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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데일리안 2006-11-14 10:01]
- 신어산 자락에서 秋色의 자태를 완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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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 바위 틈에 둥지를 틀었군요. ⓒ 김대갑 |
대단합니다, 당신. 만경창파에 두둥실 흘러가는 구멍 난 조각배 하나 있다지요. 깊은 바다 속, 억겁을 산다는 거북이가 숨을 쉬기 위해 삼천년에 한 번씩 수평선으로 떠오를 때 우연히도 그 조각배의 구멍 속으로 머리를 내밀게 되는 것. 그걸 조각배와 거북이의 인연이라 한다지요. 당신과 나도 그 모진 인연의 세월을 딛고 이렇게 만나게 되었군요. 어찌하여 보드랍고 자양분이 많은 황토의 품 대신 거칠고 황량한 바위 위에 둥지를 틀었나요. 살아 있군요. 살아 있으니, 이 가을에 녹의를 벗고 홍엽으로 곱게 치장하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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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종 밑에서 바라본 용화세계 ⓒ 김대갑 |
범종 밑에서 바라본 피안의 세계가 오늘따라 눈알을 아프게 합니다. 그대의 홍엽이 주었던 아리따운 향훈이 코끝을 스칩니다. 아십니까? 그대와 나는 청매죽마(靑梅竹馬)처럼 곱디 고운 세월을, 가을의 현려한 모습처럼 푸르디푸른 세월을 함께 보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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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의 무리여 물러가라! ⓒ 김대갑 |
눈 들어 하늘을 보니 야살스럽게 울부짖는 한 마리 금수가 눈에 보이는군요. 왜 하필이면 지붕에서 하늘을 향해 원망(願望)하는지. 하늘에서 내려오는 악희의 기운을 없애기 위해 그렇게 울부짖는지. 그럴 겁니다. 저 금수는 그대와 나의 여정을 도와주는 소중한 생명체일 겁니다. 우리가 딛고 있는 이 공간에서 모든 악한 기운이 사라지도록 도와주는 아름다운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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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풍처럼 둘러처진 산 ⓒ 김대갑 |
깊은 기와 골이 무리지어 우리를 반기는 군요. 지상의 기와 골은 켜켜이 쌓여 암회색 그림자를 절 마당에 드리웁니다. 그들을 진시황의 병마용갱처럼 옹위하는 병풍산을 가없이 쳐다보세요. 바라보면 볼수록 포근하고 은은한 기운이 절 안팎을 감싸고돕니다. 울연한 숲 속에서 청량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그대와 저 사이에도 싱그러운 바람이 불어옵니다. 하늘은 더 없이 맑고 푸르게 반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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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산홍엽이라 ⓒ 김대갑 |
추일청상(秋日靑裳)이라. 만산에 붉고 붉은 기운이 넘칩니다. 붉고 묘려한 잎들이 홍수처럼 산과 하늘에 넘칩니다. 잎들 사이로 보이는 작은 구름 하나가 그대의 뺨 위로 살랑거리며 흐릅니다. 그대는 여전히 시치름하게 저를 쳐다보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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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다리를 건너면 피안의 세계인가요 ⓒ 김대갑 |
보디사트바라는 숭고한 존재를 아시나요. 충분히 부처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러 차안에 남아 중생에게 고귀한 진리의 말씀을 전하는 숭엄한 존재. 다리가 보이는군요. 아마 저 다리는 피안과 차안의 갈림길일지도 모릅니다. 때론 보디사트바가 부처보다 더 위대해 보이는 것은 진리의 길을 전하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이타의 정신 때문일 겁니다. 그가 그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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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벽의 외침 ⓒ 김대갑 |
저 돌무더기는 어찌하여 자신의 속살을 휘황한 일광 아래 보이고 있을까요. 그들을 둘러싼 잎들이 하느작하느작거리며 희롱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소박한 기암괴석입니다. 고성 총석정의 기암괴석이나 금강산, 설악산의 기암절벽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겸양한 미덕이 아릿하게 흘러나오는 절벽입니다. 만일 제가 구름보다 더 밀도가 낮은 존재라면 당장에 구름을 타고서 저 절벽과 더불어 향기로운 술을 마시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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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갈대는 바람에 미친다. ⓒ 김대갑 |
갈대는 늘 바람에 미쳐서 살죠. 그들의 사스락거리는 음성은 바람의 애무를 받는다는 증거이죠. 은색의 갈대 바람이 구름 사이로 스쳐 지나갑니다. 먹이 한 방울 튀었는지 구름은 좀 전의 순백색을 잃어버리고 말았군요. 그마나 갈대의 은색이 먹색의 구름을 조금 희석시킵니다. 눈이 부시군요. 그 화려한 눈부심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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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네 인생도 저 석양처럼 저무네 ⓒ 김대갑 |
우련하게 보이는 저 빛을 보세요. 화려한 눈부심 뒤로 숨죽이며 숨어 있었던 저 빛의 뻗침을 조용히 보세요. 이제 마지막이군요. 당신과 저의 인연이 저 빛 속에서 조용히 끝맺음을 하겠군요. 가세요. 화려하게 가세요. 구름 사이로 흘러나오는 저 곳으로 가세요. 그러나 잊지는 마십시오. 저 빛의 세계로 가고 싶어 하는 수많은 존재들이 살아 있다는 것을. 오늘, 당신과 저의 소중한 인연은 여기까지이지만 먼 후일 우리는 다시 억 겁의 세월을 뚫고 다시 만나리라 믿습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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