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요리】

남해 미조항, 혀끝에 녹는 쫄깃쫄깃한 갈치회

피나얀 2006. 11. 16. 00:38

 

출처-[연합르페르 2006-11-15 09:22]



 

이른 아침 갈치잡이 어선들이 속속 돌아오고 검은 팔뚝의 사내들이 포구로 들어서면 미조항은 온통 은빛으로 바뀐다. 남해의 푸른 청정해역에서 건져 올린 은빛갈치는 매콤한 갈치조림, 투박한 왕소금을 뿌려 구운 갈치구이, 초장에 버무린 갈치회 등 갖가지 별미가 된다. 특히 싱싱한 갈치회는 별미 중의 별미로, 남해 여행객을 위하여 기꺼이 식탁에 오른다. 남해 사람들은 남해의 갈치 맛이 세계 최고라고 '땅땅' 못을 친다.

 

사천시를 거쳐 쪽빛 바다에 떠있는 창선연륙교를 징검다리 삼아 해안도로를 달리면 남해도와 창선도 사이의 지족해협을 연결하는 창선대교에 이른다. 이곳에서 남해에서도 가장 아름답다는 물미해안도로(물건리-미조항)를 끼고 남쪽으로 달리면, 파도를 올라타듯 부드럽게 오르내리는 고갯길의 끝자락에 미조(彌助)항이 앉아 있다.

 

미조항 주변에는 큰섬, 범섬, 죽암도, 쌀섬, 사도, 애도 등이 점점이 떠 있고, 항 주변에는 횟집과 식당이 줄지어 서 있다. 이곳에서 파는 싱싱한 갈치회와 멸치회는 고소하고 쫄깃쫄깃한 감칠맛이 우리 나라 으뜸이어서 쉬이 지나치기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갈치회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주고받지만 정작 먹어봤다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바로 잡은 싱싱한 갈치가 아니면 회로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은빛 비늘은 황소 값보다 높다

 

갈치는 겨울로 넘어갈수록 맛이 깊어진다. "10월 갈치는 돼지 삼겹살보다 낫고 은빛 비늘은 황소 값보다 높다."는 속담이 있듯이, '가을갈치'는 많이 잡히면서도 빼어난 맛을 자랑한다. 재미있는 것은 식칼같이 생겼다해서 북한에서는 갈치를 칼치(刀魚), 남한에서는 갈치로 표기한다. '자산어보'에서는 군대어(裙帶魚)라 하고 속명을 갈치어(葛峙魚)라 하였으며, '난호어목지'에서는 갈치(葛侈)라 하였다.

 

이른 아침 미조항을 기항지로 찾은 어선들은 자객의 칼처럼 예리하고 날카로운 갈치를 부려 놓는다. 굵은 뼈를 살 속에 감추고 은빛 비늘을 흩뿌려 놓은 갈치는 이내 위판장으로 옮겨져 경매를 통해 주변 식당과 상인들에게 건네진다.

 

 

미조항 부둣가에 위치한 미미식당의 주인 서외점 씨는 "전날 밤이나 새벽에 잡은 갈치를 쓰는 남해의 갈치회는 쫄깃쫄깃하면서 씹으면 씹을수록 느껴지는 감칠맛이 일품"이라며 "가을철 갈치잡이가 한창일 때 더욱 맛이 오르는 별미로 한 번 맛본 사람은 꼭 다시 찾아온다"고 말한다.

 

갈치회도 멸치회처럼 초고추장에 버무려 먹는데 새콤한 식초 맛과 부드러운 붉은 살점이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맛을 결정하는 것은 다름 아닌 막걸리를 발효시켜 만든 식초로 만든 초장이다. 갈치는 회로 만들 때 먼저 막 잡아 올린 은빛 나는 갈치의 지느러미를 칼로 떼어낸다.

 

그 다음 비늘을 벗기고 곱게 채 썰어 맑은 물에 담가 휘저으며 핏물과 비린 냄새를 말끔하게 제거한 뒤, 꼭 짠다. 손님이 드는 대로 즉석에서 초고추장을 듬뿍 얹어 무친다. 초고추장과 어우러진 갈치는 비린내가 전혀 없고 절묘한 맛을 내준다. 반면 큰 갈치는 길고 가늘게 포를 떠낸다.

 

갈치를 뼈째 칼질해서 아작아작 씹는 맛, 삼키기 전에 느껴지는 고소한 뒷맛은 입 안에 여운처럼 남아 감돈다. 회를 한번에 넘기면 이 잊지 못할 맛을 놓치는 격이니 꼭꼭 씹어서 음미해야 진정한 갈치회 맛을 느낄 수 있다. 일반 생선회와는 달리 담백하면서 구수하고 쫄깃쫄깃하며 씹히는 맛이 특이하다.

 

술안주로는 물론 따끈한 밥에 매콤한 갈치회를 듬뿍 얹어 비벼 놓으면 상큼하면서 화끈한 맛이 입 안에 침이 가득 배어나게 한다.

 

갈치는 전통적으로 국, 구이, 조림으로 이용되었는데 살이 희고 부드러우며 지방이 많고 맛이 담백하다. 서울 등 도시의 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대부분의 갈치조림과 구이는 중국산이나 냉동갈치를 쓴 것이어서 쌈박하고 달콤한 맛이 나질 않는다.투박한 왕소금을 뿌려 구운 갈치구이는 젓가락으로 살점을 뜨면 따끈따끈한 고소함이 느껴지고 입 안에서는 살살 녹는 듯 부드럽다.

 

따끈한 밥 위에 올려 한 숟가락 뜨면 그야말로향과 맛이 일품이다. 눈이 말갛고 몸에 은빛이 번쩍이는 중간 갈치를 골라 무를 뚝뚝 썰어넣고 된장, 고추 등 신선한 양념을 고루 잘 넣어 푹 익혀 낸 갈치조림은 매콤한 맛 때문에 뚝딱 밥 한 그릇이 바닥난다. 갈치를 다 먹고도 조림양념이 남기기 아까울 정도다.

싱싱한 갈치회, 황금빛으로 구워낸 갈치구이, 매콤한 갈치조림은 남해 여행을 더욱 행복하게 만든다.

 

Tip 갈치회 전문식당

 

미조항의 시원한 갯바람이 부는 항구에 있는 미미식당, 공주식당 등은 갈치회의 원조라 할 수 있다. 특히 미미식당(055-867-6797)은 외지인보다는 뱃사람들과 남해 사람들 사이에서 갈치회를 잘 하기로 소문난 식당이다. 갈치회는 접시당 2만~3만 원에 내놓으며 한 접시면 3명이 충분히 먹을 수 있다. 갈치조림은 양에 따라 각각 3만 원, 2만 원, 1만5천 원이며 갈치구이는 1만~2만 원이다.