦가을 바람이 차고 매서워도 그 재미를 빼앗아가지는 못한다. 근처 젓개포구에서는 언제나 싱싱한 생선을 맛볼 수 있다.
해수욕장 근처에 휴양림 중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안면도자연휴양림이 있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안면송 향기 그윽한 공간에 조성된 수목원지구는 그 자체가 정원이다. 숲속의 고요함과 신비로움을 맛볼 수 있는, 하늘이 내려준 공간이다. 11㏊에 조성된 수목원지구에는 한국전통정원을 비롯해 13개 자생식물원이 들어서 있다. 저마다 감탄할 만한 멋과 향을 지니고는 뽐내기 경쟁이라도 하는 듯하다.
특히 이 정원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담양의 소쇄원, 보길도 부용동 원림 등과 같은 별서정원의 대표적인 형태로 숲ㆍ물ㆍ돌 등으로 이용해 자연에 가장 가까운 모습으로 되살린 흔적이 역력하다. 전통의 향과 늦가을의 정취가 함께 어우러진 이곳은 몇 시간을 걸어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고 편안하다.
안면읍에서 남쪽으로 2㎞ 떨어진 승언리 소나무 숲은 603번 지방도로 바로 옆 서향 구릉지에 넓게 퍼져 있는데, 아름답게 하늘로 뻗은 날씬한 자태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중부지방에서 볼 수 있는 소나무는 대부분 구불구불하고 못생겼는데, 이곳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그렇지 않아 더욱 인상적이다.
조선왕조 때부터 이어진 엄격한 소나무 보호정책 덕분에 이곳에서도 혈통과 풍채 좋은 소나무 숲을 볼 수 있게 된 거란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늦가을의 안면도 소나무 숲 어디쯤에서, 향과 정취에 취해 이리저리 거닐고 있는 우리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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